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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꽁트> 낙원동 술집에서
화성-15형과 관련된 몇 가지의 팩트, 그리고 추억 하나
기사입력: 2017/12/06 [11:1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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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 이야기들은 거슬려도 너무 거슬렸다. 북의 화성-15형 미사일이 “가장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재진입기술과 유도제어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사람들이 근거도 없이 지껄이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 내 성미다. 마누라가 인정하듯 난 꼴보기 싫은 것을 그대로 두거나 두루뭉술 넘어간 적이 없다. 나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내올 수밖에 없었다. 주구장창 썼는데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특수활동비를 끌어와 쓰기로 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돈 앞에서는 무력한 법. 군소리 않고 다들 선뜻 동의를 해왔다. 그럴 것이 왕복 비행기 삯에다 미 대사관이 바라다 보이는 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을 숙소로 잡아주기까지 했다. 흡족했을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혹시 서운해 하겠다 싶어 용돈에 보태 쓰라고 약정한 액수도 보통 큰 게 아니었다.


대신, 두 가지 옵션은 분명히 했다. 술집은 내 단골집인 그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낙원동의 술집이고 술에 취해 ‘꽐라’가 되어도 오줌 누러 나간답시고 나갔다가 안돌아오고 마는 불상사는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밤을 하얗게 세야 한다는 것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작은 조치 하나를 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 몇 명을 허리우드 극장 근처에 짱박아 두는 것이 그것이었다.

 

내가 마련한 낙원동술판에 초청을 수락한 사람은 총 세 사람이었다. 톱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연구원이었다. 똑똑한데다가 합리적인 놈이어서였다. 다음으로는 조너선 맥도웰 박사였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에서 일하는 과학자였다. 미사일 전문가인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도 초청하기에는 실력이 그런대로 출중했다.

 

늙은 주모는 빤하게 서서 한참이나 위 아래를 훑었다. 그럴만했다. 맨날 경원이나 재구 그리고 성이나 재봉이 그리고 교일이니 그런 노숙자같은 놈들만 끌고 들어오던 내가 고급져 보이는 양놈들을 세 놈이나 앞세워 그 무슨 개선장군처럼 들어오니 신기했던 모양이었을 것이다.

“여기 파전 한 사라에 막걸리 한 주전자.”

주모는 시큰둥하게 눈길 한번 던져주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덩치가 커서였으리라. 느릿하게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늙은 소 같았다. 새끼소를 많이 낳고 키워 낸 암소 말이다.


미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기는 하지만 사거리문제부터 먼저 꺼냈다. 술을 시키면 안주가 나오기 전 술쟁 반에 얹혀 나오는 김치쪼가리 같은 것이라 할 만했다.

 

“워싱턴 집무실이나 마라라고 별장도 아작날 수 밖에 없어”

루이스가 가장 먼저 대응을 했다.

“마라라고 별장?”

“트럼프 별장말이야”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의 능력이 미 본토 전역 다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미사일이 수소폭탄을 장착할 정도로 엄청 큰 것에도 놀랐지만 특히 ‘짐벌’시스템에서는 ‘충격’을 먹었다고 했다. 짐벌시스템이란 쌍둥이 엔진들이 움직이면서 방향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보조 날개들을 달아서 방향을 조정하는 스커드 미사일 시스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사일이 날아가는 중에 날개를 움직이면 아무래도 속도가 떨어져 사거리가 짧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한 게 짐벌시스템인 것이다. 루이스는 북의 ICBM이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갖고 있는 ICBM과 같은 급이라고 단정했다.

“끝났어”

맥도웰도 끼어들었다. 지난달 30일 미 NYT가 보도한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 북은 핵보유국이라는 것이었다. 라이트는 막걸리를 혼자 붓고 원샷을 하고 난 뒤 김치쪼가리 한 줌을 입에 털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핵탄두 중량은 자유자재로

 

핵탄두 중량문제를 꺼냈을 때 루이스는 족히 수백kg 중량의 탄두를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고 했다. 북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쏜 미사일 발사장면을 텍스트로 삼아 연구한 결과라고 했다.

