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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웃던 네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3주기 추모제 개최
기사입력: 2018/04/10 [10:4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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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처참한 학살의 분노 어떻게 삭히며 살아야 하나. 해 지는 네 무덤 서산 노을 고운데...져서 아름다운 저 노을보다 차라리 살아서 감옥에 갇혀있은들 이리 가슴 저리지는 않으리. 눈물 흐르지는 않으리. 너 가고 없는 수많은 나날들을...나는 무엇으로 너를 기억하며 살아야 할까. 네가 싸워왔던 막막한 권력앞에서 무엇으로 견디며 살아야 할까. 짧지만 아름다웠던 네 생애는 어떻게 지키며 살아야 할까."


5분 남짓의 영상이 돌아가는 동안 맨 앞줄에 앉아 있던 4·9통일열사 유가족들은 눈물이 떨어질새라 애써 머리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다 기어코 손수건을 꺼내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 껴앉고 위로도 했지만 '너는 없다. 너는 훤칠한, 키 맑게 웃던 네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낭송에 이르러서는 지난 세월 잊을 수 없었던 애통함과 절절한 그리움이 기어이 터져 나왔다.


4월 9일 오후 4시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 4·9통일평화재단(4·9재단, 이사장 문정현)이 주관한 '2018년 4·9통일열사 43주기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이날 '4월의 맑은 하늘아래'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영상속 대사는 1975년 4월 9일 부모 형제 남겨두고 스물아홉 창창한 나이에 살해당한 동생 여정남을 그리워하며 큰 형이 남긴 이야기를 대구청년문학회 4·9추모시창작단이 시로 옮겨 지은 것이다. 사형 집행 후 14년이 지난 1989년 4월 9일 모교인 경북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열린 공식 추모행사에서 낭독되었으며, 이날은 박건웅 작가가 창작한 다큐멘터리 만화가 영상으로 흐르고 성우 정훈석 씨가 시의 일부를 낭송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화 32년만인 지난 2007년 1월 23일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온시되고 있는 이른바 '2차 인혁당 사건' 희생자, 4·9통일열사 추모제에 처음으로 화환을 보내왔다.


4·9재단은 이날 대통령 화환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참가자들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되어 있는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고 대통령이 화환을 보낸데 대해 긍정적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4·9통일열사인 김용원, 이수병 선생과 함께 삼락일어학원에서 자취를 한 인연이 있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서도원 선생, 도예종 선생, 송상진 선생, 우홍선 선생, 하재완 선생, 이수병 선생, 김용원 선생, 여정남 선생, 여러분 통일열사들의 희생으로, 비록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국가, 우리 민족은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는 적폐청산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 "이제 더 이상의 민주주의 후퇴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간첩을 조작하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들이 노력하겠다. 남북의 대화와 교류의 바람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다. 분단의 비극도 하루빨리 극복하여 통일조국이라는 열사님들의 꿈도 실현을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희망버스 관련 벌금 납부를 수용할 수 없다며 노역을 자처했던 문정현 신부는 "우리가 지금껏 해방과 평화를 말하는 것은 사치스럽다는 느낌이다. 이제부터 새로운 나라를 위한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자"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임을 내세워 변하는 것 같긴 한데 올해 10월 제주 강정마을에서 관함식을 개최해 핵추진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유독 미국과 관련해서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평균 연령 80살의 사월혁명회 회원들이 지난해 결성한 4.19합창단의 공연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4.19합창단은 58년전에 불렀던 '사월의 노래'와 '해방가'를 20대의 기백으로 열창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수 방기순 씨는 '고문', '그대 오르는 언덕', '광야에서'를 불러 참가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4·9재단은 이날 추모제와 함께 지난해 재단 활동보고와 올해 공모사업 협약식을 같은 자리에서 진행했다.


김형태 이사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공익활동등을 지원, 지금까지 사업당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총 99개 사업에 3억6천여만원을 지원해 왔으며, 올해 2018년 공모사업에도 13개 사업을 선정, 5,000만원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석기 한국전쟁유족회 충남지역 회장이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으로 받은 배상금 3억 5천만원을 재단에 '인숙평화인권기금'으로 기증한 뜻에 맞추어 '이내창기념사업회' 등과 협약을 맺어 의문사 유가족 구술사업 등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5월 이후에는 정세 격변 상황에 맞게 단순 추모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일평화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4·9재단이 주관한 이날 추모제에는 4·9통일열사 유가족들과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관련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이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지난 2012년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앞에 설치되었던 추모 조형물 앞에서 통일열사들에게 추모, 헌화했다. 이날 추모제에 앞서 7일에는 경북대학교 여정남 공원에서 ‘4·9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2018 사월에 피는 꽃’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 8명의 사형수와 복역 중 옥사하거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10명의 관련자 등 총 18명의 4·9통일열사가 모셔졌다.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선생 등 8인 열사에 대해 박정희 정권은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을 확정하고 재판 종료 18시간도 지나지 않은 9일 사형을 집행했다.


또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인 장석구, 이재문 선생은 복역 중 옥사했으며, 전재권, 유진곤, 조만호, 정만진, 이태환, 이재형, 나경일 선생은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으나 복역 후유증으로 운명했다. 지난 2016년 5월 24일 이성재 선생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통일뉴스=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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