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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변인으로 전락한 이명박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분석] 외교, 경제, 군사 모든 부문에서 민족이익 저버려
기사입력: 2008/04/24 [09:3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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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한 쪽에선 이른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합의했다고 축하하지만 다른 한 쪽에선 ‘퍼주기 동맹’이니 ‘조공외교’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도 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전면 개방하면서 정상회담 결과는 이미 결정났다고 할 수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합의사항은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 ▲주한미군 규모 유지와 방위비 분담제도 개선 ▲대북 공조 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비자면제 프로그램 연내 시행 ▲이라크, 아프간 대응 협력 등이다.

전체를 놓고 보아도, 하나하나 항목을 따져 보아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미국의 압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 셈이니 ‘대미 퍼주기’라고 해야 맞겠다.

정상회담 결과를 구분해보면 대략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한미동맹 문제, 대북 공조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광우병에 무방비 노출되고 FTA로 경제 파국까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서 암소 한 마리 가격이 496만원에서 472만원으로, 20일엔 43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가락동 도축장에는 도축을 기다리는 소가 평소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다.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소는 물론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전면 개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축산업계의 몰락으로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미국은 최근에도 버지니아 주에서 22세 여성이 인간광우병 증상으로 사망해 보건당국이 확인에 나서는 등 광우병 위험이 높은 나라다. 광우병은 발병원인과 감염경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으며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병이다. 특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검역주권을 사실상 넘겨주었다. 심지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없다.

이처럼 국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광우병 쇠고기를 이명박 정부가 전면 개방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연내 비준을 요청하기 위한 ‘선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기가 우연히 일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상공회의소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FTA에 걸림돌이 되었던 쇠고기수입문제가 합의됐다고 들었다”고 하였다. 타결 전날인 17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도 한미정상회담 사전브리핑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의회에는 한미 FTA에 찬성할 태세가 돼 있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여 쇠고기 협상을 빨리 타결하도록 압박하였다.

그렇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에게 ‘선물’까지 줘가며 비준해야 할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전혀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이 요구하는 개방과 규제철폐, 민영화를 철저히 요구하면서 양극화를 부추기고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 예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타고서 ‘배가 크고 좋다’고 떠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동반 자살 행위다. 이명박 대통령이 살리겠다던 경제가 ‘미국 경제’가 아니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폐기해야 한다.

21세기 새로운 전략적 동맹인가 전략적 예속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하였으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연설에서는 “21세기의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해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짜야 하며 그것은 바로 ‘21세기 한미전략동맹’으로 부를 수 있다.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 동맹의 3대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21세기 한미전략동맹의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가치동맹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가치동맹에 대해서 “우리 양국은 명실공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동맹은 이 같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할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고 해설했다.

가치동맹이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뜻하며 그동안 부시 대통령이 주장해온 외교 방향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11월 민주주의재단(NED) 20주년 기념식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 중심의 외교와 권력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같은 시기 영국을 방문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시장경제 등 가치와 이념의 공유를 심화, 확산시키자고 주장하였다.

지금 미국이 가치동맹을 내세우는 것은 향후 북미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6자회담에 따라 언젠가는 북미 간 관계정상화를 하게 되며 이는 남북관계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근거로 한미동맹을 맺고 주한미군을 배치한 미국에게 한반도에 발을 붙일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새로운 한미동맹의 명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 년 전부터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을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지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미 사이에 전략적 유연성, 작전지휘권 환수 등이 논의된 것도 모두 이와 연결되는 내용들이다. 미국에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였다. 이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의 변화와 무관하게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하고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를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전력을 현재 가장 적절한 수준으로 판단해 그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세 변화에 따른 감축 계획이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뢰동맹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신뢰동맹에 대해서 “가치의 공감대 위에 한국과 미국은 군사,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서로 공유하는 이익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신뢰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해설했다.

