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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사이코패스 국가보안법
[김형근 특별기고] 우리 시대 국가보안법 폐지의 의미
기사입력: 2008/09/23 [06:4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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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극보다도 더 희극적인 국가보안법 기소 실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되는 상관관계이지, 까마귀가 나는 것과 배가 떨어지는 것이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니다. 학문의 방법론에서는 어떤 두 요소가 필연적 인과관계로 성립되려면, 두 변인 사이의 시간적 선후는 물론이고 둘 사이의 관계가 거짓이 아닌 참 관계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추론하는데 이러한 초보적인 방법조차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통일교육 관련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 역시 까마귀가 날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배가 땅에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방법론상 중대한 오류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 : 관촌중에서는 일일이성운동을 하였지요? 피의자가 그대로 전제한 관촌중학생회의 문건을 보면 아침 표어로 ‘나는 우리 조국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여야 하나?’, 저녁 표어로 ‘나는 오늘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를 채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맞는가요?
 
답 : 진술을 거부합니다.
 
문 : ‘김정일 장군 조국통일론 연구’라는 책자 내용 중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통일만 생각하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침에 깨어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하며, 모든 생각은 통일과 잇닿아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공장을 하나 건설해도 통일에 보탬 줄 생각을 해야 하고 풍년이 와도 통일의 밑천을 굳건히 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김정일 장군의 통일자세이다.’ 라고 적혀 있는데, 위의 표어 내용과 비교하여 전혀 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요?
 
답 : 기가 막힙니다. 진술을 거부합니다.
 
문 : 단순히 문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와 자세에 대해서 비교해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위의 ‘김정일 장군 조국통일론 연구’라는 책자 내용과 관촌중 학생들이 채택한 표어가 일부 문구를 제외한다면 거의 일치하지 않나요?
 
답 : 진술을 거부합니다.
 
위의 문답은 통일교육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검찰 신문조서의 내용 중 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만든 표어와 북의 주장이 실질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데도 필연적 연관을 만들어 그냥 혐의를 씌우기 위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의 대부분이 어떤 행위나 표현들을 선별적으로 발췌하고는 그 부분만 무리하게 유추 확대해석하여 단정하거나 잘못된 유비를 통해 북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찬양, 고무, 동조하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공안사건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위의 사례도 통일교육 우수시범학교 학생들이 '일일이성(一日二省) 운동'이란 작은 실천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실이 쉽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려든 경우이다. '일일이성(一日二省) 운동'이란 남북을 오가는 6.15열차를 형상화시켜 작은 스티커를 만들고, 이것을 집과 교실 책상에 붙여놓고 아침과 저녁으로 통일과 우리의 할 일을 생각해보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직접적 계기는 공자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의 교훈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자의 일일삼성을 교과로 가르쳐 주었는데, 학생들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열정과 창의를 합한 작은 운동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운동은 외부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내부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것이어서 학생들의 행동성향 및 교과공부까지 다방면에서 인성과 지성의 발달이란 교육적 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일일이성 내용 중 일부만을 뽑아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나 자세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인과관계로 등치된 진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런 슬프고도 희극적인 추궁과 답변, 이로부터 비약되는 단죄를 가능하게 하는가? 학생들의 작은 통일 열망, 이마저도 용납하지 못하는 국가보안법의 녹슨 제한성은 비단 이런 학문과 교육에서만 비합리적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인간 이성이 이루어 놓은 모든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혹은 자기 검열이라는 간접적 형태로 족쇄를 만들고 있다.
 
2. 시민적 권리와 민주주의, 근대와 탈현대의 가치마저 비웃는 국가보안법
 
현재와 같이 국가보안법이 예측하기 힘든 자의성으로 인간 활동에 비합리적인 통제를 한다면, 일반 시민이 어떤 행위가 법의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사전에 일일이 북한의 서적 등을 읽어 보아야 하며, 그와 동일한 문구나 맥락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취사선택해서 사용할 때만 법률 위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서적을 읽는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사항에 해당되는데, 법을 지키려고 법을 위반하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국가보안법 하에서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기본권조차 질식되고 만다.
 
