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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보편논쟁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유물론 강의 12
기사입력: 2020/07/21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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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편논쟁

 

▲ 플라톤     ©사람일보

보편논쟁(Universalienstreit)이란 중세철학에서 나타난 철학적인 논쟁으로 보편자가 실재하느냐 실재하지 않느냐 혹은 보편자와 개별자의 관계가 무엇인가 등에 관한 논쟁이다. 보편자란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개별적인 사물에 공통되는 일자이다. 예컨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감, 사과, 배 등의 개별적인 과일에 대하여 ‘과일’이라는 개념이 보편자이다. 또 피와 살이 있어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인 인간에 대하여 ‘인간’이라는 개념도 보편자이다.

보편논쟁은 실념론(혹은 실재론, Realismus)과 유명론(Nominalismus)으로 크게 양분된다. 실념론이란 보편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개별자에 앞서서 존재한다. 이에 반하여 유명론은 보편자란 공허한 이름에 불과하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개별자가 존재한 후에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보편자란 인간이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으로 귀착된다.


보편논쟁은 보편자의 실재에 관한 인식론적인 문제였지만 동시에 신학적인 문제, 형이상학적인 교리의 체계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왜냐하면 개별자에 앞선 보편자가 부정되는 경우 삼위일체설이 부정된다. 개별적인 세 개의 신에 앞서는 보편적인 신의 존재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삼위일체냐 삼위삼체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교부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벌어졌고 325년 니케아(Nicaea) 종교회의에서 삼위일체설이 채택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인간’이라는 보편자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원죄설이 성립되지 않는다. 아담의 죄는 아담 개인에게만 해당되고 그것이 ‘인류’의 죄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 예수의 죽음을 통한 인류의 구원도 실재하지 않게 되어 신앙의 기초가 허물어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초기 스콜라철학에서는 플라톤에 의존하는 실념론이 우세하였다. 초기 스콜라철학자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를 대표로 하는 실념론이 교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상이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의 저서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 표지.     ©사람일보

그러나 중세가 끝나면서 점차 유명론이 우세해졌다. 유명론의 대표자는 로스켈리누스(Roscellinus, 1050~1112)와 옥캄(Ockham, 1300~1350)이었다. 로스켈리누스에 의하면 존재하는 것은 단순한 개별자뿐이다. 보편자란 인간에 의해서 사유된 이름에 불과하다. 곧 개별자의 공통적인 특징을 집합시키고 있을 뿐이다. ‘백’(白)이라는 보편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얀 물건이 있을 뿐이다. 구체적인 인간이 있을 뿐 인류는 개념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보편논쟁을 교회의 삼위일체설에까지 끌고 나아갔다. 그는 이단으로 낙인찍히고 교회로부터 이론의 번복을 강요받았다.


보편논쟁은 그 본질상 중세적인 토양에서 나타난 관념론에 가까운 철학과 유물론에 가까운 철학 사이의 논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보수적인 사회세력과 진보적인 사회세력간의 논쟁이 되었다. 유명론은 인간사고 및 사회변동의 발전과 발을 맞추어 진보적인 작용을 하는 반면 실념론은 형이상학적이고 보수적인 세력의 이념으로 정초된다. 봉건제도 및 중세의 스콜라철학이 무너지는 근세에 유명론이 다시 승리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개별자가 보편자보다 중시될 때만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자연과학이 발전하며 자연과학의 성과를 도외시하지 않을 때만 사회가 진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유명론의 주장은 중세 교회의 이념적 기초를 뒤흔들었고 이 이념에 의존하는 봉건주의를 위협하게 되었기 때문에 교회로부터 이단으로 몰렸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철학으로 예술읽기』(2020), 『유물론의 과거와 현재』(2020)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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