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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적폐청산 무풍지대에 둬선 안된다"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사법부가 썩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기사입력: 2018/07/03 [23:0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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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때 광주서구을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됐다. 네 번의 총선, 한 번의 광주시장 선거 출마 끝에 맺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전남대총학생회장을 지내며 학생운동을 했던 오 전 원내대표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간부 등을 지내면서 사회운동을 하다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잇달아 간부를 맡으며 진보정치의 꿈을 함께 키웠다. 그런 만큼 그의 국회 입성에는 자주·민주·평화를 위한 무거운 책임감도 뒤따랐다.


하지만 진보정치를 마음껏 펼쳐보기도 전에 원치 않은 폭풍이 몰아 닥쳤다. 박근혜 정부가 그가 속한 통합진보당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던 것이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국가정보원 발로 터졌고, 연이어 박근혜 정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로 인해 오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은 국회 입성 2년 6개월만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헌법과 법률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의원직 상실 결정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 반이 흐른 지난 6월, 양승태 사법부의 이른바 '재판 뒷거래' 문건이 공개돼 또 다른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해당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협력한 판결 사례로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 거론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 등도 담겨 있었다.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은 오 전 원내대표 등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 당 해산 뒤 의원직 박탈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피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박탈 무효, 내란음모사건 조작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피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박탈 무효, 내란음모사건 조작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사법부가 썩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허탈했죠." 한반도를 지나가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던 2일 대법원 동문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오 전 원내대표는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을 처음 접했을 당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오 전 원내대표는 어느새 많은 '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그는 "예전부터 유전무죄라는 말도 있었고, 보수적인 법관에 의해서 사법부가 썩었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 정도였을까 싶었다"며 "그것도 사법부 수장이 (재판 뒷거래를) 했다는 걸 알게 돼 처음엔 허탈했고, 또 그걸 넘어서 분노했다"고 말했다.


오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이대로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 지난달 28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서 이날로 5일째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오 전 원내대표는 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자 양심의 최후 수호자라고 하는 사법부를 적폐청산의 무풍지대에 그대로 놔두어선 안 되겠다는 국민적 요구가 커졌다"며 "이런 사법부를 올바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민주주의란 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사법부를 개혁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반드시 의법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삼권분립이라는 기본 대의에 충실한 사법개혁이 제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모으자는 호소를 하기 위한 첫 걸음이 농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법부 개혁과 더불어서 통합진보당의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 그리고 국민에 의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자의적으로 박탈한 국회의원의 직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법정의를 호소하기 위해서 농성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통합진보당 해산 자체가 부당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발로 갑자기 터져버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이어 속전속결로 이뤄진 헌정사상 초유의 당 해산까지. 믿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박근혜 정부 당시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통합진보당 해산 커넥션 정황이 등장한 데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뒷거래'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의심'은 '사실'로 옮겨가고 있었다. 오 전 원내대표는 "이걸 어찌 정치공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오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농성단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박탈 무효 ▲내란음모사건 조작 진상규명 ▲이석기 의원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갈갈이 찢긴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오 전 원내대표는 "올바른 해결 과정이라는 건, 겹겹이 쌓인 적폐의 진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이라며 "'부역자 양승태'로 표현되는 부패한 법관들에 대한 처벌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진상규명 되고 책임자 처벌되고 그리고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게 명예회복"이라며 "저희가 칭송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 명예회복이라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소위 종북, 빨갱이로 진보정당이 왜곡됐던 것을 올바로 바로잡는 것"이라며 "보수수구 이데올로기, 반공 기득권 집단의 자기 이해 만족을 위해서 상대를 빨갱이로 몰았던 시대와 체제를 극복하는 게 명예회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 등과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승태 사법농단' 진상규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오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김명수 대법원'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등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명백히 동업자 정신"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한 것 같다. 보수적인 사법부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가 수사에 충분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특검이라든지 특별법에 의한 조사라든지 이런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통합진보당 이후 진보정당 역할에 대한 고민


동시에 진보정치에 대한 오 전 원내대표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원내대표는 당이 해산된 뒤 전북 남원에 있는 절에 들어가 농사도 짓고 암자(큰절에 딸린 작은 절)에서 생활하면서 1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당원 명예회복 관련 소송 등 문제 때문에 가끔 서울을 오고갔다. 오 전 원내대표는 당 해산 이후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시작과 함께 진보정당에서 고위간부를 한 사람으로서 당이 해산되기까지 과정에서 좀 더 치밀하고 적극 대처하지 못한 건 없나, 이후 어떻게 국민들 마음 속에 살아있는 진보정당으로 회생시킬 것인가, 그런 문제를 쭉 안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다만 "답이라고 하는 건 방 안에 있는 게 아니고 거리에 있고 사람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묻고 사람과 함께 찾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는 이번 농성도 포함된다.


앞으로 노동존중과 평화의 길로 가는데 진보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오 전 원내대표는 진보정당이 바로 세워지는 게 사회적으로 주어진 과제라고 진단했다. 통합진보당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창당한 민중당에 '평당원'으로 참여했고, 지난 6.13 지방선거 때엔 광주전남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나서 어려운 과정에서 다시 민중당을 만들었다. 종자돈 정도는 만들었다고 본다"며 "이것을 어떻게 대중 속으로 잘 녹여내고 대중과 함께 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민중당이 원내 1석에 불과해서 현실적으로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 안타까워 하면서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제대로 된 진보정당 세우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다음에 나름대로 진보당을 표방하는 정당이 있지만,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정당이 일반 국민 눈높이에 볼 때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 분단으로부터 기인한 적폐 청산, 이런 문제를 온전히 부여안고 그걸 소명으로 하는 진보정당의 역할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 전 원내대표는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해 "진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그 시대에서 가장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것"이라며 "그 사회적 약자가 사회에서 공평하게 대우받고 살아갈 수 있는 법과 제도, 사회를 만드는 게 진보가 해야 할 소명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희망을 쓰는 새로운 세대가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에의 주역으로 자리 잡도록 뒷받침하고 돕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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