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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포퍼의 한계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30
기사입력: 2020/03/20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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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포퍼의 한계

 

▲ 포퍼     ©사람일보

포퍼의 견해는 매우 편협하다. 그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되고 있는 개인주의의 안목에서 원시사회를 자유롭지 못한 사회로 평가한다. 자유의 문제와 연관하여 보다 중요한 범주인 억압과 착취의 문제를 그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비록 집단적 사고방식에 개인이 종속되었다 할지라도 원시사회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착취가 없었다는 사실을 그는 파악하지 못한다.

포퍼에 의하면 ‘열린 사회’는 집단의식에 대한 비판, 토론과 자율적인 이성, 개인의 자유 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포퍼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과연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실제로 가능한지 신중하게 묻지 않는다. 그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토대를 분석하지 않은 채 그 형식적인 정치이념을 절대화시키고 있다.

 

포퍼는 모든 혁명이 폭력이고 모든 폭력은 지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급진적인 혁명보다도 점진적인 개혁을 지지한다. 그것이 혁명을 지지하는 마르쿠제(Marcuse)와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포퍼의 주장은 기존사회를 옹호하려는 보수적인 성격을 드러내줄 뿐이다.

프랑스의 작가 카뮈도 포퍼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사르트르와 논쟁하였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인들의 독립운동에 직면하여 카뮈는 알제리인들이 사용하는 폭력을 지탄하면서도 프랑스인들이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눈감아 주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는 보이는 폭력보다도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잔인하고 반인간적인 경우가 허다하였다.

 

포퍼는 ‘닫힌 사회’의 전형으로 히틀러 치하의 독일과 공산주의 사회를 들고 있다. 나치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의 종말과 함께 소멸하였으므로 그의 공격목표는 이제 사적 유물론을 기저로 하는 공산주의 사회였다. 그러나 그는 너무 성급하게 질적으로 상이한 나치즘과 맑스주의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 카뮈     © 사람일보

그것은 현상과 본질을 혼동하는 데서 오는 결과다. 나치에 대항한 용감한 투쟁 때문에 전후 서구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맑시즘이 폭넓게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포퍼가 비판적 이성에 의해서 사회를 개혁하는 방법으로 내세운 ‘점진적 사회공학’은 정치의 과학화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실제로 ‘탈정치화’를 의미하며 민중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고 엘리트 집단의 지배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오히려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연상시킨다.

포퍼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은 ‘비판적 이성’도 결국 자본주의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으며 주변 문제를 개선해 가려는 ‘부르주아적 이성’에 불과하다. 그는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를 창문으로만 들여다볼 뿐 발로 들어가 뒤져보지 못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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