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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수치
4대강사업의 진실은 무엇인가?
기사입력: 2018/08/10 [12:5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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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상 디즈렐리(B. Disraeli)는 거짓말에 세 가지 등급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에 ‘거짓말’(lies)이 있고,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s)이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통계수치’(statistics)가 이 둘보다 한층 더 심한 거짓말이라는 그의 지적입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그의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라는 말을 인용한 후 사람들 사이에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디즈렐리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람들이 근거가 빈약한 논리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통계수지를 자주 인용한다는 사실을 꼬집으려는 의도였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표장된 통계수치는 객관적이며 엄밀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수치를 인용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그것의 타당성을 여러 각도에서 엄밀하게 검증해야만 합니다.


어제(8일) 한 보수신문에 올라온 칼럼은 “4대강 수질은 좋아졌다”라는 단정적 제목을 달고 있었습니다. 4대강 댐들로 인해 숱한 환경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바지만, 상반된 데이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정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칼럼을 자세히 읽어보니 감사원 용역으로 수행된 대한환경공학회의 분석결과 하나에 의존해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제시된 수치만으로 보면 그 분석결과를 그런대로 정확하게 인용한 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4대강사업 덕분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단정을 내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선 지적해야 할 점은 그 칼럼의 필자도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녹조는 수질 지표와 상관이 없는 듯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구절을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갈 겁니다.


“이처럼 개선된 수질 지표가 더 많았음에도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빈번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마치 녹조가 수질 지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독립적 현상이라는 뉴앙스를 풍기지 않습니까? 댐을 쌓아 물이 흐르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녹조가 창궐하는 현상이 빚어졌다면 그 자체가 수질 악화의 한 증거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수질 지표상으로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이 지표상으로 보면 심각한 악화가 일어난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마땅한 일이지요.


필자가 간과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실은 4대강사업 전후의 수질 비교만으로 그 사업이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환경공학회가 제시한 분석결과만으로 “4대강사업 덕분에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결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댐으로 물을 가둬 놓으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어용학자들의 망언에 가까운 논리가 타당성을 가질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4대강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지천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내 기억으로 7조원인가 되는 엄청난 금액이 인처리시설이나 환경기초시설 건설에 투입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의 결과 4대강으로 유입되는 물 그 자체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한환경공학회의 분석 결과에서 질소나 인 같은 오염물질 항목에서 사업 전보다 오히려 개선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 그 좋은 증거입니다. 유입되는 물 그 자체의 인이나 질소 농도가 낮아졌으니 4대강에서 채취한 물에서의 인, 질소 농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와 같은 변화를 4대강에 댐을 쌓은 덕분에 생긴 수질 개선효과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나의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좋은 증거가 있습니다. 최근에 수행된 감사원의 4대강사업 평가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떠오르는 별’이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닌 젊고 유능한 내 후배 교수들이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사업의 경제성 평가라는 어려운 작업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대한환경공학회의 분석 결과처럼 단지 4대강만의 사업 전후 수질 지표를 산출해 이를 비교함으로써 수질 개선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근본적 결함을 갖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4대강의 수질이 4대강사업 이외의 환경적인 혹은 제도적인 변화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앞에서 말한 지천 정화사업의 영향이 그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학협력단은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4대강뿐 아니라 비4대강의 수질이 4대강사업 전후로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를 분석했습니다. 4대강사업 이외의 환경적, 제도적 요인이 수질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비4대강의 수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예상대로 산학협력단의 분석 결과는 4대강과 비4대강 모두에서 수질 개선이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강 수질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한 환경적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수질 개선의 정도가 비4대강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사실입니다.


4대강과 비4대강 모두에서 수질 개선이 일어났으며 수질 개선의 정도가 비4대강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것은 (4대강 댐 건설이 아닌) 지천에서의 환경개선 투자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사업 전후의 4대강 수질 지표의 비교만으로 4대강사업의 효과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국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분석 결과는 4대강사업의 덕분으로 수질 개선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보기 좋게 뒤엎어 버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4대강사업의 진실입니다.


구체적인 통계수지를 인용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논쟁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의 아전인수격 인용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통계수치가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심한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만들려면 그것의 타당성에 대한 세심하고 양심적인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통계수치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4대강사업 덕분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에 손톱만큼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름마다 시퍼런 녹조가 뒤덮고, 몇십 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강바닥이 악취나는 뻘로 뒤덮여가는 것이 사실인 마당에 수질 지표 관련 통계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런 현실에서 고상하게 BOD니 COD니 하는 지표를 들먹거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시커멓게 썩은 강 바닥에 시궁창 같은 4급수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다구 유충이 득실거리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수질 악화의 증거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겉으로는 객관적이며 엄밀하게 보이는 통계수치가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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