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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엘베시우스의 행복철학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유물론 강의 32
기사입력: 2020/12/08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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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엘베시우스의 행복철학
 
▲ 엘베시우스     ©사람일보
인간은 본성상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며 이러한 이기적인 본능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주장에서 엘베시우스는 에피쿠로스의 행복론을 수용하였다. 엘베시우스도 에피쿠로스처럼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라 영속적인 쾌락을 가장 높이 평가하였다. 그것은 육체적인 쾌락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쾌락이다.

그러나 이 양자는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쾌락은 육체적인 쾌락을 기저로 한다. 그러나 에피쿠로스와 엘베시우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고대 노예제사회가 무너져가는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면서 에피쿠로스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하고 사회와 정치로부터 눈을 돌려 친구나 동료 사이의 개인적 삶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였다. 누구에게도 고통이나 해를 끼치지 않는 전원적인 삶을 추구하였다.

이에 반해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사회를 건설하려는 열망을 갖고 있었던 엘베시우스는 법과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도덕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의 행복보다도 사회의 행복을 우위에 두었다. 그는 사회의 행복이 실현되는 곳에서만 개인의 행복도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사회의 행복이란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다. 그것은 민중의 보편적인 행복이기도 하다. 개인의 행복을 가늠하는 잣대는 사회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그는 개인주의 도덕을 넘어서 공리주의적인 도덕을 선호하였다. 에피쿠로스가 사회문제로부터 도피하였다면 엘베시우스는 거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엘베시우스는 스스로의 도덕론이 이기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쾌락주의라는 비판에 맞서 자기는 도덕적 행위의 근원을 객관적으로 제시한 데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기심을 모두에게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성적인 사회구조다. 인간의 잘못된 이기심이나 쾌락주의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서 찾으려는 것은 무용한 노력이다.

관념론철학은 사회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인간의 생득적인 관념에 의지하여 행복과 같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그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다. 엘베시우스는 감각주의를 사회문제에도 적용하고 개인의 행복을 사회생활 속에서 실현하려는 공리주의적 도덕론으로 넘어간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또 다시 자기애다.

혼자 사는 인간은 마음껏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타인과 부딪히는 인간은 행위의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타인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타인과 마찰이 생기고 나에게 고통이 다가온다. 그러므로 나의 행복을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 나는 타인의 행복도 고려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리주의적인 도덕의 근거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공리주의가 표방하는 기치다. 공리주의는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일종의 제한적 이기주의다. 특히 남의 재산에 손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자기 능력껏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주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공리주의 사상은 신분의 특권을 보장해주는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시민사회를 건설하려는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염원을 대변하는 이념이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성적 이기주의‘라 불리기도 했다. 엘베시우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랑스 계몽주의철학자들은 이러한 이념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봉건제를 무너뜨리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공리주의는 전통적인 종교철학과 관념론철학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 에피쿠로스     © 사람일보
엘베시우스가 추구하는 행복한 사회란 개인의 이해관계와 사회의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개인의 이기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결국 홉스가 말하는 늑대와 늑대의 싸움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엘베시우스는 두 가지 이기심을 구분한다. 잘못된 이기심과 올바른 이기심이다.

잘못된 이기심은 순간적 쾌락과 영속적인 쾌락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잘못된 이기심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려 한다. 이에 반해 올바를 이기심은 영속적인 쾌락과 미래를 생각한다. 쾌락이 무엇인가를 이성적으로 반성한다. 물론 이 이성은 생득적인 능력이 아니라 경험과 교육을 통해서 획득된 것이다.

이성적인 반성은 더 큰 행복을 위해 작은 쾌락을 포기하거나 내일의 쾌락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게 하게 한다. 쾌락은 행복과 직결되며 참된 행복은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을, 현재의 쾌락과 미래의 쾌락, 개인의 이해관계와 타인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데 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철학으로 예술읽기』(2020),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2020)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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