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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내 시도 빼앗아간다
[시] 빈곤과 통제, 부자유의 세계화를 넘어 평등 평화의 세계화를 위해
기사입력: 2006/03/21 [05:5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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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이 지난 17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강제토지수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 언론노조 이기범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한 잔의 진한 커피
한 잔의 맑은 녹차와 어우러지는
양장본 속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

그러나 나는 늘 거리에 서야만 한다
너희가 쓰다버린 850만 비정규직 쓰레기인간들에 대해
노래해야 하고, 일손을 빼앗긴 350만 농민의 시퍼런 절망에 대해
노래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밀려 다시 세 번째 생의 이주를 앞두고 있는
팽성 대추리 노인들의 얼굴 위에
너희들이 늘씬 퍼부어주던 포탄 선물을 받으며
피투성이로 울부짖던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겹치며
다시 나는 거리에 서서 분노와 증오로
피 어린 시를 써야만 한다.

그렇게 너희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간다
아름다운 시를 빼앗아 가고
내가 좋아하는 내 영화를 빼앗아가고
내 친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이젠 그도 모라자
내가 쓰는 전기를, 통신을, 언론을, 가스를, 물을, 약품을
송두리째 모두 너희의 것으로 내어놓으라 한다.
 
100원에 쓰던 것을 1000원에 사라하고
1000원으로 살 수 있던 생태적 삶을
10000원짜리 경제적 삶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라 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이젠 모두
너희의 허락을 맡고 써라 한다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세계화라 한다.

빌어먹을 이런 개똥같은 게 세계화라면
나는 내 온몸에 불을 사질르고라도
전세계의 반민중적 세계화를 반대한다
이것이 21세기 선진 세계시민사회라면
난 정중히 그 세계시민사회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 손으론 미사일 버튼을 잡고
한 손으론 조약서를 들이미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인가
오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완용의 잔재들이여
너희의 역사의식 속에서
을사조약은 여전히 구국을 향한 결단이었으니
오호, 아직 끝나지 않은 김영삼의 잔재들이여
너희의 역사의식 속에서 IMF 신탁통치는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세계화의 대세였으니
오호, 민중이여!
이제 우린 다시 갑오농민전쟁가를 불러야겠구나
오호, 다시 오늘의 이 땅을 죽음이라 부르고
87년 6월과 7,8,9의 함성을 준비해야겠구나.

너희가 준비한
퇴행의 세계화 무장한 세계화
빈곤의 세계화 양극화의 세계화
초국적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획일의, 통제의, 부자유의 세계화에 맞서
평등 평화의 세계화를
다양한 인류의 다양한 세계화를
웃음과 사랑과 연대와 나눔을 실현하는 민중의 세계화
변혁의 세계화를
이제 곧 준비해야겠구나.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않으리
한낮의 꿈만은 아니리
아, 변혁을 노래하고 싶은 밤
아, 해방을 사랑하고 싶은 한 밤.

* 송경동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이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문화인들 모임 ‘들사람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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