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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시회로 내가 만난 강대석 교수님
[추모글] 교수님이 염원해온 조국통일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기사입력: 2021/03/05 [22:5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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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론철학자 고 강대석 교수 조국통일장 장례위원회는 2월 25일 저녁 7시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을 거행했다. 정지성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의 추모글을 싣는다. <편집자> 
 
▲ 강대석 교수 소장 조각품 <선녀>     © 사람일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평생 부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조국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북녘에 대한 소식은 궁금하고 언제나 노심초사,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통일은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려고 온몸을 던져 앞장서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존경의 마음 가득하다. 

내가 만난 강대석 교수님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이다. 강 교수님에 대해서 맨 처음 알게 된 계기는 4~5년 전 김현칠 선배가 대전에 훌륭하신 철학자가 계신다고 하면서 그분의 말씀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면서였다. 나도 이를 흔쾌히 좋다고 대답을 하고, 그러면 어떤 분인지 소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김 선배는 그분의 저서들을 읽어보라고 몇몇 책들을 알려 주었다.
 
[왜 인간인가?]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김남주 평전] 등 책 제목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이 왔다. 저서를 통해 그분이 추구하시는 가치와 철학이 조국통일과 사회정의임을 알고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싸움, 백남기 농민의 희생 등 박근혜 정권의 망나니 패악질을 심판하는 투쟁이 급선무라서 강 교수님을 초청해 강좌를 해볼 여유와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2016~17년 탄핵과 대선을 통해 새로운 민주정부가 탄생하고 2018년 초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응원 사업이 성사되고 남북대화와 정상회담이 열려 통일을 위한 새로운 전망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고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넘쳐났다.

그런 가운데 나는 2018년 12월 청주에서 '통일전시회' 개최 계획을 세웠다. 남북교류협력 사업단체인 (사)남북누리나눔 주최의 북녘사진전을 기획 추진하게 되었다. 때마침 서울 등 각지에서 평양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우리 지역 전시회는 어떻게 꾸밀까 고심했다.
 
때마침 김현칠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 바뻐?”라고 물어 “네 바쁘죠. 통일전시회를 맡아 추진하고 있어 엄청 바뻐요. 무얼 어떻게 전시할까 고민 중이예요”라고 대답했다. 김 선배는 “무엇 무엇을 전시할 건데? 내가 의견을 내도 될까?” 물었다. 내가 “좋아요. 무슨 의견인데요.”라고 답하자 “내가 아는 강대석 교수님 있지 그분이 북쪽 미술품을 꽤 많이 가지고 있고, 좋은 것도 많어. 어떼”라고 알려 주었다.

귀가 번쩍 띄었다. 미술품, 북쪽 그림! 그러지 않아도 평양 사진만으로는 전시에 한계가 있었고, 사진만으로는 문화예술전시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10여년 전 북녘작가미술대전 개최(2006년) 당시 전시했던 미술품을 구해 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강대석 교수님이 아주 괜찮은 북쪽 미술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1989년 한겨레신문의 북한사진전을 청주에서 개최할 때와, 2006년 북녘작가미술대전을 열 때 모아 놓은 자료들을 조금 갖고 있었고, 진천규 기자가 자신의 평양사진을 조건없이 지원해 주겠다고 했기에, 여기에 강 교수님의 도움을 받으면 아주 손색없는 전시가 꾸려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그래서 즉시 강 교수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김현칠 선배에게 요청하고, 소장작품을 살펴보고 전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의해야겠다고 하였다. 두 분간의 상의가 잘 이루어져 며칠 후 대전의 교수님 댁을 찾아뵙게 되었다.
 
강대석 교수님의 아파트에 들어서니 현관입구에서 거실까지 그림과 도자기에 조각품까지 아주 훌륭한 미술품들이 꽉 차 있었다. 즐비한 북녘미술품, 이건 아주 보기 드물고, 보통사람으로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작품수집 과정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으면서 강 교수님의 열정과 집념에 감동과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값진 미술품을 빌리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라서 흥분을 억제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번 전시회의 취지와 성격을 말씀드리며, 눈치를 살폈다. 

강 교수님은 워낙 마음이 착하신 분이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술품을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준다”면 좋은 일이라며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그래서 그림들과 화보집을 꺼내 보면서, 이런 이런 작품을 빌려주면 훌륭한 전시로 꾸며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전시 전날 미술품을 실어가기로 약속하였다. 그림과 도자기, 자료집도 귀중하지만 특히 강 교수님이 소장하고 있는 조각상은 아주 특별한 작품으로서 흰 대리석 조각 [선녀상]이었다. 조선의 비너스상이라고나 할까.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었다.
 
▲ 강대석 교수 소장품 <개선문>     © 사람일보
그렇게 전시를 위한 작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천만 다행이었고 마음이 든든했다. 전시작품에 대한 선별을 마치고, 차를 마시며, 북쪽 미술품에 매료되게 된 계기와 이유, 수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 교수님이 북녘 작품을 수집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철학, 미학을 전공한 분으로서 사실주의 예술의 수용이었다. 교수님의 예술철학적 관점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근본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미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수님은 북쪽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철학적 관점과 극사실주의적 표현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님은 작품수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들려주었다. 북쪽 미술품 수집과 작품소지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당하고 극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4년 여간 수사에 시달리느라 몸도 마음도 망가져 암이 발생하여 신장을 하나 떼어내는 수술을 하고 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태임을 알았다. 교수님은 오직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일념과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게 강 교수님을 만나 귀중한 작품들이 마련되어 전시회 준비는 날개를 달았다. 드디어 2018년 12월 20일 청주공예관 전시실에서 “보러가자 평양, 만나보자 평양” 통일의 꿈, 평화의 나래전시회가 개막되었다.
 
전시장에는 진천규 기자의 평양 사진들이 많았지만, 강대석 교수님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이 전시회의 화룡정점이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공개된 대리석 조각상 <선녀>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선문 전경, 과학자들의 회의 토론광경의 생활상을 담은 작품들은 정말 흥미로운 감흥을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두산, 금강산 그림들 또한 신선하고 유쾌한 감상거리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의 북쪽 미술을 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들이었다.
 
이렇게 북쪽 미술과 생활현장의 사진들을 통해 남과 북이 더 이해하고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회를 준비한 내 가슴은 뿌듯했고, 강 교수님이나 진천규 기자 같은 분들의 열정에 고마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시회 당일에는 못 오시고 며칠 후 전시장을 찾은 교수님께, 덕분에 훌륭한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거듭거듭 드렸다.

▲ 강대석 교수 소장품 <대동강>     © 사람일보
10일간의 전시가 끝난 후 미술품을 돌려드리려고 다시 대전으로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감사를 드리면서 2019년 가까운 시일에 다른 곳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나는 특히 교수님의 거주지인 대전에서 강 교수님 소장 특별전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남북관계 발전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아쉽게도 전시회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였다.
 
이제 교수님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더욱 아쉬움이 남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남과 북이 만나 연대연합하고 통일을 하려면 서로간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쪽 미술에 대해서도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일을 위해 꼭 필요한 분이 강 교수님이셨다. 그분의 식견과 축적된 지식자료를 다 모을 수 있도록 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고 후회가 된다.

강대석 교수님께서는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들을 어딘가에 잘 전시해 놓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셨다. 언제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힘을 모아 교수님의 수집작품과 미학론을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뼈저리게 겪으신 강대석 교수님의 명복을 빌며, 교수님이 그토록 염원해온 조국통일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지성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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