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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탈레반 18년 만에 평화합의
67년 지연된 한반도 평화협정 서둘러야
기사입력: 2020/03/07 [15: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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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등 정상화, 반민족적 국보법 개폐 절실


미국과 탈레반의 군사적 충돌이 양측의 평화합의로 18년 만에 종식될 극적 계기를 맞은 가운데, 한반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 67년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달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18년여에 걸친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역사적 평화합의에 서명,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이 아프간 침공한 이후 시작된 장기간의 군사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우선 이달 10일까지 국제동맹군·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천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천명을 교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포로교환'이 자신들의 권한이라고 밝혔고 향후 탈레반과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외신종합 3월 2일)


중동에서 평화가 정착될 구체적 로드맵이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위헌적 대북 전쟁 금지법’ 발의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의원은 지난 달 25일,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놓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한 것과 달리 북한에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도록 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7년 당시 ‘화염과 분노’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전쟁은 수많은 목숨을 잃게 만든다. 위협은 협상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를 위해 수 주 내에 ‘위헌적 대북 전쟁 금지법’을 발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헌적 대북 전쟁 금지법’은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2018년 1월에 미국 하원에서는 ‘위헌적 대북 타격 금지법’ (No Unconstitutional Strike Against North Korea Act)으로 발의된 바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월 27일)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합의와 미 상원의 대북 전쟁금지법 추진을 보면 한반도 상황을 점검할 때 냉철한 현실적 분석과 대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반도는 1953년 맺어진 정전협정에 명기되어 있는 평화협정 전환 규정이 사문화 된 채 수십 년 간 준전시상태의 위기 상황이 해소되지 않다가 수년전 시작된 북미 비핵화협상이 1년 가까이 중단되었고 남북 간에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대한 ‘미국 불허’ 논란 속에 냉각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평화협정은 전쟁의 종결과 평화의 회복을 목적으로 맺는 조약으로,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조약은 3,300년 전 맺어진 카데시 조약으로, 상호 신뢰와 존중이 그 바탕으로 되어 있다. 이런 평화협정이 한반도에서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맺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한반도 정전협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장기적이고 비정상적인 대결 체제로 정평 나있다.


만약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타결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 속에 현실 타개를 모색할 실마리를 찾다보면 미국이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진단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어왔는데 그 이유는 주한미군이 중국과 옛 소련을 군사적으로 직접 견제할 수 있다는 극동전략 추진의 일환이었던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냉전기간 동안 한반도를 태평양 지역 방어에 필수적인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으로 중시하며 북한을 빌미로 팀스피리트 훈련 등을 통해 미 본토 군사력의 대규모 동원을 통한 대북 선제공격과 핵무기 사용 전략을 강화했었다. 미국의 이런 전략은 ‘작계 5027’ 등으로 정밀화 되면서 북한 핵개발을 자극한 직접적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은 북한이 일거에 무장해제하는 식의 일괄타결을 앞세운 비핵화 방안을 제시했고 이는 북한의 실질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식의 강압적 자세로 평가되면서 북미간 비핵협상은 중단되었다. 북한은 남한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철저히 공조한다는 전제하에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 남북 관계도 얼어붙은 상태다.


오늘날과 같은 교착상태 해소는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까. 그것은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확인되듯이 북한 비핵화가 단계적으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북한과의 평화관계 촉진을 통한 비핵화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북 핵 감축, 사찰과 함께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이의 평화관계 촉진을 위해 취하는 모든 조치들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기회를 증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와 안보체제 구축, 궁극적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 제거를 위해 단계적 협상에 열려있다는 입장이다.(미국의소리방송 2월 4일)


