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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주장과 자기의 ‘심증’으로만 판단
[김경수 유죄 판결문 분석] 오히려 김 지사의 인사청탁 거절 사실 명확히 드러나
기사입력: 2019/02/01 [15:4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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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한 판결문에는 유죄 판단의 직접 증거가 단 한 줄도 언급돼 있지 않았다.


A4 용지 170쪽에 달하는 판결문 분석 결과는 매우 단순하게 요약된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주장과 판사의 ‘심증’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덧붙여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난 사안이 있다. 김 지사가 김씨의 인사 청탁을 지속적으로 거절했고, 첫번째 청탁을 거절한 이후부터 김씨 일당이 이 사건을 터뜨릴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증거 채택의 기본원칙 무시한 일방적인 ‘증거능력’ 판단


판결문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와 김씨의 공모 관계를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로 추론했다는 점이 확인된다. 


그러나 그 ‘은밀한 대화’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동원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대화와 관련해 피고인이 이를 진술하지 않는 경우 그 대화 내용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으므로 그와 관련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김종호, 박선민 등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에 더하여 킹크랩 개발 및 운영 경위, 킹크랩이 피고인에게 시연된 사정 등 간접사실 및 정황사실까지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의 지시 내지 승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김동원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 판단은 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한다. 채증법칙은 판사가 객관적으로 타당한 증거를 채택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증거법칙 중 하나다. 


김종호 등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 김씨와 같은 조직에서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으면서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세워진 인물들이다. 김씨 일당은 김 지사의 공모 혐의가 인정될 경우 ‘종범’으로 전락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드루킹’ 일당은 범행 전후를 통틀어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인 셈이다. 당연히 김 지사에 대한 부정적인 증언이 자신들의 형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럴 경우 그들의 일치된 증언이라 하더라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에서 매우 당연하게 적용되는 채증법칙이다.


결국 재판부는 간접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고자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했다.


심지어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번복됐고, 재판부 역시 이 점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그러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객관적 사정과 일치하거나 그 자체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진술들까지 믿지 못할 것은 아니다”고 단정했다.


‘킹크랩 사용에 대한 허락을 김 지사에 구했다’는 드루킹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그 일당의 번복된 증언을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꿰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구동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상황에 관해 김동원이 단 둘이 있을 때 허락을 구했다고 진술했다가 (킹크랩 개발자) 우경민이 있는 상황에서 허락을 구했다고 진술하는 등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이 계속 변경됐다”며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봤다’는 우경민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김 지사의 공모 관계에 대한 심증을 굳힌 채 김 지사의 신빙성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우경민이 강의장 내에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쉽게 배척해리는 모순을 보였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댓글조작 인지 흔적


무엇보다 판결문 어디에서도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인지했다는 직접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메신저로 소통을 했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통은 김씨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송이었다. 김 지사가 댓글작업을 지시하거나 개입‧인지했다고 볼 만한 ‘말’은 증거로 채택된 메시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러한 일방적인 소통 자체를 김 지사가 댓글조작 작업에 관여한 증거로 봤다. 


우선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에 대한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된 경위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2016년 6월 처음 만난 이후, ▲그해 9월부터 드루킹이 ‘선플운동’에 동참하기로 했고, ▲그해 10월경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이자 ‘개발자’ 우경민에게 ‘킹크랩’ 개발을 지시했으며, ▲같은 해 11월 9일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개발 및 구동을 ‘고개를 끄덕거려’ 허락했고, ▲이후부터 2018년 3월경까지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와 기사 목록 8만 건을 수시로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송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중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한 근거로 재판부가 언급한 대목부터 신빙성이 떨어진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저녁에 경공모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구동을 통해 네이버 뉴스 댓글에 자동으로 공감‧비공감 클릭이 되는 모습을 시연했다”며 그 근거로 그날 저녁 8시 7분께부터 8시 23분께까지 킹크랩 개발자 우경민의 휴대전화로 네이버에 접속해 활동한 로그 기록을 제시했다.


