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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이석기 재심, 법리만 따지면 충분히 가능”
시민과 함께 하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재심 설명회
기사입력: 2019/06/17 [00: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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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등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측이 지난 5일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피해 사건 중 첫 번째 재심청구다. 과연 법원은 이 전 의원 측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을 열까?


지난 13일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조작 사건 재심청구 변호인단’은 서울 중구 세실극장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재심 설명회’를 열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사회로 진행된 설명회에는 재심청구 변호인단인 천낙붕 변호사(민변 사법농단 TF 단장), 조지훈 변호사, 하주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법원행정처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사법농단 수사에서 관련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의원 측이 재심청구를 하게 된 이유다.


천낙붕 변호사는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관련 진상은 수사를 통해 많이 밝혀졌지만, 핵심 사건인 내란음모 사건은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법농단 특별법 등이 국회에서 오리무중인 탓에 진상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등이 안 되고 있다. 재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재심 제도는 유죄 확정판결이 난 사건 중 법에서 규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할 경우 다시 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판부는 먼저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이 전 의원 측 청구는 서울고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조용현)에 배당됐다. 조지훈 변호사는 “재심 개시 결정이 중요하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법리만 따지면 재심 열릴 수밖에 없다”


변호인단은 “법리만 따진다면 법원이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란음모 사건 경우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규정한 재심 이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농단 문건은 가장 핵심적인 재심 이유다. 문건 등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형소법이 규정한 재심 이유 중 하나인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 하주희 변호사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문건을 보면 사전에 조율해 판결을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과 법관들이 만난 정황까지 더해지면 재심을 개시할 새로운 증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하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들이 수사 도중 이 전 의원 등의 피의 사실을 공표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위법을 저지른 점도 재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변호인단은 언론을 통해 수사 기록을 봤다. 공소 제기 전 녹취록, 수사보고서 등이 모두 언론에 누설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2013년 8월 국정원 직원들은 채널A, TV조선 등 이른바 종편방송 기자들과 거의 동시에 이석기 전 의원 자택과 오피스텔, 의원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종편에서는 종일 실시간 생중계하듯 압수수색 현장을 방송했다. 이는 압수수색 비밀 유지 등 법률을 위반했다”라고 지적했다.


형소법에 따르면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직무 처리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러 유죄를 확정받으면 재심을 열 수 있다. 다만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는 그 사실을 증명해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재심 이유를 충족하지 못해 이 전 의원의 청구가 기각될 거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사법농단 문건 작성 시점이 이 사건 심리 중이 아닌 선고 이후이고, 국정원 직원들의 혐의는 유죄 확정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재심을 안 해봐서 잘 모르는 소리”라고 정면 반박했다. 천 변호사는 “사법농단 문건 자체는 사후에 작성됐지만, 재판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흔적이 문건에 담겼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 혐의와 관련해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는 앞 조항만 알고, 사실 증명으로도 가능하다는 뒤 조항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심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 다 같이 만들어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


재심 개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진 활동가는 “과거 이 전 의원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 낙인이 찍힌다. 얼마 전 퀴어문화축제에서 이 전 의원 석방 피켓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집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되기도 했다. 이 전 의원 사건은 한국 사회를 가르는 정치적 기준이 됐다. 정치를 무시하고 법리만으로 가능할까”라고 물었다.


하 변호사는 “법률적, 인권적으로 현실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이 (이 사건) 사회적 평가를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법 농단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유죄 선고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가능하다”라면서도 “다만 사회적 분위기, 법 이외의 정치적 판단에서는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안 풀리면 인권, 민주주의 문제에서 진척이 안 된다”라며 “사회적 분위기는 다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왜 지금 재심을 청구했냐”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현재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전한 진실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심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천 변호사는 “재심은 한 번 청구한다고 끝이 아니다. 계속 청구할 수 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법 농단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재심 청구에 대한 이 전 의원의 반응이 전해졌다. 최근 이 전 의원을 접견한 조 변호사는 “이 전 의원은 기뻐했다. 변호인단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안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라며 “이 전 의원도 어려운 싸움인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변호인단에게 ‘지금 판사들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법원이 우리 주장을 쉽게 내치지 않게끔 논리적으로 법리적으로 준비해달라’라고 부탁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되지, 왜 굳이 재심을 받으려고 하냐’는 질문에 하 변호사는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의 말로 대답을 갈음했다.


“지난날의 판결문을 재활용하지 않고 먼지만 쌓이도록 놔두어도 판결문의 법적 효과는 살아있다. 판결 하나의 문장, 하나의 문건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강제적 집행인 것이다. 판결문은 개개인의 생명, 신체, 자유, 재산, 명예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며, 가족관계·대인관계·직장생활·사회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리적 강제력뿐이라면 그것은 조직폭력배의 폭력과 무엇이 다를까. 그러나 판결문은 사실관계에 대한 권위의 확정, 도덕적 평가, 국가의 후광이 따른다. 그래서 앞으로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잘못된 판결은 반드시 올바른 판결로 하나하나 고쳐가야 한다.”
 
<민중의소리=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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