근대 이후 인간의 인식발전에서 가장 손꼽는 것은 과학적 사유체계이다. 인간을 온갖 주술과 미신에서 해방시킨 과학은 자연과 사회의 경험 현상에 대한 이론적 체계화가 가능하게 했고, 합리적 토론과 비판, 그리고 예측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래서 합리적 인간에 대한 믿음은, 그것이 오늘날 다소 비판과정에 있다할지라도, 예측 가능한 실증성과 결합하여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를 이루고 있고 인간 사유 발전의 보편적 기준으로 되고 있다.
 
법률영역에서도 구체성과 명확성의 과제는 법조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합리적으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이런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기준과 믿음을 뿌리 채 흔들어 버리고 만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을 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을 알면서’나, ‘(위)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7조 5항)’ 등의 주관적인 모호성과 ‘찬양, 고무, 동조, 선전’이라는 개념의 불명확성은, 판단주체가 공안기관이어서 한 시민의 양심과 사상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은 광범위하게 남용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이미 법조문에 명문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근대 이후,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범위는 매우 엄격해서 타인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한다던가, 전체의 공공선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아니라면 어떤 이유로도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모든 종류의 일당 독재와 자의적 지배를 부정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시민적 자유의 범위는 체제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의 영역까지 확대되어 수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주의는 이념이나 가치의 상대성을 존중하며, 사상과 정책이 어떤 제한도 없이 평등한 경쟁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고지가 되고 사회적 동의를 통하여 선택하는 것이며, 반대의견도 존중될 것이 요청된다. 그런데도 공안당국의 판단만으로 근거 없는 믿음만 존재하는 중세기 마녀사냥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모든 시민적 권리, 인간 이성을 깡그리 비웃는다고 할 수 있다.
 
탈현대사회에서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정보화 사회라는 관점으로 좁혀서 이야기해보면, 국가보안법은 사이버 세계를 전근대적 낡은 법으로 제어하려는 돈키호테와 같은 괴상한 법제임이 금방 드러난다.
 
최근 일련의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의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해당하는 부분은 컴퓨터 하드에 보관되어 있거나 삭제된 내용(기술적 하드 복구를 통해 확인 가능)에서 증거자료를 삼고 있다. 또 인터넷 게시물에서 유포의 증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증거는 대부분 디지털 이미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가시적 실체물은 아니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 악의적으로 이전, 조작, 변조가 쉽게 가능한 것이 디지털 부호의 특성이고, 설령 본인이 어떤 파일을 열어보고 의미 없는 자료로 판단해 삭제했다고 한다면 증거로서 의미는 상실될 텐데, 이런 가변성 있는 디지털 부호를 국가보안법 위반의 판단자료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이버세계이다. 사이버 공간은 개인의 정치적 욕구 분출뿐만이 아니라 놀이적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게시물이 자유롭게 생성, 유통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상공간의 표현들을 전근대적인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새 술을 구멍이 난 썩은 포대에 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가상세계를 증거로 체제 전복이나 이적 죄를 묻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가?
 
이와 같이 근대 합리성의 관점에서나 탈근대의 관점에서도 전혀 존립근거가 없는 이런 법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도 살아남아 시민들에게 살벌한 협박을 하며 위력을 가하고 있는 데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특수성, 해결하지 못한 과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3. 제국주의 통치의 잔재로 남북 갈등을 고착하고 심화시키는 국가보안법
 
애당초 국가보안법이라는 법률 자체는 국가를 절대 선으로 간주했을 때만 성립할 수 있는 법이다. 여기에서 국가란 근대 민족국가 형태를 말하는 것이고, 아쉽게도 근대 민족국가가 절대 선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근대 민족국가는 필연적으로 제국주의 침략적 성격으로 전환되었으며, 제국주의 국가에서는 체제유지에 저항하는 모든 형태의 시민 행동과 표현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양상으로 전개해 왔다.
 
우리를 침탈한 일제의 식민지 법제인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의 전신)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치안유지법 제 1조에 따르면 ‘국체(國體)를 변혁하고 또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결사를 조직하거나 또는 그 정(情)을 알고서 이에 가입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국체인 일본제국의 주권을 보호하고 조선독립을 탄압하는데 적용하였던 법이다.
 
