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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영화 '게임의 전환'은 왜 주목을 받는걸까
국가보안법, 악랄한 ‘빨갱이 게임’의 설계자들
기사입력: 2020/11/12 [02:1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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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악랄한 ‘빨갱이 게임’의 설계자들

 

지난 10월 28일, “국가보안법에 갇힌 대한민국”을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전환>이 무료로 공개됐다. 오는 12월 1일로 다가온 국가보안법 제정 72년을 앞두고 제작된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유튜브에서만 조회 수 5,700명을 훌쩍 넘었다.

 

<게임의 전환>은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우선, 기존 다큐 영화와는 분위기가 퍽 다르다. 카메라는 도입부부터 긴장감이 맴도는 어두컴컴한 무대를 비춘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마피아라며 끝없이 의심하는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두 번째로 접근 방식이 참신하다. 영화는 마피아 게임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빨갱이를 사냥하라!”라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제 의식을 던진다.

 

▲ <게임의 전환> 장면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위 주제 의식을 따라 영화 속 마피아 게임을 보면 자연스레 빨갱이 게임을 부추기는 국가보안법을 떠올리게 된다. 제아무리 “나는 빨갱이가 아니야!”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울부짖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은 왜 <게임의 전환>일까? 국가보안법은 앞서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됐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의 간판을 국가보안법으로 슬쩍 바꿔 단 것. 이 때문에 온 국민의 ‘친일 청산 염원’을 받아 설치된 반민특위도 무력화됐다.

 

▲ <게임의 전환> 장면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승만과 그에 결탁한 반민족 세력은 친일 청산 여론을 빨갱이 몰이로 뒤덮었다. 친일 반민족 행위로 지탄받던 인사들은 ‘반공 애국’인사로 둔갑해 뻔뻔스럽게 정치 전면에 나섰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라.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하라”라는 국민의 열망을 내리누르고, 반민족 행위자가 권력을 쥐도록 ‘게임의 판’을 억지로 비튼 것. 영화의 제목이 <게임의 전환>인 배경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모두 빨갱이 게임의 참가자가 됐다. 이승만과 미군정 사령관 하지라는 당시 게임의 설계자들이 떠난 뒤에도 분단 이래 공안 기관은 국가보안법을 마구 휘둘렀다. 그렇게 70년 넘도록 간첩 조작과 ‘종북·빨갱이 몰이’가 이어져 왔다.

 

처음부터 승패가 결정된 게임 :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

 

사전에서 게임의 뜻을 찾아보면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규칙 아래 게임의 승부는 이미 결정 나 있다. 국가보안법의 설계자들이 빨갱이 게임이라는 악랄한 규칙을 짜놓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따르면 빨갱이 게임의 규칙은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로 뒷받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입 밖으로 꺼내면 위험할 것 같은 생각을 걸러내 말하는 자기 검열. 자신이 종북·빨갱이로 내몰릴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의 내재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 <게임의 전환> 장면  © 유튜브 화면 갈무리

 

70년이 넘은 게임의 규칙은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영화에는 대학생, 탈북자, 교사, 사업가. 국회의원 등 국가보안법에 따른 여러 피해자가 등장한다. 먼저 사학비리 재단의 부정비리를 규탄했다고 종북·빨갱이로 몰린 대학생은 우리 사회 전반에 국가보안법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다음으로 공안 기관이 사람들을 직접 탄압한 사례도 있다. 멀쩡히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간첩으로 조작당한 탈북자, 통일 교육을 했다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나긴 재판을 겪은 교사, 통일부와 국정원의 허가를 받고 북측 기술자들과 교류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갑작스레 구속된 사업가, 국정 교과서를 추진한 박근혜를 비판한 뒤 국정원에 사찰당한 국회의원 등이다.

 

피해자들은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 사례를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통일을 주제로 한 수업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대북 적대적인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거나, 자신을 종북·빨갱이로 몰며 혐오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다거나, 국정원 사찰 문제를 밝히자고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제안했는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거부당했다는 식이다.

 

강조하고 싶은 바는 영화 속 피해자들의 사례는 일부에게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에 따른 피해, 불이익은 누구나 언제라도 받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국가보안법의 직간접적 피해자다. 8년 전, 어머니 휴대전화를 보니 통화 목록에 ‘국정원 3자 통화’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고 공포에 떨었다. 국정원이 어떠한 이유로 통화 내용을 불법 도청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국정원에 전화해서 따져야겠단 생각도 했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이명박 정권이었던 당시, ‘괜히 국정원에 찍히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 3자 통화, 불법 도청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8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국정원 3자 통화의 충격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이후부터 나는 언제 어느 때라도 국정원의 불법 감청-수사를 받을 수 있다며 ‘각오’ 내지는 ‘체념’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만든 이런 세상을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국가보안법 폐지로 게임을 전환하자

 

“(국가보안법이 유지되는 세상) 그건 정말 향후 살아갈 세대에 대한 배신 아닐까요.”

 

▲ <게임의 전환> 장면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 대학생 시절 ‘종북, 빨갱이’로 몰린 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무섭다며 고통을 토로한 조윤영 씨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국가보안법 체제’라는 표현을 쓸 만큼, 그동안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당장 박근혜 정권 당시 기무사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던 세월호 가족분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았다. 정권, 공안 기관의 입맛에 따라 언제라도 누구나 국가보안법에 당할 수 있는 현실이다.

 

정반대로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워 “종북” “빨갱이” 등의 폭력과 폭언을 휘두르고 코로나19를 퍼뜨린 이른바 ‘태극기 부대’는 고소도 당하지 않고 보호받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세상은 너무나 괴상망측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 국가보안법이 만든 빨갱이 게임을 끝내야 한다. 그러자면 민주주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이 종북·빨갱이로 낙인찍히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지금 당장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의적절한 이유다.

 

<게임의 전환>은 우리에게 정면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내면과 사회 각 분야에 깊은 흉터를 남겼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다면, 이 흉터를 치유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래서야 우리나라를 ‘국민이 역사적인 촛불혁명을 주도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노릇이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게임의 전환, 새 시대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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