신뢰동맹은 동맹관계를 군사동맹에서 확장하여 전 영역으로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비자면제 프로그램 연내 시행 등을 합의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연내 시행되면) 양 국민이 경제뿐 아니라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가 더 확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하였다. 신뢰동맹은 결국 한국과 미국의 동질화를 촉진하는데,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결국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은 미국에게 더욱 예속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평화구축동맹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구축동맹에 대해서 “한미동맹이 동아시아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한미동맹의 방어적 성격을 규정하고 제3조는 한미동맹의 범위를 양국 영토로 한정짓고 있다. 또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국군의 임무를 국토방위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평화구축동맹은 한미동맹의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였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고 밝혀 방어적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레바논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이 세계의 안전과 평화에 긴요하다. 대테러 국제연대와 PKO활동 등 범세계적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하여 이라크, 아프간 등에 대한 미국의 요청을 적극 수용할 뜻을 비쳤다. 이렇게 되면 평화구축동맹은 사실상 ‘침략동맹’이 되며 한국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테러대상국’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21세기 새로운 전략적 동맹관계는 사실상 전략적 예속관계나 다르지 않다. 실제로 ‘방위비분담(SMA)제도 개선’이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과 미군기지 이전비용 증액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 3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월터 샤프 차기 주한미군사령관 후보자는 “미2사단 이전 비용을 미 예산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서 충당한다”며 미2사단 이전 비용의 절반 정도를 한국측에 요구할 뜻을 밝히고 또 현재 43% 수준인 한국의 주한미군주둔비 비율을 50%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대외군사판매(FMS) 구매국가 지위 격상’도 미사일방어(MD)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평화방송 라디오의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은 “구체적인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다 MD다 이런 것들은 현재까지 정부 내에서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지만 그것이 7월에 (2차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될지 안 될지에 대해서 아직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다”며 “앞으로 저희들이 검토를 해 나가야 될 사항”이라고 말해 PSI, MD 등을 검토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여기에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여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3각 동맹’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시사주간지 ‘시사인’ 30호에서 보도한 ‘한미동맹 6단계 로드맵’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한미동맹 6단계 로드맵’이란 ▲한미일 3각 동맹을 중심으로 한 범태평양 안보협의체(PAFSU) 결성 ▲PSI, MD 가입 ▲첨단무기판매 ▲한반도 안보시스템 개편 ▲작전통제권 재협상 ▲경제협력을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담근 것이다.

왜 미국 내 대북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대북강경정책에 대한 한미공조가 이루어진 점이다. 특히 북미 싱가포르회담 결과를 부시 대통령이 승인했다는 백악관의 발표가 있고 9.19 공동성명 2단계 조치가 이행되고 3단계로 넘어갈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역행하는 발언들이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 연설에서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역시 북한이며 북핵문제를 해결해야만, 그리고 북한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도록 해야만 한반도의 궁극적인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였다. 특히 북한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말은 북한 체제를 건드리는 것으로 당연히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또 차세대 한인동포와의 대화에서는 “(북한이) 위협한다고 북한을 도와주고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의 발언을 군사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사적 발언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여 남북관계에 대한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까지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북한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조속히 폐기하도록 6자회담을 통해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6자회담의 성격과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6자회담은 명백히 북한과 미국 사이의 치열한 외교전이 중심이다. 또한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6자회담은 ‘북핵폐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나머지 목적은 생략한 채 북한을 압박하는 내용만을 강조하며 북미 간 줄다리기에서 미국 쪽 줄을 잡는다면 이는 6자회담에 참가할 자격을 스스로 내던진 것과 다름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철저히 미국 입장에 서서 오히려 미국보다 한 발 더 나가는 발언까지 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제공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발언하였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 신고와 검증이 불성실하게 되면 지금은 쉽게 넘어가지만 먼 훗날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북한의 신고는 적당히 해서 넘어갈 수는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비핵, 개방, 3000’을 포함한 한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고 설명하였다. ‘비핵, 개방, 3000’의 본질은 결국 그동안 미국 내 대북강경파들이 주장해온 ‘선핵폐기’, ‘북한 체제 붕괴’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행동 대 행동’ 합의에도 맞지 않고, ‘주권’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미 ‘비핵, 개방, 3000’을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들을 시원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대북강경파들을 대변해준 꼴이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이 6자회담을 통한 북미 대결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는 미국이 이명박 정부에게 가장 원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북한 눈치에 차마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판을 뒤엎고 있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 3단계 합의가 회자되는 지금 부시 대통령이 임기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종전선언을 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것도 결국 한미정상회담의 미국 측 성과(?)라고 하겠다.

이처럼 한미정상회담이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방향에서 진행되었음은 미국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 10년간 가장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이라고 극찬하였으며,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가장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케빈 닐러 국제정책포럼(FIP) 선임연구원도 “이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와 개인사는 미국에서 초당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90점 이상 매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과연 몇 점을 줄 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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