이 기록으로 세 개의 아이디로 16분 간 반복적인 댓글 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그러나 김 지사가 실제 방문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김 지사가 드루킹과 회동을 한 시간대가 언제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즉 김 지사가 당일 방문한 사실이 맞다 하더라도 방문한 시간과 회동한 시간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군다나 그 해 9월 28일 김 지사의 첫번째 경공모 사무실 방문에서 “숨은카페 400여 명이 참여한 텔레그램방을 통해 ‘좋아요’, ‘댓글추천’ 등 화력지원으로 언론, 기사 조작을 막아낸다”라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사실에 비춰보면, 일반적인 수작업 선플운동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 경공모 조직이 소위 ‘선플운동’을 한다는 점을 김동원이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김동원이 경공모 회원들을 활용한 조직적인 방법으로 ‘수작업’에 의한 댓글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요약하면 김 지사가 수작업에 의한 정상적인 선플운동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조작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한 근거로 활용한 셈이다.


재판부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2016년 11월부터 수차례 김 지사에게 메신저로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에 댓글조작과 킹크랩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김 지사가 불법 댓글조작 경과를 보고받으며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며, 댓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어디에도 김 지사가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나거나 ‘지시’ 또는 ‘개입’을 추론할 만한 직접적인 대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수차례 정보보고 자료가 담긴 메시지를 받은 뒤에 단 한 번 “고맙습니다”라고 답장을 한 점과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들이 모인 단체방에 “김 지사 반응이 긍정적이다”라고 썼다는 사실을 가장 유력한 공모의 정황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은 “김동원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이어서 확인도 잘 하지 않았고, 킹크랩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기 때문에 킹크랩 운용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드루킹이 정리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는 판결문에서도 나와 있듯 일반적인 사회‧정치 동향을 정리한 것에 불과했고, 따라서 이를 굳이 김 지사가 일일이 확인할 개연성이 없으므로, “감사합니다”라는 단 한 차례의 답장은 의례적인 인사에 가까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개연성조차 추론하기 어려운 매우 취약한 간접 정황들만으로 ‘심증’을 굳혀 유죄 판결을 내린 셈이다.


재판부는 그런 ‘심증’을 객관화하고자 ‘김 지사가 댓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곧 드루킹의 범행 의지를 강화했다’고 강조하며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표현을 썼다. 유력한 정치인의 암묵적 승인이 댓글조작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참신한 발상이다.


오히려 김 지사의 인사청탁 거절 사실 명확히 드러나


그럼에도 판결문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사실관계는 있다. 김 지사가 드루킹의 측근 인사 청탁을 거절했다는 사실이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김동원은 2017년 6월 7일 국회에서 피고인을 만나 나눈 대화에 대해 ‘피고인에게 도두형을 일본 대사로 추천해달라고 하자 피고인이 일본 대사는 문 대통령과 면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 거절했다고 이야기를 해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서 당시 댓글 작업을 중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의 ‘오사카 총영사 추천 무산과 센다이 총영사 제안’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드루킹이 김 지사의 보좌관에 측근 도두형 변호사의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된 점도 확인된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통한 일본 대사 임명 청탁이 무산되자 보수진영과 합작해 댓글조작 건을 터뜨릴 계획을 세운 점도 파악됐다.


김 지사가 오사카 총영사 대신 센다이 총영사 발탁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드루킹 측의 오사카 총영사 청탁 과정에서 김 지사 측이 드루킹 측에 지속적으로 ‘이유가 무엇이냐’, ‘왜 필요하냐’ 등의 질문을 하는 등 드루킹 측의 인사 청탁에 대한 김 지사 측의 대응은 통상 부당거래에서 드러나는 양상과는 성격이 다른 부분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국민추천제 절차를 거치기 위한 일종의 ‘검증’을 하고자 했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모두 배척하면서, 김 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진행된 드루킹의 댓글작업을 통한 여론조작의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상 ‘이익제공 의사 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민중의소리=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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