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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국가단체를 만든 사실이 없다”
‘아람회사건’ 재심 첫 공판...“강제로 유서까지 작성” 눈물
기사입력: 2008/12/13 [12:5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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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후유증으로 요절한 아람회사건 피해자 이재권의 부인인 박천희씨가 5.18국립묘지 고인의 묘소에서 슬픔에 잠겨 있다.     © 인병문 기자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이 그동안 반국가단체라는 누명을 쓰고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사망선고를 받고 생매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에서 학연과 지연 등 모든 사회적 관계가 파괴된 채 참혹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 가운데 대표적인 인권침해사례로 꼽히는 ‘아람회사건’의 재심 첫 공판에서 5공의 ‘반국가단체’ 고문 조작의 참상을 밝히는 재심 청구인들(박해전 황보윤식 정해숙 김창근 김현칠 박천희)의 모두진술이 진행되는 동안 청구인들과 방청인들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재심 청구인들은 사건 발생 27년여 만에 11일 오전 10시30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1981년 7월 중순 영장 없이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낯선 사람들에게 연행되었고, 한밤중에 두 눈을 헝겊에 가리우고 대전 보문산 대공분실 지하실로 끌려갔다”며 “그곳에서 8월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한달여 동안 불법 감금되어 물고문을 비롯한 온갖 극악한 고문을 당했으며, 심지어 강제로 유서까지 작성하면서 반국가단체로 조작됐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법원(서울고법 형사3부 재판장 심상철)의 재심 진행 결정에 대해 “‘반국가단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지나온 기나긴 세월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재심 진행을 결정한 재판부와, 진실화해위원회의 ‘아람회사건’ 진실 규명 결정과 재심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전진시켜온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원심판결의 부당성에 대해 “우리는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를 만든 사실이 없다”며 “5공의 법정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은 고문 조작과 공소사실의 허구성을 모두 밝혔지만 사법부는 진실을 외면했고, 당시 서울고법이 내린 ‘아람회사건’의 반국가단체 무죄 선고를 대법원이 뒤집는 것을 보고서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또 "과거사청산법에 의거해 설립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3일 ‘아람회사건’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5.18민중항쟁의 진실을 밝힌 현직 경찰관과 현역 육군대위, 검찰직원과 교사 등 국가공무원들을 경찰 검찰 군보안사 치안본부 안기부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합작하여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불법 고문을 통해 반국가단체로 조작한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이제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이 자신의 집권 유지를 위해 5.18항쟁의 진실을 밝힌 국가공무원들을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천인공노할 5공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청산되어야 한다”며 “아람회사건의 진실을 재판부가 밝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5공의 어두운 역사를 바로잡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심상철 재판장은 이 사건 재심 진행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 “2000년 4월26일 재심이 청구되고 서울고법은 2006년 7월26일 5.18특별재심 사유로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며 “청구인 중 김창근에 대한 서울고법 기각 결정에 이의가 제기되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왔다”고 밝혔다.
 
심 재판장은 이어 “그동안 청구인들의 신속한 재판을 요청하는 의견서가 수 차례 제출되었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대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재심 진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심 재판장은 재심 범위와 관련해 “서울고법이 애초 계엄법 위반 부분에 한해 재심 개시 결정을 했지만, 재판부가 추후 합당한 증거가 나오면 다른 부분도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이것이 충족되면 합당한 재심 범위를 정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들(법무법인 정평 변호사 박연철 김승교 심재환 황정화)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법원은 피고인들의 계엄법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에만 ‘5.18특별법’상의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하여 재심개시 결정을 한 바 있으나, 2007년 7월3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형사소송법 소정(제420조 제2, 5, 7호, 제422조)의 재심 사유도 존재함이 명백해졌으므로, 이에 피고인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위반, 집시법 위반죄의 각 부분에 대하여도 전면적으로 재심리하여 ‘유죄로 판결된 부분’ 전체에 대해 종국적 실체 판결을 다시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7월3일 ‘아람회사건’의 진실 규명 결정을 통해 “국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감금 및 가혹행위, 임의성 없는 자백에 의존한 기소 및 유죄판결 등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와 함께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 권고에 따라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재판장 이한주 부장판사)이 ‘오송회사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한 바 있어, ‘5.18특별법’의 재심사유와 진실화해위원회가 제시한 재심사유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될 ‘아람회사건’의 재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다음 공판은 2009년 1월15일(목) 오전 10시30분 서초동 서울고법 30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
 
아래는 박해전 재심청구인이 법정에서 한 모두진술이다.
 
국가공무원들을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5공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1981년 7월19일 오후 서울 흑석동 주거지에서 저는 당시 제가 재직한 중학교 학생들의 학기말 시험지를 채점하던 중 영장 없이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낯선 사람들에게 연행되었고, 한밤중에 두 눈을 헝겊에 가리우고 대전 보문산 대공분실 지하실로 끌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같은해 8월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한달여 동안 불법 감금되어 물고문을 비롯한 온갖 극악한 고문을 당했으며, 심지어 강제로 유서까지 작성하면서 반국가단체 ‘아람회사건’의 주동자로 조작됐습니다.
 
그로부터 27년여 만에, 재심청구일인 2000년 4월26일로부터는 8년이 지나 저는 ‘아람회사건’ 재심 공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먼저, 저는 ‘반국가단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지나온 기나긴 세월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재심 진행을 결정한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아람회사건’ 진실 규명 결정과 재심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전진시켜온 국민들께도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과거사청산법에 의거해 설립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3일 ‘아람회사건’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5.18민중항쟁의 진실을 밝힌 현직 경찰관과 현역 육군대위, 검찰직원과 교사 등 국가공무원들을 경찰 검찰 군보안사 치안본부 안기부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합작하여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불법 고문을 통해 반국가단체로 조작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고문조작에 의한 허위임을 밝히며 “국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감금 및 가혹행위, 임의성 없는 자백에 의존한 기소 및 유죄판결 등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와 함께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를 만든 사실이 없습니다. 5공의 법정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은 고문 조작과 공소사실의 허구성을 모두 밝혔지만 사법부는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당시 서울고법이 내린 ‘아람회사건’의 반국가단체 무죄 선고를 대법원이 뒤집는 것을 보고서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이 사건 피해자들이 반국가단체라는 누명을 쓰고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반국가단체는 이 땅에서 영원히 없어져야 할 주적을 지칭합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사회적 사망선고를 받고 생매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에서 학연과 지연 등 모든 사회적 관계가 파괴된 채 참혹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재권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1998년 요절하고 말았고, 다른 피해자들도 대부분 회복하기 어려운 심신의 장애를 겪어 왔습니다.
 
이제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이 자신의 집권 유지를 위해 5.18항쟁의 진실을 밝힌 국가공무원들을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천인공노할 5공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부디 아람회사건의 진실을 재판부가 밝혀주시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5공의 어두운 역사를 바로잡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8년 12월 11일
피고인 박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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