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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보수적인 엥겔스의 아버지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유물론 강의 54
기사입력: 2021/05/11 [01: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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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 유물론철학자가 애석하게도 2021년 2월 24일 서거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미리 마련해준 원고를 싣는다. <편집자>

54. 보수적인 엥겔스의 아버지
 
▲ 엥겔스     ©사람일보
엥겔스의 아버지는 공장주였다. 1837년에 그는 에르멘(Ermen)가(家)와 함께, 영국의 맨체스터에 ‘에르멘과 엥겔스’라는 면직공장을 세웠다. 엥겔스의 가문에는 프로이센의 정신과 종교적인 전통이 지배하고 있었다. 엥겔스의 어머니는 한 고등학교 교장의 딸로서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교양 있는 부인이었다.

특히 그녀는 괴테를 좋아하였다. 유머로 가득 차고 이해심이 깊었던 그녀는 네 아들과 네 딸을 낳았다. 엥겔스는 이중 장남이었고 세 번째로 태어난 여동생 마리(Marie)를 가장 좋아하였다. 엥겔스는 브루허(Brucher)가(街) 8번지(지금은 폭격으로 흔적이 없어졌음)에서 명랑하고 밝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음악과 연극, 산책 등을 즐겼다. 특히 외할아버지를 좋아하였고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었고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니벨룽겐의 노래』에 나오는 주인공 지크프리트가 엥겔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다. 지크프리트는 엥겔스에게 위선과 보수성에 대항하는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엥겔스의 아버지도 음악과 연극을 좋아하였다. 그는 첼로를 켰고 집에서 실내음악을 연주하였으며 그 지역 시·예술연맹회원이었다. 그는 사업차 국내외로 많은 여행을 했기 때문에 성격이 개방적이었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종교 교육을 중시하였으며, 성서에 대한 무조건적 신앙을 강조하였다.
  
라인주의 공업중심지에서 자란 엥겔스는 어려서부터 노동자들의 비참함을 목격하였다. 이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종교 아니면 술에 빠졌다. 당시의 정신생활을 주도하던 경건주의가 노동자들의 비참함을 합리화시켜 주고 있었다. 엥겔스의 가슴 속에는 공장주들의 위선적인 도덕이나 종교심에 대한 분노가 말 없이 자라났다.

엥겔스는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했다. 아버지의 엄한 훈령이나 벌도 엥겔스에게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할 수 없었다. 14세까지 엥겔스는 종교정신으로 운영되던 바르멘 시립학교에 다녔다. “엥겔스의 동급생 하나가 괴테가 누구냐고 묻자 리페(Riepe) 선생은 ‘무신론자’라 대답했다.” 엥겔스는 그러나 여기서 물리학과 화학을 열심히 배웠고, 어학에서 재능을 발휘하였다.

1834년에 엥겔스는 엘버펠트에 있는 김나지움(인문학교)에 들어갔다. 1830년 파리의 7월혁명과 1832년 독일 민중운동의 전초인 ‘함바흐 축제’를 통해 반봉건적 움직임이 독일에 확산되자, 봉건반동세력은 1834년에 ‘빈의 결정’을 통해 철저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헤센주에서 농민들을 옹호하였던 시인 뷔히너(Büchner)도 다른 지역으로 도피하였으며 많은 도피자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추방자 동맹’ 을 결성하고 봉건적인 탄압에 맞섰다.

엥겔스가 입학한 인문학교는 1592년에 설립된 학교로 프로이센에서도 이름이 나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도 보수적인 종교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엥겔스의 아버지는 교장의 권유에 따라 엥겔스를 학교 가까이에 있는 엄격한 한 가정에 맡겼다. 엥겔스는 그림을 잘 그렸다. 또한 역사와 고대어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의 노트에는 역사와 관계되는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습득한 독일 문학과 세계 문학은 이후 엥겔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엥겔스는 폭군적인 억압에 대항하여 싸운 실러의 『빌헬름 텔』, 인식과 진리를 추구하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좋아하였다. 자신도 휴머니즘적인 정신으로 자유로운 이상을 위해 싸울 것을 마음속으로 결심하였다. 그는 터키인에 대항해 싸운 그리스인의 독립전쟁에 동정을 표현하였고 <해적이야기>를 써서 그리스인의 투쟁정신을 찬양하기도 하였다.
  
엥겔스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사이에는 마찰이 생겼다. 아들은 주위의 비이성적인 분위기에 굴복하려 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엥겔스는 역사와 문학을 통해 익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정신이 당시의 상황과 모순된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그는 자본주의적 공장노동이 인간의 힘과 기쁨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목격하였고, 일요일마다 두 번씩 교회에 가면서도 자기 공장 안에서 어린이들을 혹사시키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부유하고 신앙심 깊은 공장주들의 위선에 분노를 느꼈다.

그가 책을 읽고 있던 밤에도 밖에서는 술에 취한 노동자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들은 대부분 거처할 집이 없어 이곳저곳에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이 되면 일하러 가기 위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왔다. 이들은 절망과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다. 이곳의 비참한 상태가 어린 학생이었던 엥겔스에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훗날 휴머니즘의 철학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의 유고 자서전과 박해전 시인의 비망록을 담은 <유물론철학자와 시인> 표지.     ©사람일보
주위 세계와의 마찰 때문에 엥겔스는 종종 외로움을 느꼈다. 아버지는 아들의 적성에 맞는 직업 대신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였다. 엥겔스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허사였다.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1년 남겨놓은 해에 아버지는 엥겔스를 김나지움에서 자퇴시키고 회사에서 회계 일을 맡게 하였다. 엥겔스는 무척 슬펐고, 자기를 이해해줄 친구를 찾았으나 주위에는 그런 친구가 없었다.

