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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법원 부끄럽지도 않은가”
사법농단 문건 비공개 정당하다는 재판부 작심 비판
기사입력: 2019/06/27 [11:1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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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낸 참여연대가 항소심 재판부의 비공개 적법 판결의 문제점을 법리적으로 따져봤다. ‘사법농단’ 진상규명, 재발방지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정작 관련 문건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사법농단 정보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비공개 취소소송 2심 문제점’ 판결비평 좌담회가 열렸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이날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고 소송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은 지난 13일 사법농단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사건임에도 ‘국민의 알권리’ 가볍게 여겨졌다


소송 대리인을 맡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용우 변호사는 2심 판결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너무 가볍게 접근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일반적 정보공개 소송에서보다 국민의 알권리, 사법행정 참여, 국정의 투명성 등의 이익에 대해 더 무게감있고 심도있게 평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정보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정보 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를 두고 법적 이익을 비교할 때,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다루는 이 사건의 경우 후자에 비중을 뒀어야했다는 취지다.


앞서 정보 공개 결정을 내린 1심은 특별조사단 보고서를 통해 내용이 공개돼 정보를 비공개할 필요가 없고, 이 사건 정보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감사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1심 재판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대한 법적 이익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분을 항소심에서 받아서 ‘비공개’ 결정을 내리며 황당한 주장을 했다”며 “법익의 비교형량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이 일반적인 판단 흐름과 다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사유로 비공개가 가능한 것처럼 이 사건을 판단하는 것과 관계없는 부적절한 사족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보고서를 통해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됐다’며 이를 오히려 비공개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또한 나머지 정보가 내부검토 및 의사결정 과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공개할 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비위법관 비공개로 ‘기피신청’도 못해…한상희 교수 “헌재에서 따져봐야”


이 변호사는 사법농단 문건 공개 결정을 뒤집은 2심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관련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재판부 기피신청을 할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대법원이 비위 통보 법관 명단을 일절 공개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문 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며 법원에 통보한 비위 법관 66명 중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서울북부지법원장 재직 중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내용을 전달받은 뒤, 해당 사건 주심 판사를 직접 사무실로 불러 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자가 판결을 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워 기피사유에 해당하는데, (문 판사가 이 사건 재판장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기피신청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좌담회를 방청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바람에 기피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다”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사법농단 벌인 사법부가 ‘셀프 재판’하는 현실…아직도 반성 없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양홍석 변호사는 “이 사건 본질은 법원행정처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사법농단에 대해 외부에는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밝히지 못하겠다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라며 “재판 거래 등 비정상성을 스스로 제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도, 그 첫 단추인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부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기만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또 “법원행정처와 유관한 재판부가 정보공개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재 우리 사법 제도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가 아닌 국회나 행정부 등이 판단하게 되면 사법 독립을 침해하게 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어 “현실적으로 타협하자면 재판부들은 법원행정처와의 유관함이 의심될 때는 법원행정처에 불리한 방식으로 법 규정을 해석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 중 ‘내부검토 과정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작성된 내용이 공개될 경우 향후 업무담당자들이 공개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지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무슨 짓을 해도 비공개될 수 있다는 조직적 결단을 일선 법관들이나 법원 구성원들에게 선언한 것”이라며 “이로써 장막 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법부당한 행위가 교정될 가능성마저 봉쇄해버렸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문건 숨기는 법원, 혹시 지금도 사법농단 벌어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 소속 진정환 변호사도 양 변호사가 지적한 위 판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 사건 정보의 내용이 내부검토 과정에서 작성됐다는 이유만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금도 법원 내부에서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느냐, 그에 대해서 찔리는 부분이 있느냐, 그렇게 여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 검토, 의사결정 과정을 비공개한다는 것은 미성숙한 정보가 유통돼 사회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다루는 정보는 감사가 진행되기 전 작성된 문건으로 사회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없다”며 “강제징용 재판거래 과정이 담긴 문서인데, 강제징용 판결은 이미 나왔다. 청와대와의 교감 내용에 대해서도 지금 정부가 바뀐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진 변호사는 또 ‘정보공개 소송에서 개별적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의 다수의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기존 판례와 달리 각 문건이 아닌 전체 사안에 대해 뭉뚱그려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는 비공개 사유를 ‘감사가 진행 중이라 감사업무에 지장 우려가 있다’고 단 한마디만 적은 걸로 안다”며 “법원에서 전형적으로 금지하는 ‘개괄적 이유’”라고 비판했다.


사법부가 국민의 알권리 감별사인가? “오만해”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공개를 이유로 ‘이로써 국민의 알권리는 충분히 충족됐다’고 판시한 데 대해 “굉장히 충격적인 문구였다. 알권리 감별사가 나타났구나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며 비판에 나섰다.


정 소장은 정보공개청구 제도에서 정의하는 ‘알권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문건 공개로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법원행정처는 410개 문서 중 일부만을 모든 시민이 아닌 일부에게만 공개했고, 비공개 사유에 대해 밝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가 ‘비공개한 문서 내용으로 비춰볼 때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데 대해서도 “알권리에 대해 무지한 것을 넘어서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알권리가 충족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알권리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권리로 권리를 위한 권리, 어떤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본 전제다. 그 자체로 충족될 수도 없고, 측량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판결문을 보며 왜 이런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실 에너지 소모”라며 “정치적 입장에서 봐야한다”는 의견도 냈다. 과거 국정교과서 참여 교수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언급하며 “당시 교육부가 소송까지 가는 과정에서 명단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고 여론이 안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여론이 중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3차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며칠 뒤인 같은 해 6월 1일 파일 손상된 문건 등 일부를 제외한 404개 사법농단 문건 원문을 법관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공개하라며 대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문건이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을 내렸고, 이에 참여연대는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지난 2월 사법농단 문건 비공개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으나, 2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원심을 뒤집고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민중의소리=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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