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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불법정치사찰기록 공개받을 권리 있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국정원 상대로 낸 정치사찰기록 정보공개소송에서 승리
기사입력: 2020/11/18 [23:0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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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최근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치사찰기록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한 소감문을 누리 사회관계망에 올렸다.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많은 분들의 축하와 격려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더이상 국민 누구도 정보기관의 부당한 감시와 사찰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 하나를 놓은 셈입니다.

이제부터 정보기관 마음대로 사찰을 하지 못하고 정보기관도 법원의 눈을 의식하며 적법요건을 갖췄을 때만, 그것도 조심스럽게, 사찰을 하게 된 것이죠.

과거의 정치사찰을 제대로 청산하기 위해서는 정치사찰 여부 판정기준, 정치사찰 기록 일괄폐기 여부, 손해배상 여부 등 입법적ㆍ정책적ㆍ사법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습니다.

정보기관에 대한 법원의 사후통제를 좀더 촘촘하게 하기 위해서도 적지않은 시범소송 제기를 통해 필요한 법리를 발전시켜야 하는 등 할일이 적지 않습니다.

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이 이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지지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기쁜일을 보고드립니다. 어제 대법원은 박재동화백과 제가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치사찰기록 정보공개소송에서 박화백과 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을 시작한지 딱 만3년만에 거둔 쾌거입니다.

1심과 2심에 이어 3심도 비밀정보기관한테 불법정치사찰을 당한 국민은 누구든지 비밀정보기관이 갖고있는 정치사찰기록을 공개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리를 확인해준 것입니다. 

저는 서울교육감시절 MB국정원의 불법사찰 대상이었습니다. 1심재판을 통해 당시 국정원이 제 이름이 파일제목에 들어간 사찰파일을 32개 작성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불법이었지요.

저만 당했던 게 아닙니다. 지난 반세기 넘게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 선출직, 행정부의 정무직공무원과 공공기관장, 심지어는 대법원장과 고위법관, 노동조합 간부와 시민단체 간부까지 광범위하게 '묻지마 정치사찰'을 받았습니다. 모두 그러려니 했고 알고도 쉬쉬했지요. 그러니 괴물은 점점 난공불락으로 변했지요.

덩치가 커진 괴물은 2012년 대선에까지 부당개입할만큼 배포가 커졌고 이게 사달이 나 촛불혁명으로 치도곤을 맞게 됩니다. 전직 국정원장 셋이 줄줄이 구속되는 지경까지 간 거지요.

그 결과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원의 정치사찰부서를 해체하고 국내정보관의 기관출입을 금하며 과거사찰기록을 사용봉인하는 개혁조치가 취해졌지요.

그럼에도 과거청산과 제도개혁의 관점에선 뭔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을 추진했습니다. 피해자가 불법사찰기록을 돌려받고 정보기관이 불법사찰기록을 전면파기하는 건 물론 정보기관의 비밀정보수집활동에 대한 사법통제를 확립해야만 재발방지가 확립된다고 본 거지요.

다행히 많은 시민과 활동가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전현직 위원장들이 모두 정보공개를 신청했고 다양한 시민단체간부들도 청구운동을 함께했습니다. 

공직자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김영배 당시 성북구청장, 복기왕 당시 아산시장 등 34분의 민주당소속 기초단체장들이 본인에 대한 불법사찰정보 공개청구운동에 합류해 주셨습니다. 

국정원은 모두 정보공개 거부결정을 했고 이에 박재동화백과 저, 명진스님과 김인국신부가 대표로 시범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박화백과 저는 전부승소, 명진스님과 김신부님은 일부승소를 했는데 국정원이 항소, 상고를 한 결과로 박화백과 제가 어제 대법에서도 승소하게 된 겁니다. 

어제의 대법확정으로 이제부터 과거에 부당하게 정치사찰을 받았다고 의심이 되는 국민은 누구든지 국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서 그 사찰기록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국정원이 안 내놓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법원은 국정원에 사찰기록을 제출하게 한 후 그것이 과연 국가안전보장에 필요한 정보인지를 판별해서 위법부당기록은 본인에게 공개를 명합니다. 

저는 1심과 2심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공직자사찰은 국정원업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이 어제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2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승소가 확정된 겁니다.

얼핏 보기에는 박화백과 저의 승소같지만 실제로는 부당사찰을 받은 모든 공직자, 이를테면 이재명, 김영배, 복기왕 시장 등의 승리이자 부당사찰을 받은 모든 시민단체ㆍ노동단체 간부들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발표 즉시 성명서를 발표하여 과거의 잘못된 사찰관행을 국민들에게 반성하며 대법판결에 따라 박화백과 저에게 사찰정보를 전부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요.  

국정원의 태도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지만 몹시 부족합니다. 

어제의 판결은 박재동화백과 저에 대한 사찰정보 공개판결이라기보다는  위법부당사찰 피해자 모두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공개의무를 확인한 획기적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목적과 상관없이 수집ㆍ보관중인 모든 사찰기록을 스스로 가려내 피해당사자에게 공개한 후 전면파기할 방침임을 밝혀야 마땅합니다.

국회정보위는 이번 대법판결을 계기로 국정원에 산더미같이 쌓인 과거의 전방위적 정치사찰기록을 어떻게 처리할지 필요한 입법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입니다. 수백만 불법사찰피해자에게 국가를 대표해서 공식 사과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사찰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엄숙히 선포하고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을 통과시킬 일대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국정원개혁이 그래야 완성됩니다. 

어제의 대법판결로 정보기관의 정보수집활동에 대해서는 언제나 법원이 사후통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정보기관은 언제나 법원의 사후통제를 의식하며 정보수집활동을 하게 되었으며,  국민은 언제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에서 법원의 보호를 받게 됐습니다. 

여기서 정보기관이라 함은 국정원뿐 아니라 기무사, 정보경찰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번 대법판결의 취지는 국정원뿐 아니라 모든 정보기관의 정보수집업무가 법원의 사후심사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한 데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을 상대로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을 시작한 게 지난17년11월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만3년만인 어제 대법원에서도 승리했다는 사실과 향후 할일을 보고드렸습니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에 함께하신 700여 정보공개 청구인과 마음속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시민들, 그리고 박재동 김인국 명진 이영주 이요상 공동대표님, 김윤태 운영위원장,  전문갑 사무처장, 시명준 전 사무처장, 김남주 법률위원장, 이을재 운영위원 등등에게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강렬한 색채의 '내놔라 내 파일' 포스터들을 만들어주신 서인석 작가님과 대형풍자포스터 작품을 만들어주신 이하작가님께도 큰 감사말씀 드립니다. 

끝으로 모든 논의과정을 함께해온 강민정(맞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지요), 손명선, 박숙경, 김중완, 류효상, 한기현, 노태훈, 손성조, 강욱천, 신동진, 조형길,강남규, 정대일 님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말씀 드립니다. 남은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모두들 계속 함께해주십사 당부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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