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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회 연설, 정치지도자로서 낙제점
35분 간 국회 연설했지만 정치적 메시지 거의 전무
기사입력: 2017/11/09 [00: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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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이 ‘반공교육’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연설을 국회에서 했다는 점에서는 비판 받을 여지를 남겼다.


당초 우려했던 “화염과 분노”와 같은 발언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데에 그나마 안도해야 하는 수준인 것이다.


북한 비난하고 힘 자랑한 트럼프,
정작 북핵 문제 해법은 제시 못해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24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껏 고조된 북핵 문제를 해결할 ‘키’를 쥐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보기 쉽지 않은 국회 연설을 하게 된 만큼 세간에 관심이 집중됐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짧은 대신에 아시아 순방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국회 연설을 하고 간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무려 35분간 진행된 그의 연설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거의 담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 사안으로 꼽힌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동안 계속 한계를 보여왔던 대북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만 다시금 주창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 불과했다”는 등 세간에 떠도는 소문 수준의 발언으로 북한을 맹비난하는 데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자신하며 북한에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완전히 군사력을 재구축하고 있고,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서 가장 새롭고 발전된 무기 체계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현재 한반도 주변에 배치돼있는 3대의 대형 항공모함에는 뛰어난 F-35와 F-18 전투기가 최대한 탑재돼있다. 핵잠수함도 적절하게 배치해두고 있다”며 “오늘 나는 한미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처럼 북한 체제를 막무가내로 폄훼하는 동시에 위협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어떻게 진전돼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구상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우회하는(건너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패싱’ 우려를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 이상의 비전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던 국회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 당장 당면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등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 설득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실제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규탄과 적의를 표현하며, 상당히 도덕주의로 일관한 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30분 내내 반공교육받는 듯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도 “빈 수레가 요란했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도, 평화 체제구축의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이 대변인은 또 “탈북자 증언 수준의 북한 소식과 체제비판, 힘의 과시를 걷어내면 생산적인 내용이 없다. 수십 년간 실패해온 ‘제재와 압박에 의한 북한 붕괴’만이 남을 뿐”이라며 “정부는 트럼프의 ‘반공 웅변’을 듣고자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사들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동원되어 손뼉 치는 모습을 보자니 헛웃음이 난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1970년대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과거 북미 협상 결과도 아전인수식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과거 북미 간 협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게 아전인수로 해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는 핵탄두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동맹국이 했던 모든 보장과 합의 약속을 어렸다”며 “1994년 플루토늄 동결을 약속했지만 약속의 혜택만 거두면서 동시에 불법으로 핵 활동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1994년 북미 간 체결한 제네바 합의를 북한이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제네바 합의는 2002년까지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고, 북한은 핵을 동결하기로 한 북미 간 합의이다. 하지만 미국은 2002년까지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부시 미국 행정부가 대북 중유 지원을 중단하며 합의는 끝내 파기됐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를 오직 북한의 책임으로만 표현함으로써 한반도 위기 관리자로서의 미국의 책임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는 편향성을 보여줬다”며 “결국 북한체제는 악당체제이기에 아무 협상이 필요 없고 더더욱 고립시키고 지원, 공급, 용인 등 일체의 대북 관여 정책을 부정하겠다는 것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중의소리=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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