오랜 내면의 갈등 끝에 교회의 신을 찾아가 그에게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키고 지상에 행복을 내려주도록 호소하였다. 물론 그가 찾은 신은 경건주의의 신이나 독단적인 성서와는 거리가 먼 신이었다. 엥겔스의 신앙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것은 삶을 긍정하고 지식욕에 불타는 그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시절에 엥겔스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는 목사의 아들들인 그레버(Graeber) 형제였다. 이들과는 오랫동안 우정이 계속되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유물론철학자 고 강대석 교수 약력
 
* 1943년 7월 29일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출생
*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 철학과 졸업
*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
* 독일유학중 1980년 광주 5월항쟁시기 여동생(5.18민주유공자)이 계엄군의 곤봉에 맞아 중상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관념론철학에서 유물론철학으로 전환
*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
*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임 / 대구 가톨릭대학교 철학교수로 정년퇴임
* 1987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회원으로 참여해 정년퇴임 때까지 민주화운동에 앞장섬
* 통합진보당 대전시당 고문 역임
* 6.15 남북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가입단체인 자주통일평화번영운동연대(6.15 10.4 국민연대) 상임고문으로 통일운동에 헌신
* 저서 <김남주평전> 2004년 문예진흥원 우수문학작품(평론) 선정, 2008년 국방부 불온서적 포함
* 평화통일운동과 관련해 일베 회원이 ‘종북좌팔 죄수번호 117’ 딱지를 붙여 고발함으로써 2013년 10월 29일 오전 8시경 9명의 형사들이 들이닥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하루종일 자택 압수수색 / 서울과 대전에서 4년간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 받음 / 문재인 정권에서 2018년 무혐의 처리 종결
* 이 사건으로 충격받아 암 발병 수술 후 건강 악화
* 국제헤겔학회(Internationale Hegel-Gesellschaft) 회원
* 국제포이어바흐학회(Internationale Gesellschaft der Feuerbach-Forscher) 창립회원
* 2021년 2월 24일 밤 9시48분 대전성모병원에서 서거
 
주요저서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서광사, 1984).
서양근세철학–베이컨에서 칸트까지-(서광사, 1985).
니체와 현대철학(한길사, 1986). (제4차 ‘오늘의 책’ 선정도서)
그리스철학의 이해(한길사, 1987)).
현대철학의 이해(한길사, 1991).
새로운 역사철학(한길사, 1991).
유물론과 휴머니즘(이론과 실천, 1991).
포이어바흐와 엥겔스(이론과 실천, 1993).
예술철학에의 초대(동녘, 1993).
예술 감상의 철학(문예미학사, 2000)
김남주 평전(한얼미디어, 2004). (2004년 문예진흥원 평론부분 우수작품 선정도서) (개정판, 시대의 창, 2017)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한 시인 김남주(작은 씨앗, 2006)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03)
왜 철학인가?(중원문화, 2011).
왜 인간인가?(중원문화, 2012). 
왜 유물론인가?(중원문화, 2012).
니체의 고독(중원문화, 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중원문화, 2015)
정보화시대의 철학(중원문화, 2016)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장가계 철학포럼) (들녘, 2016)
명언 철학사(들녘, 2017) 
루소와 볼테르(빛고을 철학포럼) (들녘, 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한길사, 2018)
카뮈와 사르트르(금강산 철학포럼) (들녘, 2019)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밥북, 2020)
플레하노프 생애와 예술철학(사람일보, 2021)
 
주요 역서
 
칼 야스퍼스, 철학적 자서전(이문출판사, 1984) 
발터 슈미트 외, 독일근대사(한길사, 1996). (오늘의 사상신서 166)
이보 프렌첼, 니체(한길사, 1997). (한길로로로 1-003)
G. 비더만, 헤겔(서광사, 1999).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한길사, 2006). (한길그레이트북스 77) 
포이어바흐, 기독교의 본질(한길사, 2008). (한길그레이트북스 98)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한길사, 2011). (한길그레이트북스 118)
 
초청강연 및 국제발표
 
. 1989.7. 5, 스위스 Zürich대학 철학과 초청강연 
 강연제목: “Die philosophische Lage und Entwicklung in Südkorea”
. 1989. 10. 11, 국제 Feuerbach학회 제1회 Symposium(독일 Bielefeld 대학)에서 주제 발표.
  발표제목: “Sinn und Grenzen des Feuerbachschen Materialismus”
  (국제학회지 Ludwig Feuerbach und die Philosophie der Zukunft, Akademie-Verlag, Berlin 1990, S. 315-330에 게재) 
. 1992. 3. 15, 일본 Feuerbach학회에서 초청발표(東洋大學),
  발표주제: Warum vermißt man Feurbach in Südkorea?
. 1998. 8. 29, 국제Hegel 학회 제22회 Symposium(네덜란드 Utrecht대학)에서 주제 발표.
  발표제목: “Feuerbach oder Hegel? -Der Einfluß der Dialektik und des Materialismus auf die gesellschaftliche Veränderung Südkoreas”
  (국제 학회지 Hegels Ästhetik(Hegel-Jahrbuch 2000), Akademie-Verlag, Berlin 2000, S. 224-228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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