제국주의 식민지 침탈에서 해방을 이룬 대부분의 신생 독립국가들은 과거 식민지 시대의 인적 물적 제도적 지배구조를 청산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었지만, 우리는 대부분 친일잔재를 유지시켜오는 역사적인 우(愚)를 범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식민지 유제에 대한 반성적 성찰 없이 국가보안법이란 괴물로 유지시켜 온 것이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적 통치의 연속성을 심각하게 의심하고 고려해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후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남한 사회에서 군사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됐고, 일반 시민들의 일상사까지 옥죄는 전 국민적 사상탄압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분단된 나라에서 남에 의해 부추겨진 이념대립 양상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분단의 법적 기재로 더욱 남북 갈등을 심화 고착시켜 왔다. 이승만은 자기의 ‘북침무력통일론’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해서 진보당 조봉암을 사형에 처했고, 역대 정권과 공안당국 역시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수많은 통일애국세력을 사형에 처하는 등 무서운 탄압을 하며 조국통일 논의조차 가로 막았음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도 ‘미군철수’를 주장하면 북과 같은 주장이라 하여 ‘친북이적’이라는 딱지가 붙고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 군사주권은 자주성과 독립성의 기본 표식인데, 우리 군사주권은 해방 후 미군정 지배와 대전협정으로 군사주권 양도 등을 거쳐 현재까지 작전 지휘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이고, 우리 영토에 외국군대의 진지를 허용하고 있으며, 해마다 엄청난! 주둔유지비용을 대주어야 하는 등 기형적인 상태이다.
 
북이 더 이상 남침 능력이 없는 조건에서 ‘미군철수’ 주장은 자연스러운 자기 존엄성의 요구이자 생활상 요구인데도, 국가보안법의 기제는 이를 아주 쉽게 ‘이적’으로 단죄한다.
 
4. 국가보안법 폐지의 절실한 이해와 요구
 
동족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개념 규정해야만 했던 냉전시대 풍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냉전이 사라지고 사회주의가 몰락되어 새로운 지구촌 환경이 모색되는 오늘날까지 북을 그렇게 규정하는 일은 코미디이다. 1972년 7.4남북공동선언에서부터,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과 그 해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과 10.4선언은 북을 더 이상 적이 아니라 통일로 가는 특수 관계로 규정, 상호 존중과 평화통일의 원칙을 세웠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평화적 통일의 대상은 동족인 ‘북한’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북이 더 이상 적이 될 수 없음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억압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한,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위에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기형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보안법은 수많은 논리적 오류와 인간의 합리성 왜곡, 근대 시민적 권리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국가폭력의 법제이다. 또 탈근대적 맥락에서도 현실에 조응하지 못하는 전근대적 유제일 뿐이어서 법을 집행하거나 당하는 대상자에게 어떤 보편적 설득력도 가지지 못한다.
 
이 법은 식민지 지배와 남북분단이라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고난의 틈바구니에서 비정상으로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으며 민족통일에 커다란 난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혹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시 처벌 공백의 문제나, 국민 정서 문제 등을 이야기 하며 폐지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이런 우려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 형법 등으로 충분히 법집행이 가능하고, 이미 폐지 주장에 국민의 70%이상이 찬성을 하고 있어 악법의 기제를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절실한 이해와 요구들은 안팎의 자충수에 빠진 신생정권의 출로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며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초기에 깊어진 불신에서 상호 신뢰로 다시 회복해야 하는 남북관계 해결의 고리가 될 수 있으며, 단일민족의 화해와 평화, 상생과 통일, 그리고 번영의 기본 틀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중요한 매개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정권이 아니더라도 21세기 시민으로 사는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이 반드시 해결하고 말 것이다. 공안 사법당국자들은 국보법 자체의 태생적 한계와 적용과정의 문제점이 다대함을 다시 새겨주길 바라며, 기존 국보법 판례들이 경험적 보편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바로 깨닫고 어떤 국보법 위반 사건도 관성이나 편의에 기대어 쉽게 규정하거나 판단하지 말기를 바라며, 폐지될 때까지는 법적용에 더욱 신중하길 바란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이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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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흙 08/09/23 [15:51]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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