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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모든 핵무기를 인정해야 하는가
기사입력: 2018/03/14 [21:0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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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특사가 발표한 방북 결과를 보면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고 한다.

 

또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핵폐기는 없다던 북한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많은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11일에도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의 핵 무력은 그 어떤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지난해 3월 13일에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가 “핵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는 목적이라면 어떤 종류의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즉, 핵폐기를 위한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난해 4월 17일 김인룡 차석대사는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논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핵 보유는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며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10월 16일에는 유엔 군축위원회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결코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여하에 따라 핵협상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즉,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핵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상황에 따라 어조를 달리 해가며 공표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명시적으로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은 조건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정의용 특사의 발표에서 찾을 수 있다.

 

정의용 특사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을 바꿔보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폐기되면 비핵화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북 적대정책 폐기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한다고 해도 다음 정부가 적대정책을 얼마든지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면 이에 맞춰 북한도 폐기한 핵을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나?

 

정책이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바꿀 수 있지만 핵무기는 단기간에 폐기, 생산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는 단순히 미국 행정부의 정책 전환 문제가 아니라 적대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 토대를 폐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상호 핵군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국이 북핵 폐기를 위해 자신들의 핵을 폐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러시아 핵도 폐기하자고 요구할 것이며 중국, 러시아는 만약 자신들의 핵을 폐기해야 한다면 영국, 프랑스 등 모든 나라의 핵을 다 폐기하자고 할 것이다.

 

북한이 주장한 ‘전 세계 비핵화’ 혹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말한 ‘핵 없는 세계’ 혹은 지난해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 금지 조약’이 실현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5월에 첫 북미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북한이 핵을 폐기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핵 폐기 협상 따윈 없다’고 선언해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조급해진 미국은 북한에게서 ‘언젠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비핵화를 하긴 하겠다’는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에 동의해야 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 방송은 9일(현지시간)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 분명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순간부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가장 정교한 선전 기술의 달인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진정으로 절묘한 외교적 행동”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북핵을 바라보는 우리 입장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 북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고래로 한반도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주변 강대국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고구려 때는 강한 군사력이 있었기에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지만 이후 우리 민족은 군사력이 약해 주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강대국의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야 했다.

 

주권을 빼앗긴 민족이 어떤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지는 일제 강점기에 피맺히게 경험하였다.

 

주권을 지키는 힘은 민족 구성원의 강한 자주독립의지와 군사력에 있다.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이래 국제사회에서 군사력의 핵심은 핵무기가 되었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다른 재래무기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핵보유국은 다른 핵보유국이나 비핵보유국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핵무기는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며 일정한 국력을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핵무기는 비단 군사력의 개념을 뛰어넘어 국제 정치권력의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핵무기의 영향력은 현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핵무기 가운데 최대폭발력을 지닌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혹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국이라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핵무기를 북한이 만들어 ‘핵강국’을 선언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제재로 경제적 고통을 받아가며 어렵게 개발했다.

 

이렇게 어렵게 완성한 핵무기를 통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일약 국제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상태로 통일을 하면 통일국가는 핵보유국이 되며 이를 잘 활용하면 더 이상 주변 강대국에게 시달리지 않고 주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고구려 시대 이래로 천 년 이상 설움을 당해온 우리 민족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통일 전에는 북핵을 어떻게 대할지도 중요하다.

 

국제 사회에는 남북이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지만 통일을 지향하며 일시적으로 분단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즉, 남북은 지금은 둘이지만 머지않아 하나가 될 관계인 것이다.

 

일단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 사용 범위에 대해 “미제의 핵공갈정책과 핵위협으로부터 나라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인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우리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나라나 지역에도 위협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두 가지를 포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일단 북한은 한 민족인 한국을 타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의용 특사는 이번 방북 결과 발표에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중략)…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하였다.

 

이 약속도 매우 고무적이긴 하지만 대화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한 민족으로서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해야 한다.

 

또한 북핵의 보호 대상에 한 민족인 한국 국민을 포함해야 한다.

 

즉, 북핵은 전체 민족을 보호하는 무기여야 한다.

 

일본 아베 정권은 군사대국화를 꿈꾸며 유사시 자위대를 한국에 파견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만약 일본이 한국을 재침하려 한다면 한 민족인 북한도 응당 한국을 도와 일본의 침략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과거 5.18 광주학살 때 미국은 신군부의 학살을 용인하였으며 만약 진압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주한미군에게 폭동진압훈련을 시켰다.

 

만약 북핵이 한국 국민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면 미국을 포함해 그 누구도 한국 국민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모든 핵무기를 인정해야 하는가

 

확실히 현실 국제 질서에서 핵무기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핵무기는 단 한 발로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장기간 고통을 안겨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반핵운동은 오랜 역사와 넓은 저변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모든 핵무기는 사라져야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전 세계 비핵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이는 핵보유국 사이의 합의와 결단으로만 가능하다.

 

비핵보유국이 아무리 핵폐기를 요구해도 핵보유국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핵보유국이 요구해도 안 될 일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프랑스가 북한의 핵개발을 비난하자 북한이 “핵무기가 그렇게 나쁜 것이면 누구에게도 핵 위협을 받지 않는 프랑스가 먼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에 대해 프랑스는 묵묵부답했다.

 

어느 특정 핵보유국이 먼저 자신의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다.

 

역사적으로도 핵보유국이 스스로 핵을 포기한 사례는 단 두개밖에 없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인데 국제 사회의 압력도 있었지만 남아공-쿠바-앙골라 휴전 합의로 안보 위협이 줄어들고 인종차별정책 중단으로 인해 흑인정권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흑인정권에 핵무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백인정권의 판단으로 스스로 핵을 폐기하였다.

 

다른 하나는 소련 해체로 갑자기 독립국가가 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인데 이들은 원래 자신이 운용하던 핵무기가 아니었기에 독자적 핵운용 능력이 없었고 결국 러시아에 핵무기를 모두 양도해 비핵국가가 됐다.

 

이중 가장 늦게 양도한 우크라이나의 경우 핵보유국들이 주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인 1996년에야 핵무기를 모두 양도했다.

 

이처럼 특수한 조건이 아닌 경우 핵보유국이 스스로 핵폐기를 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핵보유국끼리 협상을 통해 핵군축을 해야만 한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통해 실전배치한 핵무기를 줄였으며, 미국과 러시아 역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통해 실전배치한 핵무기를 줄였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의 핵폐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 세계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

 

일단 미-러 사이의 전략무기감축은 실전배치 핵무기 수를 줄일 뿐이며 줄어든 핵무기 수 역시 여전히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다른 핵보유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결국 전체 핵보유국이 함께하는 핵폐기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전 세계 비핵화는 요원하다.

 

핵개발이 이뤄진 지 7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핵보유국들이 다함께 핵폐기를 하자고 모일 이유는 없었다.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졌다.

 

북한이 핵개발을 완성하면서 새로운 핵보유국이 등장했고 국제 사회는 앞으로 핵보유국이 계속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이 ‘핵무기 금지 조약’을 체결한 배경이기도 하다.

 

북한이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모든 핵보유국이 모여 전 세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

 

북한도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자신의 핵을 전 세계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로 삼기를 바란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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