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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의미론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32
기사입력: 2020/03/27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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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미론

▲ 강대석 저서 <현대철학의 이해>     ©사람일보

언어분석을 사회현상의 해명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하야카와(Hayakawa), 코르치브스키(Korzybski), 체이스(Chase) 등이 속해 있는 미국의 ‘의미론’(semantics)에서 나타난다. 분석철학의 주요한 특징은 언어를 철학연구의 유일한 과제로 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언어분석’ 혹은 ‘언어철학’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분석철학자들은 언어의 논리적 연구를 강조한다. 그러나 언어의 논리적 연구는 언어와 객관적 현실과의 관계가 역사적으로 고려될 때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파악하지 못한다. 카르납이 중심이 되는 빈 학파에서처럼 사유가 현실로부터 분리되는 경우 언어는 내용 없는 단어들의 무더기, 곧 부호체계로 전락한다. 언어는 인간이 고안해 낸 부호체계나 인간의 심리적 현상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내용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언어적 부호는 물론 추상화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개념이 형성된다. 언어에는 항상 음(소리)과 내용이 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언어의 두 요소로서 음과 내용을 들었었다. 언어는 전달수단으로써 인간 사이의 교제를 통해서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사회 속에서 발생하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해간다.

음이 없었다면(부호나 문자가 고안되기 이전에) 언어는 전달 수단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전달수단이 없이는 의식이나 사유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은 언어의 물질적 요소로서 언어발생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은 언어의 자연적 재료이며 동시에 물리적, 심리적 성격을 지닌다. 음은 의미와 결부된다. 그러나 언어의 의미 내용은 소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는 소리가 표현하지 못하는 개념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분석철학자들은 언어적인 부호가 사물을 반영하는 데서 나타나는 인식론적 의미를 간과한다. 물론 분석철학자들 가운데는 언어를 현실의 반영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의 현실은 객관적, 물리적 실재가 아니라 지각의 총화일 뿐이다. 결국 이들은 주관적, 관념론적 현실파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더욱이 지각이 객관적 실재의 모사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상징으로, 현실과 연관되지 않는 순수한 부호로 해석된다.

현실과 연관되지 않는 순수한 상징이나 부호가 가능한가? 내용과 분리된 부호는 관념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상징론은 결국 일종의 인식론적인 불가지론이다. 인간의 의식 밖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 거부된다. 지각이 물질적 대상의 반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분석철학자들은 진리가 사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언어 사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명제를 의미명제와 무의미명제로 구분하며 내용의 진·위에 관한 해답을 회피한다. 자연적인 언어의 명제는 형식을 갖춘 언어의 명제로 바꾸어질 때만 의미를 갖는다는 이들의 주장 뒤에는 모든 사태를 논리적 구조로 전환시키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이들은 학문적인 언어의 객관적인 의미마저 인정하려들지 않으면서 진·위의 문제가 사유와 객관적 실재와의 일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올바른 사용 혹은 잘못된 사용, 다시 말하면 부호의 결합방식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 카르납     ©사람일보

분석철학에서는 언어의 논리적 분석이 과학의 유일한 연구과제이고 언어와 객관적 실재와의 일치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객관적 실재로부터 분리될 때 언어는 객관적 의미내용을 상실한 하나의 부호가 되고 이에 따라 진리 문제가 구문(부호결합)의 문제로 환원된다. 분석철학자들은 진리가 진술과 존재와의 일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규정이 매우 애매하다.

카르납은 존재를 대상으로 이해하지만 이 대상은 실재적 대상이 아니다. 그는 인식문제가 현상이나 현실의 특성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및 언어적 표현의 분석문제와 관계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호체계로서의 언어와 자의로 구성된 언어체계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진리가 언어체계에 의존하는가? 구체적 사실을 떠난 진리는 관념 속의 진리일 뿐이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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