되돌아보면, 한반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못한 장애요인 두 가지는 한국 군사주권을 미국이 장악한 한미동맹, 상상력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거의 무소불위 식의 군사적 특권을 용인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군의 한국군 작전지휘권 장악을 손꼽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로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휘두르며 대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추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려면 한미동맹으로 상실된 군사적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즉 세계 경제 순위 10위 권, 미제 무기 수입 상위권이라는 국가 위상에 맞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의 일방주의적, 국가이기주의적 태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를 시정키 위해서는 우선 한미군사동맹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보안법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며 미래를 결정한다는 원천적 권리를 박탈한 악법이고 정부가 대북 관계를 주도하면서 민간을 배제하게 만들어 실질적으로 미국의 일방적 대북 정책에 대한 간접 지원역할도 하고 있다. 국보법은 미국에 대한 비판, 주한미군에 대한 문제제기를 처벌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한반도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여건 조성을 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한국의 악법이다. 이 법이 개폐되지 않는 한, 북한을 한반도 재통합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하거나 평화적인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 학계, 언론, 통일운동권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뒤에도 한미동맹과 국보법이라는 두 개의 쇠말뚝에 의해 평화통일 운동이 심각하게 저지되고 있는데도 독재정권 아래서 그랬던 것과 유사하게 정부의 방침에 추동하는 역할에 그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대한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미국이 반대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등을 통한 동맹관계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20세기 초 조선말기의 외세 침략 국면에서보다 더 허약하고 반역사적이며, 반민족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국민의 자율적인 통일 의지를 원천 봉쇄하는 국보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보장받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애걸(?)해 만든 것으로 21세기에 유일무이한 불평등 군사조약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종속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미국의 특권을 인정한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이 조약 4조는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표현하면서 한국은 그것을 허여(grant)하고 미국은 수용(accept)하게 되어 있다. grant, accept는 조건 없이 주고받는 의미의 외교용어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슈퍼갑의 위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인 한미행정협정(SOFA)이 1966년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부지와 시설을 한국이 제공하고, 이어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예외협정으로 1991년 한미방위비분담금부담특별협정(SMA)이 만들어져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참고로 SOFA는 정식명칭이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고, SOFA 5조는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으로 SMA는 이 조항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이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를 근거로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했고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했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간 남한에 핵무기 등 각종 무기를 반입하고 북한 선제공격 카드를 대북 협상용으로 휘두를 수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수년전부터 대북 선제공격 전략을 만들어 훈련해왔으며 ‘작전계획 5027’에는 미군이 전쟁 후 90일 안에 병력 69만 명, 5척의 항공모함,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500여 대를 한반도에 파견하는 걸로 나와 있다. 이런 미군 병력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 핵무기나 사드의 한국 배치에서 미국이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한국 정부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식이고,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해 왔고 평택미군기지가 세계 최고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일부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최근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등을 앞세워 그런 특혜를 더 요구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관련해 국내 정치권, 언론, 통일운동권이 언급하기를 삼가고 있지만 박정희 정권하에서 그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고 미국에 그 개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국가 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은 사례의 하나다. 박정희는 월남 파병을 놓고 미국과 벌인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차지철에게 파병 반대운동을 벌이라고 비밀리에 지시한 바 있다.(동아일보 2006년 9월 27일) 그에 따라 차지철을 비롯한 55명은 1966년 3월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보완개정촉구에관한건의안’을 국회 외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어 국회는 같은 해 7월 8일 “한국방위문제와 한미 양국 간의 군사적 제휴 및 재한 외국군대의 지위를 결정하는 제반 조약과 협약을 정부는 재검토하여야 하며 시국 변화에 따라 현실성 있고 주권이 보전되는 내용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 개폐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프레시안 2010년 5월 13일)


이에 따라 국방부는 1966년 10월 한미동맹 자체 검토 결과를 외무부에 보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국제정세 변화 등으로 이 조약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히 이 조약 제4조의 경우 미국이 한국의 영토 내와 부근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한국이 허여하고(grant) 미국은 이를 수락(accept)하는 권리(right)로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과 책임한계가 불분명해 “주한미군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견해와 달리 미국의 전략 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한국이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그런 우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미군의 병력과 장비의 중요한 변경 등에 대해 사전협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미국에 보장된 특권은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한국이 수용할 수밖에 없게끔 했다. 중국은 이를 경계하면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아직도 풀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한미동맹관계를 빌미로 자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고 있다. 오늘날 한중 무역은 한미 무역을 능가하는 수준이 됐다. 쾌적한 한중경제관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주권국 한국의 헌법 10조, 35조, 37조, 66조, 120조 등에 위배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미국에 통보하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제기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청원 보기]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은 한중관계에 심각한 저해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어 그 폐기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요할 경우 필리핀과 미국의 방위협정처럼 주권국가간의 평등한 관계를 보장한 군사관계로 바꾸는 것과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관계를 보면, 1947년에 합의된 두 나라의 기지 협정이 폐기되어 미군이 1991년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사태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가 합의한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의 초청을 받고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만을 이용할 수 있다. 주한미군처럼 독자적인 부대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협정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이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난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ECDA를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남한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다. 국보법은 지난 1948년 12월 1일 일제의 ‘치안 유지법’을 모태로 좌익 활동과 반정부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탄생부터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제한하고, 정권수호를 위한 반민주적인 악법이었다. 국가보안법은 친일세력들이 해방정국에서 제기된 친일 청산요구를 빨갱이로 몰 수 있었던 보신책이었다. 수구세력이 국부로 모시려는 이승만이 앞장서 만든 국보법과 한미동맹은 수구 보수세력이 반세기 가까이 집권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다.


