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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여의도 통신>
17대 국회 첫날, 지루한 샅바싸움
초선의원의 첫 의정활동 보고서
기사입력: 2004/06/15 [16:4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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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회의원 정청래입니다.
어제 제17대 국회 첫 본회의가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글로 '정청래'란 이름이 검은 삼각명패에 흰 글씨로 써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본회의장 오른편 맨 뒷줄에 위치해 있더군요. 서울 선거구 별로 쫘악 배치된지라 제 왼편으로 신기남 의원, 김낙순 의원, 원희룡 의원, 정청래 의원, 노웅래 의원, 정두언 의원 순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첫 본회의 때는 정당별 배치가 아니라 지역구별로 배치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옆자리에 한나라당 의원과 나란히 앉게 된 셈입니다.

시계 10시 방향으로 '정형근' 명패만 보이고(결석) 11시 방향에 '박근혜' 공주님도 다소 곧이 앉아 있었습니다. 전여옥 의원은 아래위로 뛰어 다니며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좌석 바로 앞에 머리채를 뜯겼던 그래서 열린 우리당 창당의 속도를 초스피드로 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미경 의원님이 앉아있고(머리카락은 안녕하시더군요.^*^) 네 번째 앞줄쯤에 홍준표 의원이 특유의 튀어난 이를 드러내 보이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옆과 뒤를 돌아보며 연신 웃고 있더군요.

본회의장을 휭하니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당 소속이든 한나라당 소속이든 당 소속과는 관계없이 서로 반갑게들 악수를 하더군요. 어떤 의원들은 뭐가 그리 기쁜지 서로 껴 앉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한 것처럼 생환한 납북가족처럼 눈물어린 상봉을 하더군요. 저는 초선이라 그런지 그 장면이 여간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였습니다. 가벼운 목례나 아니면 눈인사 정도면 너무도 충분한 일을 왜들 저러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멀리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앉아 있길래 일부러 가서 인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임수경 출판기념식 때 주최자로서 사회를 보았는데 그때 하객으로 참석해 주었고 임수경 아버님의 후배로 임수경이 어릴 때부터 '아저씨 아저씨'하고 불렀던 사이라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우리당 소속의원님들이나 민주노동당 권의원님 말고는 쫓아가서 인사를 할 사람이 없더군요.(인맥이 이래서야.....)

돌아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니 전자투표를 하는 장치가 있고 재석(파랑색), 찬성(녹색), 반대(빨강색), 기권(노랑색), 취소(하얀색) 순으로 버튼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왜 찬성 색깔이 노랑이 아니고 녹색일까? 라는 불만스런 상념에 잠겨있는데 누군가 옆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하더군요. 원희룡 의원이었습니다.
원희룡: 안녕하세요.
정청래: 안녕하세요.
원희룡: 정말 대단하신 분이더군요.
정청래: (..........).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화를 이어 갔다면 '사돈 남말 하십니다. 당신이 정말 대단하시지요. 서울대 수석에 사법고시 수석에 이번 탄핵 쿠데타 정국에 한나라당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당선되셨으니.....'라고 했을 것인데 그냥 말을 섞고 싶지 안아서 묵묵부답하고 노웅래 의원하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주제로 뻘줌함을 달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은 그대로였습니다. 3월 12일 탄핵 날치기 통과의 그 아수라 장, 혼란과 광분의 현장이 분명하거늘 그때 몸으로 격렬하게 대치했던 현장은 보존되고 있었습니다. 그 반역사적 사건현장에 있었던 주역들은 사라졌지만 반대편이든 우리편이든 그 사건에 동참했던 증인들은 생물로 살아서 움직임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서류뭉치가 날아가고, 국회의원 금배지가 날아가고, 구두가 날아가고, 국민들을 대신한 열린 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피맺힌 절규가 내리 꽂혔던 의장석의 그 푹신푹신한 의자도 의사봉도 박관용 국회의장을 몸으로 막던 국회 경위들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내 주변이 우리당으로 둘러 쌓였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세배쯤 늘어났다는 점일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저편에 자리잡았고 민주당과 자민련이 옆자리에서 대화할 '당우'들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만 빼면 본회의장 분위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잘했어'라는 야지성 농담이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그런 현장이었습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런 고함은 사라져야 한다.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존경하는 정형근 의원님! 요따위 말도 사라져야 한다.)

제 17대 국회 첫 본회에서 처리해야 할 의제는 원구성이었습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을 선출하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추천을 하고 동의를 받고 본인의 출마의지를 표현하고 정견을 발표하고 뽑으면 될텐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지금까지의 관행이 제1당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맞고 제2당이 부의장을 맞게 된답니다. 이를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루종일 한나라당이 물고 늘어졌던 것이 '부의장'에 대한 딴죽걸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국회법 제 12조(부의장의 직무대리)에 대한 조항을 위반한 법률 위반적 주장이었습니다.

