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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수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들
임종헌 구속 이후 영장판사가 뒤집어놓은 ‘사법농단’ 판단, 과연 선배들은?
기사입력: 2018/10/28 [22: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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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실무 책임자’ 격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이후 검찰 수사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일반 사건이었다면 길지 않은 기간 내 ‘윗선’ 소환 조사에 이은 구속과 기소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8일 오후 임 전 차장을 또 다시 불러 조사했다. 전날 오전 구속한 이후 하루 만이었다. 구속으로 급격한 상황 변화에 직면한 임 전 차장에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 변화를 이끌어내 보겠다고 판단했을 소지가 있다.


다만 이날 조사에서부터 검찰이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임 전 차장 측은 이번 구속이 ‘정치적 결과물’이라고 비난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날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은 진술을 일절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현재로선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급격한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막내’ 영장판사가 뒤집어놓은 ‘사법농단’ 판단, 과연 선배들은?


임 전 차장의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오전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는 영장판사들이 지난 4개월여 간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주요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댔던 ‘죄가 되지 않는다’,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등 사실상 본안 판단에 가까운 기각 사유들과는 완전히 배치됐다. 사법농단 사건의 본질 자체를 부정해온 다른 영장판사들의 논리를 전면적으로 뒤집어버린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다른 네 명의 영장판사들보다 1~2기수 후배로,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들 중 가장 막내다. 


나머지 선배 판사들 입장에서 후배 판사가 자신들의 논리를 뒤집으면서 영장을 발부한 사실이 썩 기분 좋은 일일 수만은 없다.


원칙적으로 판사 개개인은 독립적이다. 때문에 나머지 영장판사들이 임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 논리를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 따라서 향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급 전직 법관들의 구속영장이 청구된다 하더라도 나머지 영장판사들이 종전의 논리를 뒤집고 발부해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임민성 부장판사가 핵심 영장들을 모두 도맡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영장전담 판사를 임의로 배당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이 있긴 하나, 그 권한은 형사수석부장판사나 최선임 영장판사에게 주어져 있다.

결국 ‘법관 독립’, ‘재판 독립’이라는 가치를 근거로 ‘사법농단’과 관련한 두 가지 판단이 법원 내에 공존하는 상황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다. 


검찰 수사의 활로 열렸다?


임 전 차장의 구속을 계기로 꽉 틀어막혀 있던 검찰 수사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낙관적인 분석들도 나온다.

그러나 수사가 진척되기 위해서는 대법원 내에 보관돼 있는 핵심 자료들이 확보돼야 한다. 법원행정처가 임의제출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데다, 위에서 언급했듯 나머지 영장판사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줄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검찰이 갑자기 유의미한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작년 말까지 재경지법에 근무했던 법조계 관계자는 “양승태나 박병대 등 윗선 수사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임종헌의 진술이 향후 수사의 갈림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분간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진술에 상당한 의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물적 증거 확보 등에 따른 사정 변경 없이 오로지 신문으로만 임 전 차장의 진술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임 전 차장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 그 결과가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임 전 차장이 다시 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 임 전 차장 측은 구속적부심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상의 후 구속적부심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속적부심은 형사항소부가 맡는다.
 
<민중의소리=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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