국보법은 너무 오랫동안 이 사회에서 막강한 강제력을 행사하면서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국보법은 제 2조, 제 3조, 제 4조, 제 6조, 7조, 10조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보법 2조는 반국가단체 정의, 3조는 반국가단체 구성, 4조는 목적수행, 6조는 잠입·탈출, 10조는 불고지이며, 7조는 찬양·고무에 대한 것으로 대표적인 독소조항들로 지적되어 왔다.


국보법은 북한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라는 악법으로 헌법 1조 2항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위배된다. 이 법은 국민이 북한을 접하고 생각하면 즉각 비이성적인 존재로 전락가능하다는 심각한 국민 모욕적 내용으로 시급해 폐지되어야 한다.


국보법에 의한 중독현상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항상 국보법을 의식하면서 대소사에 상상의 자유를 스스로 제약하는데 익숙해지고 그런 것에 대한 심적 부담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공안기구의 밥줄이 국보법이라는 점, 한국적 비정상을 청산하기 위해 국보법 개폐가 시급하고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을 계승한다는 역사적 책무가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 시대의 운전자 역할을 자임한다면 국보법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촛불혁명이 완성되려면 국보법이 철폐되어야 하고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한 평화 공존과 교류협력은 불가능하고 민주화는 불안전한 미완의 그것에 그칠 것이다.


국보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학문의 자유를 가로막으면서 민족 공동체의 구심점을 파괴하는 역기능이 심각하다. 강대국들이 국보법의 그늘 속에서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속셈을 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는 결국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를 내놓아 한국내 반대 세력들을 겁박했다. 국보법은 이 사회 상상의 자유를 70년 동안 억압하면서 사회적 상상력을 차단, 변질 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 북한을 궤멸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이 법은 남한 사회에서 경쟁 상대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존재, 즉 선과 악의 개념 속에서의 존재로 축소시키는 논리를 광범위하게 유포시키고 있다.


국보법은 이 사회에 진보의 황무지 상태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 진보는 상상의 자유 속에서 그 세력이 확장될 수 있는데 이 사회에서 민족의 절반이면서 통일의 동반자인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인 관계나 수혜적인 관계만이 주로 허용될 뿐이다. 북한을 수평적인 관계에서 장단점을 평가하는 대상이 아닌 존재로 제한하는 국보법은 북한이 포함된 미래학이 이 사회에서 존재치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악취 진동하는 사막과 같은 사회가 되면서 결국 기존 정치권에서는 파렴치한들이 우글대게 되었다. 학교에서의 무한 경쟁, 기득권층의 위장전입, 논문 표절, 탈세 등은 ‘전쟁은 적을 더 많이 속이고 무찌르는 자가 승리 한다’는 논리가 황행하는 결과다. 일상 생황이 전쟁의 논리 속에 설명이 되면서 자살율과 이혼율이 세계 정상인 생지옥과 같은 사회로 변질되었다.


국보법은 북한에 대한 법적 위상에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 국내 최고법률기관의 이 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국제 사회의 국보법에 대한 비판, 철폐 요구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그 공론화가 시급하다. 고도성장 속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는 국보법에 의해 심화된 측면이 강하다. 국보법은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까지의 교과서 전반을 검열하고 일상적인 언론보도를 통제한 최대, 최악의 보도지침이다. 청소년들이 통일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하는 현실은 국보법이 허용하는 공간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에게 당연한 논리적 결론이었다. 언론은 국보법을 의식한 자기검열을 체질화한 나머지 국보법을 의식치 못한 채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기이한 상황이다.


국보법은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제한하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탄압한 악법이다. 이 법은 간첩의 개념을 확대하고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의 유포를 막는다는 미명아래 실질적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과 국제인권 기구 등은 국보법의 개폐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남북은 1,300여 년 동안 통합된 상태의 단일 공동체였다. 그런데 그 생명력이 유한한 사상 이념이 다르다 해서 철천지원수처럼 등지고 으르렁대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정치, 경제적인 발밑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분단을 이용하거나 거기에 기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족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국보법이 남북 민족의 소통을 막고 갈등을 조장하는 흉기로, 미래 세대에게 한민족 통일국가를 물려주어야 기성세대의 책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승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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