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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예속적’인 태생적 한계 가져”
[강정구 교수의 논문 연재 3] 한미관계의 비판적 검토와 새판짜기
기사입력: 2005/10/14 [04:3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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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지난 9월30일 오후 2시 서울대 문화관 국제회의실에서 ‘요동치는 한반도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정세 토론회를 열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가 이날 발표한 학술논문 <한미관계의 비판적 검토와 새판짜기> 전문을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각주는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괄호에 넣어 파란 글씨로 처리했다.(편집자)


2) 예속성
 
미국은 한민당 등 친일반민족세력과의 동맹을 특성으로 하는 한․미동맹을 1948년 단선단정 선거인 5.10선거에서 철저히 관철시킨다. 1948년 5월 10일 시행된 5.10선거에서 미군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 15명 가운데 13명을 한민당 요원으로 구성했다.
 
새로 창건될 남한정부 내에 이들 친일‧친미파인 한민당과 친일대부인 이승만의 독립촉성회 세력을 굳건히 심어 놓아 미군 철군 후에도 미국의 터전을 굳건히 닦아놓겠다는 사후관리의 일환이었다.
 
5.10선거 자체가 400여 정당사회단체 가운데 겨우 10%정도만 참여했고 모든 좌익, 모든 중도, 김구 등 우익세력의 다수까지 선거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10%정도 선거에 참여한 소수집단인 한민당, 이승만의 독촉 등 극우분단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투표이전에 이미 결정이 나 있었던 셈이다.
 
(이에 관해서는 강정구, “5.10선거와 5.30선거의 비교연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국과 국제정치>, 통권17호, 1993년 봄-여름호 또는 (강정구, 1996: 79-110)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제한된 5.10선거를 통해 미국은 ‘독립’된 남한사회가 지향하는 정책목표 설정의 대표체인 국회에 친일친미파를 확보하여 미군정이 추구한 정책목표와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그 뿐 아니라 주어진 정책목표를 실현시키는 수단을 맡고 있는 행정부 내의 행정실무 관료 또한 미군정의 관료를 고스란히 이양해 집행부서 내에도 친일친미파의 세력을 그대로 전승시켜 이중의 동맹체를 확보했다.
 
이같이 미국은 조선의 내재적 역사궤도나 이데올로기적 지향을 봉쇄하고, 대소 반공보루 구축이라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에 입각하여 남쪽에 일제식민지 구조와 친일반민족 세력의 서식처를 복원.강화시켜 한.미동맹의 터전을 구축했다. 이어서 미국은 이승만 정권에 미군정의 사회‧정치‧통치‧인적 구조를 고스란히 전승시켰다.
 
곧, 미국이 남조선에 강요한 타율적 역사, 곧 일제식민지 통치구조와 친일반민족 세력을 온존 및 강화시키고, 분단을 강제하면서 이승만 정권을 출발시킨 것이다. 이로써 예속적 한.미동맹은 독립을 표방한 대한민국에 정착화 되었다.
 
이 결과 미국은 6.25전쟁이라는 통일내전이 발발하자 바로 3일 만에 남의 집안싸움인 내전에 마치 자기들이 주인인 것처럼 개입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은 이 땅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예속적인 한.미군사동맹을 완결시켰다.
 
이제까지 살펴본 대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국가와 국가 사이의 필요에 따라 대등한 동맹관계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수립되기 이전에 미국은 미군정을 통해서 친일반민족 집단들을 하위동맹자로 보호 육성하여 이들이 하위 동맹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은 호혜평등과 상호존중의 관계가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철저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예속적 동맹관계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
 
이 예속동맹관계는 철저하게 군사적 예속을 바탕으로 하여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에까지 확산되어 남한사회 기성주류의 심성까지 숭미 자발적 노예주의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의 전형인 정부각료와 외교안보 관료
 
이러한 예속성은 우리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군 이라크파병에 즈음한 참여정부 각료의 행위를 통해 이 예속성을 확인해 보겠다.
 
2003년 3월말 이후 이라크파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남한사회 주류 사이에서 숭미 자발적 노예주의 예속성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과거 60년 동안 해왔듯이 한.미동맹에 관한 필연론, 강화론, 국익론, 보은론, 친구 의리론, 숙명론, 혈맹론 등 온갖 수사를 다 붙이면서 미국의 요구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맹목적 추종을 외쳤다. 이들에게는 아무리 맹목적일지라도 또 온갖 반인륜적인 짓이라도 한.미동맹 핑계만 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고 그것만이 살길인 것처럼 한.미동맹이 '선험적 진리'화되고 있다.
 