그 법 조항은 이렇습니다. 의장이 심신상실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되어 직무대리자를 지정할 수 없는 때에는 소속의원수가 많은 교섭단체소속인 부의장의 순으로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따라서 이 조항에 의거 열린우리당이 부의장을 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다더군요. 다만 지난번 DJP 공조때 공동여당인 자민련(17석으로 비교섭단체)에 부의장 한 석을 할애한 적이 딱 한번 있는데 남경필 한나라당 협상대표가 부의장을 우리당이 차지하지 말고 비교섭단체에 주자는 억지를 부려서 개원 첫날 12시간 동안 299명 의원들이 정말 할 일 없이 본회의장 주변을 몸을 비비꼬아가며 턱이 빠질 정도로 하품을 하며 무위도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당 이종걸 협상대표가 남경필의 주장처럼 비교섭단체인 민주노동당에 주자고 미친척하고 주장했다면 남경필 의원 아마 식겁했을 겁니다. 비교섭단체에 그렇게도 간절히 부의장을 주고 싶으면 한나라당 몫을 주면 되지 왜 남의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지.....

한나라당의 또 다른 생떼를 들여다보면 더욱 화가 치밀어 오름니다.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임위화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미국은 국가 예산 편성권이 국회에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내에 예산 결산위원회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국회에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하고 결산하는 기능만을 하게 됩니다. 17개에 달하는 각 상임위의 '입법과 계획'은 예산으로 표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산결산 특위는 각 상임위에서 차출되어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예결위가 상임위가 되면 그야말로 옥상옥 상임위가 되어 각 상임위의 활동은 핫바지가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남경필은 '기존의 제도와 관행은 무조건 바꾸는 것이 개혁이다.'는 선동성 주장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고리로 원래 당근빠따로 뽑아야 되는 부의장을 뽑지 말자고 그 난리를 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지난 5월 3일 정동영-박근혜의 대표 협약이 그 근거입니다. 그 협약의 세 번째 조항에는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화.....등의 문제는 『국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예결위를 상임위화하자.'는 문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설화'도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내용인데 남경필은 '상임위화'를 무기로 공갈협박을 쳤고 우리당 협상팀은 모양새 좋은 개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수세적 방어를 한 것입니다.

6월 7일(월) 개원식이 예정되어 있고 이때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었기 때문에 협상에서는 깰 판이 아니라면 밀릴 수밖에 없는 뾰족수가 없는 불리한 판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저는 '의원총회에서 원칙에는 타협이 없다. 한나라당을 빼고 우리당 만으로라도 원칙대로 의장 부의장을 뽑자. 부의장 문제는 법률위반이고 예결위 문제는 이미 정동영-박근혜 대표협약을 같이 써놓고 억지를 부리는 양심불량이다. 이자들 필적감정이라도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 참 이상하지요. 그들도 한글을 읽을 실력은 되는데 왜이리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걸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무조건적인 싸우지마라'론에 근거한 셈입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개원이 지연되면 양비론으로 몰리고 그 책임은 다수 여당인 우리당이 더 불리하고 싸우지 않는 새로운 정치, 일하는 국회상은 한나라당에 결코 어울리거나 맞는 옷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고함지르고 몸싸움하고 해도 그들은 영남에서 안전하게 당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하나라도 건지면 보너스로 더욱 좋고....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사정이 그렇지 않습니다. 싸우지 않아야 되는데 그러면 모양새 좋게 가야하고 그럴려면 한나라당에 당근 몇 개를 줘야하고......그런데 여기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인데 그때가 문제입니다. 이번 국회 개원 첫날의 우리당 협상력을 약화시킨 것도 결국은 국민 여론에 대한 우려와 지레 겁먹는 '알아서 기는 전법'이 문제입니다. 언론은 아직도 문제를 정확히 보도하지 않고 사안에 크게 관계없이 양비론으로 몹니다. 그런데 이제 이 양비론도 열린우리당이 면피가 될 수 없습니다. 사안은 양비론이지만 책임은 70%쯤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언론이 문제입니다.

이번 개원 국회 첫날 벌어진 소동은 결국 언론에서 양비론으로 우리당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생떼소동의 핵심은 개원초기부터 우리당을 압박해서 알짜 상임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입니다. 그 알짜 상임위를 한나라당은 이미 법사위와 문광위를 꼽고 있습니다. 그중 협상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법사위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본인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가 결국 문광위원장을 놓고 빅딜을 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나라당 남경필의 속셈입니다.

왜 하필 문광위원장일까요? 언론개혁이 되면 그들은 국물도 없기 때문이지요. 언론이 정론직필하고 여야 다툼의 본질과 내용 과정을 제대로 보도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한나라당의 50년 울타리가 걷히게 되고 그들은 설땅이 없다.라는 살떨리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한나라당이 사활을 건 샅바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문광위에 전여옥, 고흥길, 최구식 등 한나라당 초호화 멤버를 이미 구성하고 자전거 체인 돌리며 몸풀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부의장은 다음에 뽑고 예결위 문제는 국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협상이 되어 지루한 12시간의 기다림이 끝나고 본회의장에서는 일사천리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원기의장이 217표로 당선되고 국회개혁특위가 찬성버튼(녹색)으로 불이 들어오면서 지루한 게임이 일단 싱거운 요식 행위로 막을 내렸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밤 11시 48분. 아침 10시부터 난생처음 시작된 지루한 하루일정으로 막내 동생이 국회의원이 되고 맞은 첫 생일이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가족들은 이미 돌아가 버렸습니다.

컴퓨터를 켜려고 테이블을 보니 『조선일보 역사 단숨에 읽기 1920∼』라는 찌라시 책이 열린우리당 정청래 귀하 앞으로 보내져 있더군요. 이놈들 정말 하루종일도 모자라 밤늦게까지 끝까지 염장을 지르고 열받게 하네요. 에구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언론개혁의 길이 간단치 않은 것처럼 짧게 잘 안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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