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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볼테르와 루소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유물론 강의 21
기사입력: 2020/09/22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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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볼테르와 루소

 

▲ 볼테르     © 사람일보

몽테스키외를 이어 18세기 프랑스에 두 사람의 걸출한 계몽사상가가 나타났는데 바로 볼테르와 루소였다. 감옥에서 볼테르와 루소의 저서를 읽어 본 루이 16세가 “바로 이 두 사나이가 프랑스를 망쳐 놓았다”라고 말한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볼테르와 루소 사이에는 사상적인 차이도 많았다. 볼테르는 광신적인 종교를 겨냥하며 “파렴치를 분쇄하라!”고 호소하였다. 루소는 대부분 종교를 비꼬는 풍자적인 내용이 담긴 볼테르의 연극들이 인간의 덕을 파괴하는 유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볼테르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반인간적인 책으로 평가했다.

루소는 리사본의 지진에 대한 볼테르의 시를 읽고 무신론적이라 혹평했다. 루소는 볼테르와는 달리 이 지진을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로 해석한 것이다. 결국 루소는 볼테르를 증오하고 있다는 편지를 직접 볼테르에게 보냈으며, 볼테르는 루소를 단순한 바보가 아니라 악의에 찬 바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볼테르와 루소는 다 같이 중세의 봉건제도와 거기서 유래하는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철학적 이념들을 비판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했고 그들의 사상이 성숙함에 따라 그들의 사상적 차이는 더욱 커졌다. 루소가 이상으로 삼는 인간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감성적인 인간이라면, 볼테르가 이상으로 삼는 인간은 문화에 발맞추어 전진해 가는 이성적인 인간이었다.

루소는 원시 자연 상태를 인간의 낙원으로 보고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점점 더 인류가 타락했다는 역사관을 드러냈다면, 볼테르는 문명의 발전에 의하여 인류는 진보하고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진보적 신념에 젖어 있었다.

 

▲ 루소     ©사람일보

언제나 감정과 정열을 억누를 길이 없어 안정을 잃었던 루소가 시민 사회의 생활을 견디어낼 수 없었던 반면, 인간이 이룩한 현재의 문화 속에서 최대의 긍지를 느끼는 볼테르는 평민 출신이면서도 귀족 사회에 어울려 물속의 고기처럼 유연하게 움직여 나갔다.


루소가 인간의 평등을 부르짖고 민중의 힘을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승화시킨 반면, 대중의 힘을 과소평가한 볼테르는 군주제와 계몽군주 속에서 민중을 이끌어가는 역량을 기대하였다. 사유 재산을 소유하는 권리를 자연권으로부터 배제하고 철저하게 평등한 인간의 자유를 구가한 루소와는 달리 볼테르는 사유재산의 소유권을 포함한 인간의 자유와 질서를 강조하였다.

‘일반의지’에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다음에 나타날 혁명의 바탕에 대한 기본 정신을 루소가 제공해 주었다면, 볼테르는 제도의 변혁 자체는 아무런 효과도 이룰 수 없다는 신념 아래 급진적인 사회 제도의 변혁보다 계몽을 통한 인간 본성의 개조를 부르짖었다.


루소가 형식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를 우왕좌왕하면서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무신론과 유물론을 철저히 반대하고 이신론적인 종교관을 나타낸 반면, 볼테르는 외형적으로는 이신론자이고 종교를 인정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 강대석 철학자의 저서 <루소와 볼테르> 표지.     ©사람일보

이신론(理神論, Deismus)이란 이성적인 한계 안에서만 신을 인정한다는 주장으로 맹목적인 신앙을 벗어나려는 종교관이었다. 루소의 사상에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혼합되어 있었으니, 그 하나는 사회 혁명적인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낭만주의적인 요소다.

 

프랑스 대혁명과 훗날의 사회사상은 루소의 불평등 기원론, 자연권 사상 및 사회 계약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성과 문명을 불신하는 그의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상은 독일의 ‘질풍노도 운동’, 낭만주의 그리고 반주지주의적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에 직접·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혁명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판단한다면 루소가 볼테르보다 더 앞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종교와 연관해서 판단한다면 볼테르가 루소보다 앞서 있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철학으로 예술읽기』(2020),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2020)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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