2003년 9-10월 한.미방위조약 50주년을 앞두고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준' 미국이 힘든 상황이니 한국이 도와줘야 한다면서 보은론을 꺼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외통장관, 주미대사, 통일부장관, 경제인연합회 등이 마치 각본이라도 짠 듯이 잇따라 파병 찬성 또는 조기파병론이라는 사대주의 합주곡을 불러댔다.
 
이를 보고 시민운동진영에서 '과연 한국의 장관들인지 미국의 하수인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이들에게 요구할 정도였다. 결국 참여정부는 한.미동맹 보은론을 빌미로 10월 하순 아펙정상회담에서 부시를 만나기 직전 파병결정을 내려 이를 진상했다.
 
이 같은 한국사회 기성주류의 숭미 자발적 노예주의는 우리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나타났고 특히 외교안보분야에서 그 극단을 달리고 있다.

이 전형이 바로 용산기지 이전협상에서 나타난 외교안보 관료의 행태였다.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의 “용산기지 이전 협상 평가 결과보고”(2003. 11월 18일)는 이를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있다.
 
외교.국방부 협상관료들은 대통령께 보고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를 전제와 기조로 삼아 미국과 협상에 임했다. 그야말로 이들은 대한민국의 대표라기보다 미국의 대표라는 말이 보다 정확한 것 같다.
 
보고서의 ‘총괄평가’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첫째, 협상주체의 하나인 외교부 북미국(북미3과)이 “미국에 대한 지나친 맹종적 자세와 현상 유지적 속성으로 당당하고 합리적인 협상외교를 전개하지 못하면서 중요 정보에 대한 독점적 장악과 통제를 통해 조약국 등 여타 부서의 적법하고 정당한 조언을 무시하고 참여를 제약함으로써 협상 실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둘째, 국방창구인 국방부 정책실(용산기획반, 미주정책과)은 “오랫동안의 대미 의존으로 인한 특유의 추종 자세와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해 협상 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으며, 부처 내 법무관리관실 법무관들이 협상과 관련하여 제시한 검토 의견을 무시하고 제한”하였다.
 
셋째, 외교안보분야의 총괄 조정기능을 맡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은 “용산기지 이전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전략적 의도 등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확한 전략방침을 제시하면서 대미의존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외통부와 국방부를 적절히 견제하고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공동보조를 맞추어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내보이는 등 외교안보의 전략본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자발적 노예주의의 극치는 외교통상부 북미3과 김도현 외무관이 “협상 팀은 용산기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초로 했다”고 실토한데서 백미를 보여준다.
 
(2003년 11월 이러한 외교부 관료의 숭미 자발적 노예주의가 항명파동으로 나타났다. 크게는 북미국 전체가 작게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소파협정 등 주한미군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북미3과가 이 소용돌이의 진원지다. 미국의 횡포를 막기는커녕 미국무부의 눈치 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한미동맹을 구세주로 생각하는 동맹파인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대통령을 우습게 생각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노대통령은 항명파동의 책임을 물어 윤영관장관을 해임했지만 오히려 전임 장관보다 더 숭미적이고 1990년 미군기지 이전비용의 한국 측 전액부담에 대한 외교부 확인을 해 범죄적 과오를 저지른 반기문을 신임외교장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아시안월드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식민지총독을 연상시켰다.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는 미국에‘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에 대해 뚜렷한 자제력을 보여 왔지만 윤 장관 경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인내심을 빠르게 바닥날 것, ... 묵과한 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러한 미국의 노골적인 위협에 노대통령이 맥없이 손을 들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반장관이 취임했다.)
 
①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얼마가 돈이 들던지 추진해야한다.
② MOU/MOA는 유효한 합의이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③ 국회와 국민들이 문제 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과 문장의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④ 협상은 외교부,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주도가 되어 비밀로 추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문안이 완성된 단계에서 하되 그 범위는 최소화한다.
⑤ 노무현 대통령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 (실제로는 아이러니하게 서주석 실장 등 국가안전보장회의 인사들은 협상 과정의 대부분을 추인해 주었다.)
⑥ 용산기지 이전을 신속히 그리고 조용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하며 법률가적인 지엽주의는 경계해야한다.- 상기와 같은 입장을 기초로 조약국의 이견은 무시한다. 협상은 북미국이 주체이며 조약국은 그것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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