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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의 <글이삭>
스타킹 신은 남자가 멋지다
고유가 시대의 정신무장 '남자 스타킹'
기사입력: 2007/11/18 [11:3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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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면서 겁을 주더니 이제 100달러를 넘나든다. 지구상에 또 오일쇼크가 올 것 같다. 화석연료의 대표적인 석유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증기기관차 발명 이래 석탄시대가 100년이었다면, 석유시대도 100년이 다 넘어가니 바닥을 칠 때도 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산하는 아름답지만, 에너지 자원은 부족하다. 석탄은 강원도와 북녘 땅에 그런 대로 묻혀 있어서 에너지원으로 잘 파먹었는데, 석유는 묻혀 있는 곳이 없다. 포항 앞바다에서 천연가스가 조금 나올 뿐이다.

해외 유전을 개발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일부 들여오고 있지만, 전체 소비량에 비하면 병아리 눈물 급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4위를 다투는 석유 수입국이다. 지난해 석유 수입액은 800억 달러로 수입 총액의 25%나 된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내년에는 9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다.

서한만에 석유가 솟는 날, 삼천리에 기쁨이

석유는 끝내 한반도를 외면하는가. '검은 진주'는 이 땅에 없는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서한만(西韓灣), 그러니까 평안북도의 서쪽 바다에 50억~4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거라는 달콤한 뉴스가 전해진다. 아시아 최대규모이다.

이 양이면 몇 십 년을 남북한이 나눠 쓸 수 있다. 이미 서한만과 가까이 있는 중국쪽 발해만에서 대유전이 발견되었다(참 아깝다. 고구려, 발해시대에는 우리 바다였는데....). 서한만에는 발달된 배사구조의 해면이 잠복되어 있어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10월초 남북 정상회담 후의 공동선언문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서한만 유전 개발을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비록 공동선언문에는 빠져 있지만,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탐사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짐작된다.

애국가에 나오는 대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서한만에서 콸콸 질 좋은 석유가 분출하게 되면 삼천리강산이 함께 기뻐할 일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이나, 우리가 극빈국가이던 시절에 서한만 석유가 발견되었다면 그 석유는 어떻게 되었을까. 강대국들의 기름창고로 전락해서 지금보다 더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우리 힘으로 시추하고 개발해 쓸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이 있는 시점까지 꽁꽁 숨겨둔 하느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서한만에서 나올 '검은 진주'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갈수록 지구에 석유가 고갈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인류 전체의 명제이다. 대체에너지, 환경에너지로서 풍력, 조력, 태양열 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대관령에 솟아 있는 풍차 바람개비는 멋진 관광거리도 되지만, 우리에게 오염없이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꿈을 이뤄주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바다를 이용해서 조력발전을 하는 것도 연구되고 있다.

다른 한 방법은 절약이다. 에너지를 아껴쓰고,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같은 양의 휘발유로 좀 더 주행거리를 늘이는 고효율 연비 자동차 엔진을 개발해야 하고, 대형차보다는 소형차의 보급에 힘써야 한다. 또 중유나 경유로 공장을 가동해도 에너지 단위 당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로 바꿔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릴 적 유치원에서 잘 배웠다. 한 등이라도 집안의 전깃불을 아끼고, 웬만하면 에어컨이나 보일러의 가동을 줄여서 석유 소비를 덜하는 생활을 습관화해야 한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든다. 석유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지출이 커진다. 벌써, 농촌에서는 채소의 겨울 비닐하우스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렇다. 도시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난방비는 턱없이 오르니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주부의 가슴이 움츠러든다.

하체가 식은 남자는 매력 없어

고유가는 피할 수 없는 생활의 먹구름으로 닥쳐온다. 기름값이 오르면 생필품 값도 따라 오른다. 이 먹구름을 이겨내기 위해서, 생활의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그 중 한 방법으로 이번 겨울부터는 남자도 내복을 입자.

내복은 두껍고 답답해서 싫다면, 스타킹을 신자. 스타킹은 부피에 비해 보온성이 뛰어난 의류이다. 여성들이 미를 과시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무기가 바로 스타킹이다.

도시 남자들은 대개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팬티에 바지 하나만 달랑 입는다. 특히 젊은 남자들은 내복을 입지 않는 것을 건강의 증표처럼 여겨 억지로 참는 경우가 많다.

꼭 기름 절약 때문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하려면, 기혈이 잘 순환되고 쓸모없이 기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추위를 참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활동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보온을 할 수 있는 의류가 바로 스타킹이다.

뜨거운 물이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인체는 정반대이다. 상체가 뜨겁고 하체가 차가우면 기가 막히게 된다. 두한족온(頭寒足溫)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다.

머리라 함은 목 위 전체를 말하고, 발은 신발 신는 부위만이 아니라 아랫도리 전체를 말한다. 어릴 적 겨울철에 추운 강에서 썰매를 타고 신나게 놀다가 집에 오면 먼저 아랫목 이불 속에 발을 묻고 몸을 녹이던 것도 그런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건강체의 으뜸으로 꼽는다. 즉, 심장의 뜨거운 열에 덮여진 피가 아래로 잘 내려오고, 하체의 차가운 피는 위로 올라 피돌기가 원활히 되어야 건강하다는 말이다.

겨울에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병이 많은 것도, 하체의 보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하체가 차가우면 무릎 관절도 약해진다. 상체의 보온도 중요하지만, 하체의 보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겉만 멀쩡하고 하체가 차가워 몸의 기가 쑥 빠진 남자는 여러 가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노인이 되면 수족이 시린 것도 같은 이유다.

가난했던 옛날에는 겨울이면 남자들도 꼭 내복을 챙겨 입었고, 그보다 더 추우면 솜바지를 입어 하체를 보호했다. 제법 밥술이나 먹게 되면서부터, 내복을 벗어던졌다. 옷태가 잘 나지 않아서, 좀 답답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난방설비가 잘 되고 실내온도를 높이니까 그렇지, 씨방이 오그라붙을 온도라면 입지 말라고 해도 찾아 입을 것이다.

스타킹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스타킹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추위를 막아주는 목이 긴 양말일 뿐이다. 건강하고 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하체를 따뜻이 해야 한다. 아내들이여, 자기 스타킹만 사지 말고, 남편 아들의 스타킹도 사서 사랑하는 남자들의 하체를 지켜주자. 스타킹 신은 남자, 그대가 애국자다.



박상기 기자는 고려대 불문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새>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여년 동안 언론계에서 활동하며 월간 <한국인>과 주간 <시사저널>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작품으로 <홍수의 밤> <사해> <대기발령> <밤꽃> 등 20여 편의 중, 단편을 발표했으며, 작품집 <서울피라미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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