“중량은 중요하지 않아”

맥도웰의 공격이었다. 북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선 그렇게 큰 중량의 탄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반 핵탄두로도 효과는 충분하거든”

논쟁은 성립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고 라이트는 술을 연신 벌컥거리며 들이킬 뿐 침묵했기 때문이었다.

 

확보된 대기권재진입기술과 유도제어기술

 

화제를 문재인도 언급했던 대기권재진입기술과 유도제어기술에 대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켰다.

“북의 재진입기술은 확인된 게 없잖아?”

루이스에게 술을 따르며 내가 물었다.

“어쩌라구?”

대드는 것 같아 난, 문재인이 한 말을 그대로 읊어주었다.

“니 축구 잘 한다며?”

루이스가 느닷없이 축구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 완전 엿 됐어. 독일과 멕시코가 있는 조에 걸린게야. 특히 독일!. 할 일은 죽는 거 밖에 없어. 신태용이 불쌍해”

“너, 크로스 잘 올려?”

“미친 놈! 나,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일주일마다 한 번씩 공 차거든. 축구 잘하는 놈에게 크로스 잘 올리냐는 말이 할 말이냐? 제 정신이냐구?”

“북에 재진입기술이 없다고 하는 놈들도 제정신 아냐”

“여기에서 가까워, 가서 문재인한테 말 해줘. 좋아할거야”

루이스는 재진입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ICBM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ICBM을 만든 나라치고 재진입체를 만들지 못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었다. 라이트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난 50~60년 간 이미 존재해 온 것이라고 거들었다.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는 유도제어 기술에 대해서는 꺼내자 마자 접어야했다. 세 놈들이 다 입을 맞추기라도 했다는 듯이 북이 모두 갖췄거나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고 단정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라이트 박사는 정밀도가 장난이 아니라면서 북이 우수한 유도제어 기술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말까지도 덧붙혔다.

“이 새끼들, 완전 종북이네. 박사모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려...”

“지랄”

두 개 째의 파전을 내다놓으며 주모가 한마디 던졌다. 라이트가 무슨 말이냐며 턱으로 물었지만 ‘패~쓰’라는 말로 무마해버렸다.

 

술기가 몸 곳곳을 질서 있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내 특유의 꼬장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었다.

 

쓸모 없는 미국 MD

 

밤이 깊어가고 테이블마다 꽉 들어차 있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어둠에 끌려 밖으로 사라질 무렵 수다는 마지막 화제로 넘어가고 있었다.

“메티슨이 말이야, 트럼프의 워싱턴집무실이나 트럼프 마라라고 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화성-15형을 격추시킬 수 있을까?”

혀가 점점 꼬이고 있기는 했지만 어깨에 잔뜩 힘을 넣고 목소리는 한참이나 중저음으로 깔아 난 그렇게 거창하게 주제 하나를 만들어 탁자 위에 올렸다. 주모의 세 번째 안주, 홍어찜이 뒤를 따랐다.

 

세 놈들 다 표정이 자못 심각했다. 맥도웰은 미국의 MD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아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언제 들어도 식상한 말이었다. 누구나 알고있고 또 자주 하는 말이어서였다. 라이트 박사가 미국의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를 들이댔지만 그 역시 신선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북이 말여, 날씨가 좋을 때나 이번처럼 해가 있을 때를 골라서 쏴주어야 해”

루이스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 역시도 상당히 불콰해져있었다.

“그러면 맞출 수가 있다는 게야?”

