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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디드로의 무신론적인 소설들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유물론 강의 28
기사입력: 2020/11/10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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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디드로의 무신론적인 소설들

 

▲ 디드로의 소설 『라모의 조카』 표지     ©사람일보

18세기 프랑스사회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디드로의 소설인 『라모의 조카』(Le neveu de Rameau), 『수녀』(La Religieuse), 『운명론자 자크』, 그리고 단편소설과 대화록은 당시대의 사회문제를 다루어 많은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라모의 조카』는 독일의 문호인 괴테가 독일어로 번역을 하였고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변증법에 관한 적합한 예로 들 정도로 유명한 철학소설이었다.

디드로의 희곡 『자연아』와 『가장』은 영웅이 아닌 일반시민을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근대 시민극의 전형이 되었으며 미학 이론이 담긴 『배우의 역설』은 판금당하였다. 1769년에 대화형식으로 씌어진 『달랑베르와 디드로의 대화』에서는 계몽주의 정신의 특성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졌다.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라모의 조카』는 유명한 음악이론가인 라모의 조카가 겪는 인생편력을 다룬 소설이다. 라모의 젊은 조카는 상류사회에 적응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변변치 않는 음악가이지만 때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하여 프랑스 상류사회의 모순, 다시 말하면 혁명 전야의 프랑스 사회상을 비판한다.

디드로의 목표는 주인공의 폭로를 통해 봉건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계몽주의가 이상으로 하는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는 데 있었다. 그러한 사회는 과학적인 세계다. 진·선·미가 종래의 우상을 대신하는 새로운 신이 된다. 교회와 국가는 이 새로운 신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디드로는 결코 혁명적인 변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암시가 나타난다.

“자연의 왕국이 조용하게 자리 잡는다. 그것은 지옥의 문도 막을 수 없는 삼위일체의 왕국이다. 진리인 아버지는 선인 아들을 산출하고 그로부터 미가 생겨나는데 그것이 성령이다. 이 낯선 신이 겸손하게 재단에 올라가 종래의 우상 곁에 자리잡는다. 그는 점점 자리를 차지하여 어느 쾌청한 아침에 옆에 있는 친구를 팔꿈치로 밀어내니 그 우상은 와당탕 땅에 엎어진다.”

종래의 우상은 종래의 인습과 체제, 도덕과 종교를 의미하며 새로운 신은 계몽의 정신인 이성이다. 디드로는 자연을 진화의 산물로 간주한다. 얼핏 보기에 이 책에서 디드로는 예술론을 펼치려 하는 것 같지만 깊이 있게 살펴보면 그것은 철학적인 사회비판이었다.

주인공인 라모의 조카에게는 괴팍한 성격이 있지만 거기에도 여러 가지 장단점이 혼합되어 있다. 인간의 성장이 사회적 여건에 의존한다는 이념도 나타난다. 주인공은 사회적인 도덕과 인습에 복종하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한다. 자만과 겸손, 거부와 궁핍이 서로 갈등한다. 주인공은 노동 대신에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인텔리가 되려고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통해서 디드로는 만인이 만인을 잡아먹는 이리의 법칙이 지배되고 있는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다.

“자연 속에서는 종(種)들이 서로를 잡아먹지만 사회 속에서는 계급이 서로를 잡아먹는다.” 이러한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것이 천재이지만 바보가 너무 많아 천재가 나오기 어렵다. 대중은 진리보다도 거짓말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천재는 나와야 하고 또 실천적인 용기를 보여야 한다. 타협을 거부하는 천재가 정신이상자처럼 보일 수 있다. 천재는 종종 예술적인 정열과 결부된다. 철학과 예술이 천재 속에서 만난다. 천재는 사회의 전체적인 본질을 꿰뚫어보며 미래를 계획한다.

 

▲ 디드로     ©사람일보

소설 『수녀』는 사생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수녀가 된 한 여인이 자기의 비참한 상태를 알리고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는 꽤 용기가 있는 편이지만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지독한 고독과 박해를 홀로 견뎌낼 힘은 없었습니다. 저에 대한 박해는 점점 심해져서 급기야 수녀원 전체의 오락이 되고 말았습니다. 50여명의 여자들이 결탁하여 저를 노리개처럼 괴롭힌 그 세세한 사연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3곳의 수녀원을 거치면서 그곳의 비인간적인 생활과 음모들을 체험한다. 두번째의 수녀원 원장은 자기에게 동성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녀는 모든 수도원을 불태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마을마다 들어서 있는 교회를 모두 없애고 그 자리에 공장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그녀는 탈출과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철학으로 예술읽기』(2020),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2020)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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