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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슬픔·원망 내려놓고 ‘새로운 노무현’으로”
노무현 10주기 추도식의 다짐...추도식장 가득 메운 노란 물결, 시민 1만 7천여명 운집
기사입력: 2019/05/24 [01:1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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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0년이 되는 23일, 올해도 어김없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노란 물결이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안고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추도식장에 비치된 3천여개의 의자는 금세 만석이 됐다. 주최 측은 이날 약 1만 7천여명이 봉하마을에 다녀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예년보다 추모식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가슴 속 애통함은 내려놓고 노 전 대통령의 꿈을 이어나가자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노무현재단이 서거 10주기를 맞아 준비한 추도식의 슬로건도 '새로운 노무현'이다. 애도와 추모를 넘어 깨어있는 시민들이 '새로운 노무현'이 되어 그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노건호 "깨어있는 시민, 고인이 정치 포기 않도록 한 신조"
노 전 대통령 초상화 건네며 추모한 부시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는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노 전 대통령이 주창한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다시금 강조했다.


노 씨는 "아버님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인 삶을 채웠다"며 "깨어있는 시민과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게 한 신조"라고 말했다.


노 씨는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은 이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 나갈 것"이라며 "아버님은 우리 국민이 이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부시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식 전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과 환담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언급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인권에 헌신한 대통령",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대통령",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 "겸손한 대통령"이라고 회상하며 "고 노 전 대통령의 삶을 함께 추모할 수 있게 돼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눈물 흘린 문희상 국회의장
"보고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모사를 읽어내려가며 눈물을 흘려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문 의장은 "10년 전 오늘, 그 새벽 대통령은 그렇게 떠났다. 세월이 벌써 10년이나 흘러버렸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화하는 이 세상이 더더욱 서러운 날"이라고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 의장은 "지난 10년 세월 단 하루도 떨칠 수 없었던 그리움을, 죄송함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며 "우리는 대통령과의 이별을 겪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 고통을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묵시적인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국민들은 끝도 모를 것 같았던 절망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 모였다"며 "그리고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완성하지 못한 세 가지 국정 목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 사회,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며 "분명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두 번 잃는 것이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장은 "하늘에서 도와달라, 지켜달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며 "이 짐은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대통령은 뒤돌아보지 마시라. 부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의장은 "60대 시절 대통령과 함께했던 이 문희상이가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됐다"며 "10년 만에 대통령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할 기회를 얻게 됐다. 보고 싶고, 존경한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눈물의 추도사를 마쳤다.


노 전 대통령 대변인이었던 이낙연 총리
"대통령님 꿈꾸시던 세상 멀었지만,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이낙연 총리도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께서는 생전에 스스로를 봉화산 같은 존재라 표현했다. 연결된 산맥 없이 홀로서 있는 외로운 산이라 말했다"며 "그러나 보십시오. 대통령님은 결코 외로운 산이 아니다. 대통령님 뒤에는 산맥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준 고통과 각성에 대해 언급하며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 전 대통령님이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이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들은 가겠다"며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질서도 남아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리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저희 마음속에 대통령님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들에게 희망과 고통, 각성을 일깨워 그것을 통해 저희들을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계신다"며 "대통령님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이다. 저희들도 늘 깨어있겠다"고 다짐했다.


노무현 재단 "대통령님 당부처럼 남은 과제 실현해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불참하는 대신 대표단 꾸려 보내


재단 측에서는 모친상을 당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대신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가 추모사에 나섰다. 정 이사는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에게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전했다.


정 이사는 "지난 10년동안 저희는 대통령에 대한 회한과 애도, 회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님의 마지막 당부처럼 슬픔과 미안함, 원망은 그만 내려놓고, 대통령님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실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그래서 이번 10주기 추도식 주제도 '새로운 노무현'이다. 이제는 대통령님과 함께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며 "이런 노력들이 모여 내년에는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간다고 대통령님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 대신 조경태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은 다른 정당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에 대한 당 차원의 별도 논평도 내지 않았다.

 

<민중의소리=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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