“신의 가호가 따른다면 가능하지”

“신의 가호? 지랄도 여러가지군”

루이스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딱 11발만 쏴주어야해”

북 미사일전략군 사령관 김락겸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메티스 국방부장관은 요격 미사일 40기가 있는 알라스카 기지와 4기가 있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비상을 걸어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가동할 것이다. 발사된 미사일 1기를 격추하기 위해 사용되는 요격 미사일은 4기. 계산에 따르면 메티스가 처리할 수 있는 북 미사일은 최대 11기가 되는 셈이다.

“뭉툭한 거 봤어?”

루이스가 화성-15형이 지난 번 화성-14형과 다른 점이라면서 꺼낸 말이었다. 북의 재진입체, 즉 ‘노즈콘’이 매우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안주였다. 루이스는 노즈콘에 공간이 많기 때문에 수소폭탄처럼 큰 핵탄두나 작은 탄두 여러 개를 넣을 수 있지만 치명적으로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하는 장치 등도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1발”

루이스는 북과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김락겸이 미사일을 좋은 날씨나 낮시간을 고르지는 않을 것이고 또한 11발만 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요격 체계를 피한 뒤 미 본토에 떨어지게 되는 그 ‘최소한의 1발’을 강조했다. 그러면 끝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것이여

 

싱거웠다. 니 옳니 내 옳니 하면서 논쟁하기를 바랬던 술판이었다. 그러나 낙원동술판은 예상외로 별 사고 없이 별 시끄럽지도 않게 간단히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나마 주모가 약간의 꼬장을 피운 것이 추억이라면 추억이라 할 수 있었다. 정확한 시점이 언제쯤이었는지는 물론 기억에 없다. 예상컨대, 혀가 꼬이다 못해 들어붙어 까닭없이 되도 않는 욕을 뇌까리고 있었을 때였는지도 몰랐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주모가 루이스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는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는 것 정도다.

 

“아따, 씨벌! 문재인을 이해 좀 해줘야되는 거 아녀?”

“가랑이 밑을 기는데 그걸 이해하라고? 지금은 한신이 설치던 그런 시대가 아니쟎여”

“그 말은 맞어. 촛불정부거든”

“그럼 말로만 촛불정부 촛불정부 하지 말고 똑띠 해야쥐”

 

주모의 이야기는, 문재인이 북의 재진입기술과 유도제어기술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 몰라서, 제정신이 아니어서 한 말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만일 그녀가 목줄에 핏대를 세우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 혀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었다면 조근조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옛날 김대중이 그러했고 노무현이 그랬다는 것을 설명하며 나 역시도 문재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을 것이었다.

노무현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것에 대해 전체 운동권들이 욕을 퍼붓던 2003년, 운동권 일부가 미대사관을 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었다. 아이들을 시켜 무마시켜버리고 말았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었다. 노무현을 제대로 보자면 미국을 제대로 알았어야 했다. 당시 부시가 얼마나 전방위적이고 입체적으로 노무현을 압박하고 위협했는지를 알았다면 운동권들은 노무현을 까면서도 더 크게는 부시를 깠을 것이었다.

사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노무현이 미선이효순이촛불투쟁을 통해 등장했다면 지금의 문재인은 박근혜를 쫒아낸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정권이다. 허나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것이다. 이를 이해해야하는 것이다. 미국을 모르면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마,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혀가 꼬여서 말을 두서있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걸, 늙은 소 같았던 주모는 알기라도 했던 것이었을까?

“북한의 핵이니 미사일이니 그거 있쟎아! 그거 있쟎아”

“그래”

“그거 말이야! 우리 것이여. 우리 것이라구 씨발”

 

지금도 선명하다. 인상이 좋은 데다가 술이 취했으면서도 합리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려 애쓰던 루이스 옆에 붙어 앉아 그렇게 외치던 낙원동 술집 주모의 그 외침을 난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가까운 훗날, 조국통일이 되는 그 즈음에 난, 술값은 자신이 낼 것이라며 외치던 주모의 그 꼬장을 소가 여물을 다시 끄집어내 오물거리듯 반추하게 될 것이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며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내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것을 구경했던 추억이었다.


<한성 자주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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