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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의 꿈 이어간다”
30년 전 제자가 해직 선생님들께 보내는 반성문
기사입력: 2019/05/29 [11:1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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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지여! 함께 떨처 일어선 동지여! 우리의 사랑스런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나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 1989.5.28)


1989년 5월 28일 독재정권에 맞서며 최루탄 가스 연기를 헤치고, 참교육 정신으로 무장한 교사들의 의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태어났다. 전교조는 '민주시민으로 자라야 할 학생들에게 교원 스스로 민주주의 실천의 본을 보일 수 있는 최선의 교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 의해 붙어진 '법외노조' 딱지는 그대로 남겨진 채, 30번째 슬픈 생일을 맞이했다.


28일 30년간 전교조를 지지하고 지킨 선배 조합원들과 연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식'이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앞서 '못다 이룬 참교육의 꿈, 저희들이 이어간다'라는 주제로 '전교조 결성 30주년 추모제'가 진행됐다. 이들은 창립부터 현재까지 전교조를 지키고자 했던 123명의 참교육 열사의 넋을 기리며 행사를 시작했다.


전교조 초기 역사를 일군 고(故) 김덕일 선생의 배우자인 유금자 씨는 '전교조를 사랑한 당신, 그래서 지금도 이 공간 어딘가에 와 있을 당신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울먹이며 읽어 내려갔다.


고 김덕일 선생님은 전교조 초등위원장직을 수행하다 과로 등으로 간경화 판정을 받고, 1년여 투병 생활 끝에 1999년 45세 나이로 운명했다.


유금자 씨는 "1992년, 당신은 전교조의 합법화를 요구했고, 학교장의 독선적인 학교운영 방식에 비판했으며,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자고 주장하며 교육대개혁과 해직교사 원상 복직 서울 추진 위원장이 됐다"며 고인을 떠올렸다. 유 씨는 "당신을 지지한다"며 "좀 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유 씨는 "당신이 사랑하는 전교조는 지금 후배 교사들에 의해서 어려움을 딛고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전교조가 민족·민주·인간화교육에 대해서 시대적인 소명의식을 갖고 나아가는데, 당신이 교직에 머문 22년 8개월 간의 삶의 흔적들이 좋은 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퇴직조합원 모임인 '참교육동지회' 윤한탁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그리워 가슴에 사무치는 이름, 우리 동지'라고 불렀다. 윤 회장은 "먼저 가신 우리의 참교육 동지들 그리워 가슴 사무치게 부르고 싶다"며 "못다 하신 동지들의 유명을 길이 받들어 전교조 30년을 달군, 무쇠 같은 결의로 기어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의 승리를 굳게 다짐하자"고 말했다.


장순향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은 진혼춤으로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이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합동 분향이 이어졌다. 전교조 지도부와 유가족 등이 '참교육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무대에 준비된 분향소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추모제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힘찬 박수의 소리로 기념식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미래 30년, 교육 행복 시대로 꽃 피워간다'라는 주제로 기념식이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김승환 전북교육감, 장석웅 전남교육감이 참석했다. 이수호 전태일 기념관장,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장, 신병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등도 참여했다. 전교조 지도자문위원인 이부영, 정진화, 김정훈, 변성호 등 역대 전교조 위원장들도 자리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김현진 수석부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참교육 30년, 89년 결성기의 그 엄혹했던 탄압만큼이나 전교조에게 평화로운 시간은 단 하루도 허락되지 않았다"며 "지난 30년, 전교조는 쉼없이 투쟁하고 전진해 왔고, 전교조의 투쟁과 전진은 그 자체로 한국의 교육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성 초기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나선 제자들의 응원 속에서 해직의 아픔을 잊었고, 10년의 비합법시기, 1527명 해직교사들의 생계를 책임진 것은 전국의 이름모를 후원교사였다"며 "오늘 전교조 결성 30주년을 맞아 전교조 6만 조합원은 지난 30년간 전교조에 주셨던 그 한없는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교조 창립 30주년 축사를 통해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89년 결성과 동시에 정권 차원의 혹독한 탄압을 받은 조합원에 이어, 그 탄압을 지켜보고 자란 '전교조 세대'들이 조합원이 되고, 그 제자들의 아들딸이 다시 조합원의 제자가 된 셈" 이라면서, "세대를 거듭하며 수많은 사람을 남기며 발전해온 전교조야말로 최고의 노동조합"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기꺼이 연대해 함께 걷고 투쟁하는 동지가 되겠다"며 "노동조합의 지위를 되찾는 투쟁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의 촛불이, 광주 오월 광장의 촛불이 전교조의 삶을 당당하게 붙잡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정권 교체 2년이 지나도록, 앞선 정권이 만들어왔던 적폐들이 상속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전교조가 법률상 지위를 넘어서 헌법상 지위로 확신하게 되는 것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꼭 보고 말겠다"며 "저 회장 임기 1년 2개월 남았다. 그 안에 반드시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칼을 쓰라고 줬다. 칼을 안 쓰면 자기가 당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교조는 이날 가수 정태춘 씨와 995일째 전남도청 복원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오월어머니회 5명에게 참교육상을 수여했다. 정태춘 씨가 공연을 시작하기 전, 무대 아래에서는 "정태춘 그대는 영원한 전교조"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태춘 씨는 전교조 결성 당시, 합법화를 위해 사비로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친 가수다. 특히 해직교사들이 명동성당에 모여있을 당시 경찰 봉쇄를 뚫고 위로공연을 하며 전교조의 애정을 보여줬다.


전 씨는 "전교조와 만나면서 또 뚜껑이 열린다. 그 뚜껑은 세상이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강요받는 것만이 아닌, '상상력'"이라며 "전교조는 그 상상력을 다음 세대들에게 전달해주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결성 시 장훈고 학생회 부회장으로 전교조를 위해 투쟁했던 현재 민주노총 최은철 서울본부장의 아들인 최희찬 군이 231명 중에 대표로 장학금을 받았다. 최 본부장은 "89년도 당시 선생님들은 참교육을 가르쳐줬고, 30년이 지나서 (제가) 법외노조 취소를 위해 민주노조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며 "아들이 전교조의 30년의 세월을 기억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30주년 공모전 가운데 수기에 당선된 조합원인 장유림 선생님은 "89년 그 뜨거웠던 여름 한 낮,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들 지키자며 잠실여자고등학교 지하 야자실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그 다음날까지 구호도 외치고 그랬던 기억이 아프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의 한 때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장유림 선생님은 "잠실여자고등학교 해직 선생님들에 대한 헌사라기 보다는 30년 전 선생님들께 제출하는 일종의 반성문"이라며 "그 선생님들은 49살의 제자의 반성문을 읽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제 수상소감이, 잠실여고 (해직된 13명의) 선생님들께 알려진다면, 그렇게 당신들이 30년전 그 일에 대해 손톱만큼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에서 25년 간 근속한 상근자 안순애씨는 "89년, 90년 제가 사범대 예비교사 전교조 지키기 투쟁을 했을 때 외쳤던 구호가 지금 생각난다. 참교육의 수원지 전교조를 사수하자라는 구호였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에 상당한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면서도 "앞으로도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실천하는 전교조 일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부상으로 순금 1돈의 전교조 금배지를 준비했다. 사회자는 순금을 택한 이유는 전교조의 변치않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30주년 케이크를 함께 잘랐다. 이어 이들은 '참교육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전교조 결성 기념곡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부르며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식을 마쳤다.


<민중의소리=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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