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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에 분노한 노동·시민사회
기사입력: 2018/02/05 [21:3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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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5년 선고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자, 노동·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노총 등은 각각 논평을 내고 사법부를 일제히 비판했다.


반올림 "어떤 범죄도 단죄 받지 않았던 삼성 80년 역사 다시 시작"


반올림은 "그 어떤 범죄도 단죄 받지 않았던 삼성의 80년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사법부는 오늘의 판결로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떤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분개했다.


이어 반올림은 "박근혜는 탄핵되었지만,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걸러진 판사들이 지금 국정농단 재판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정형식 재판부가 오늘 이재용을 풀어주었다. 정형식 재판부는 더 이상 법을 우습게 만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 특검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은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도 함께 단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분노도 전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황상기씨는 판결소식을 듣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재용이 박근혜와 몇번씩이나 만나서 뇌물 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걸 온 천하가 다 아는데, 이런 판결을 누가 인정할 수 있겠나? 양승태가 심어놓은 이런 판사들이 재판을 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며 사법부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고 반올림은 전했다.


경실련 "결국, 1심 선고는 집행유예 위한 포석"


경실련은 "1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형이 집행유예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부정하게 결탁하여 사익을 취하면서 한국사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였으며,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경유착 사건이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판단할 증거가 없었음에도 특검의 주장을 불인정하며 감형을 결정했다. 이것은 재판부가 국정농단의 주역인 삼성의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참담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그동안 법원은 재벌총수에게만 특혜를 주는 판결을 반복해왔다"며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재판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법원은 “기울어가는 토종 피자기업을 마지막으로 살리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정 전 회장과 가맹점주에게 너무나 가혹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경실련은 "더 이상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총수의 범죄행위를 봐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재벌총수의 판결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상고를 통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은 모든 국민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대한민국 최대 재벌, 피해자로 둔갑시킨 희대의 판결"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두고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오너이자 국정농단의 몸통 범죄자를 박근혜·최순실의 강요와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승마지원을 해준 힘없는 피해자로 둔갑시킨 희대의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또 민주노총은 "공명정대하고 정의와 양심에 입각해야 할 판사가 스스로 재벌오너에 몸을 조아리고 펜대를 구부려 판결문을 작성한 것이기에 판결의 근거를 하나하나 분석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법을 능욕하며 재벌불사(財閥不死) 판결을 자행한 오늘은 사법부가 재벌에 굴복한 사법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판결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던 사법부에 대한 남아있던 마지막 기대마저도 허망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며 "이제 노동자와 국민들이 사법적폐 청산에 떨쳐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내 양심 있는 법관들도 오늘 판결에 대해 사법적폐로 규정하고 즉각 규탄의 목소리와 청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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