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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수사는 여기까지’ 선 그은 김명수 대법원장
“재판거래 근거 없다” 부정하며 “혼란 주지 말라” 엄포 놓은 대법관들
기사입력: 2018/06/16 [11:4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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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거래 등 전방위적인 사법농단과 관련해 발표한 두 번째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제한적으로 수사에 응하겠다고 선 긋기를 했다는 점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낸 대국민 담화에서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에 대해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얼핏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소극적인 협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김 대법원장은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사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조치를 회피해버렸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재판을 사법행정권자의 정책 실현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에 따른 형사소송법상 필요한 조치를 배제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2항은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부적절하다는 김 대법원장의 입장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두고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특조단의 이러한 결론은 이미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된 사안을 수사하는 데 있어 수사기관에 ‘무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우려가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 대법원장은 이 점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특조단 결론의 효력을 유지시켜줬다.


대신 김 대법원장은 ‘수사를 한다면 응하겠다’는 소극적인 협조 의사를 드러냈다. 그마저도 ‘제한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사안에 한해서만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특별조사단 조사 범위를 벗어난 수사나 이와 관련한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경우 ‘사법부 독립 훼손’을 명목으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이 담화문에서 “사법부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또 다시 침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며 일부 법관들의 견해를 언급한 것은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거래 근거 없다” 부정하며 “혼란 주지 말라” 엄포 놓은 대법관들


김 대법원장의 담화 발표에 이어 대법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법관들은 특별조사단 보고서에서 드러난 재판거래 행위를 전면 부정하면서 오히려 사법 불신 여론에 엄포를 놓는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법관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대법관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재판부와는 엄격히 분리돼 사법행정 담당자들이 재판사무에 원천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대법원 재판에서는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관하여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또한 “사회 일각에서 대법원 판결에 마치 어떠한 의혹이라도 있는 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당해 사건들에 관여했던 대법관들을 포함해 (현재의) 대법관들 모두가 재판 독립에 관한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됐다”고 강조했다.


소극적으로나마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담화와도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사법부 최고위급 법관들이 내놓은 입장은 국민들을 포함한 외부의 문제 인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중의소리=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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