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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WAR’보다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더 많이 사색하고 창조의 열정을 더 많이 쏟아부었으면 좋았을 것
기사입력: 2017/10/26 [14: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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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이 아니라 전멸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게 되면 한국에 있는 미국인을 해외로 피신시키는 소개계획 NEO를 짜놓고 있다. 이 NEO는 1994년 전쟁위기때 실제로 발동되기도 했다.


주한미군은 미군 가족과 미국 공무원, 그리고 군무원과 가족들,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피란훈련을 1년에 두번씩 실시하고 있다.


미군은 비밀리에 소규모로 실시하던 이 훈련을 올해에는 떠들썩하게 벌이고 있다.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켜보자는 수작인데 누가 물으면 매년하는 의례적인 훈련일뿐이라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NEO에 참가한 사람들은 3일치 식량, 1달치 의약품, 배터리와 라디오 등이 들어간 30kg짜리 NEO Kit(생존 가방)을 싸들고 김해공항에서 수송기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동한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20만명이 넘는 한국소재 미국인들을 다 피란시킬 수 없다. 대사관 직원이나 미군 고급장교 가족들 그리고 그들과 연줄이 닿는 몇몇에게만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물론 재수가 좋아 일본 또는 미국 본토까지 달아난다고 해도 이제는 그곳이라고 안전할 수 없다.


제공권을 장악하고 일방적으로 폭격을 퍼붓는 전쟁, 후방은 안전하다못해 환락을 즐기는 곳인 전쟁, 본토에서 가족들과 아침 출근인사를 나누고 몇시간동안 전략폭격기를 운전해서 수십톤의 폭탄을 투하하고 돌아와 퇴근하는 전쟁. 백수십km 떨어진 함정의 사무실에서 미사일 발사단추를 누르고 영상으로 살상효과를 확인하는 전쟁….


이것이 미군이 이제까지 경험해온 전쟁이다.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전쟁 그리고 최근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상대는 가혹한 피해를 입어야 했으나 미국 본토는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북과 미국사이에 전면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인들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을 겪어야 한다.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22일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우익매체인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해)우리가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돼있는지 안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전쟁이 이처럼 세치혀로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타격수단을 가진 상대의 핵공격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트럼프의 준비정도를 정말 알게 된다면 미국 국민들은 진짜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최근 북을 방문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트럼프가 3가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가 지적한 세가지는 대북 제재와 전쟁 압박이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영향력이 과장된 중국 역할론, 실현되지 않는 북 조기붕괴론이었다. 그는 이런 위험한 오해에 기초하고 있는 트럼프의 대북 전략이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곧 전쟁이 일어나는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허황된 생각을 한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 클린턴도 하였고 부시도 하였으며 오바마도 하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트럼프의 평가대로 ‘실패’하였다.


트럼프의 대북전략이란 것은 따지고 보면 별게 아니다. 지난 24년간 3개의 미국 행정부가 반복해온 잘못과 실패를 압축해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북의 핵무장이 완성단계이므로 이전처럼 현상유지의 결과가 나올 수는 없게 되었다. 더구나 이제 한반도전쟁, 북미간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전쟁이 아니라 양측 모두 핵전쟁의 불길에 휩싸이는 전쟁이다. 전쟁이 아니라 전멸이라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시절 ‘또라이 부시’라고 비난받았던 전직대통령 부시 George W. Bush까지 트럼프를 ‘정상이 아니다’고 비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도 파멸을 피할 수 없는 한반도전쟁…. 트럼프에게 ‘전쟁을 향한 광기를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트럼프 자신과 미국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 충고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그걸 어쩌겠는가. 미치광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의 팔자가 사납다는 말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11월초면 트럼프가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국빈대접을 받겠다하고 국회에서 연설까지 하겠다는 뻔뻔스러움과 이를 은총인양 감격해하는 군상들의 넋나간 행태는 역겹기 그지없다.


트럼프는 방문 목적이 북을 압박하고 전쟁위기를 부추키는데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방한은 달아오른 전쟁위기를 터질지도 모르는 위기로 몰고가려는 도발행위일뿐이다.


미국에 매여서 사는 방법밖에 모르고 한미동맹을 유일한 생명줄로 여기는 무리들에게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방문이 감동적인 격려가 되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그들 자신을 끔직한 파멸로 몰고가는 행렬일뿐이다.


제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평화와 협상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을 몰고 오는 트럼프의 방문은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일이다.


압박은 미국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트럼프의 전유물이 아니다. 트럼프의 방한을 기회로 그가 정신나간 전쟁선동을 더이상 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허망한 기대에 불과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미국은 절대로 우아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TRUMP, STOP LUNACY! START NEGOTIATION!


전쟁을 책동하는 트럼프의 망언과 망동을 규탄하고, 대북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하는 투쟁을 힘있게 펼쳐야 한다.

2. ‘NO WAR’, OLD SLOGAN


NO FTA, NO APEC…. 무엇을 반대하는 뜻을 나타낼 때 그 말의 앞에 NO를 붙이는 구호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이 방식은 간편하고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도 쉽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경우에서 옳은 구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NO WAR, 전쟁도발 중단을 요구하는 의미를 내포한 ‘전쟁금지’ 또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을 가진 이 구호는 1990년대초 미국의 1차 이라크침공때 등장했으며, 2000년대초 미국이 감행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구호가 되었다.


당시 ‘NO WAR’는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었으나 침공의 대상이 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전쟁을 반대한다’는 구호로는 미국의 침략을 막을 수도 생명과 주권을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구호로서 ‘NO WAR’는 제3자의 입장을 담은 것이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당시 미국이 이라크침공을 할때에 ‘NO WAR’의 구호를 들었다. 10년이 휠씬 넘게 지난 지금 이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책동을 노골화하고 있고 진보진영은 여전히 ‘NO WAR’를 구호로 삼고 있다.


상황과 성격, 입장도 달라졌는데 같은 구호를 들고 있는 것이다. ‘간략하고 쉬운 영어표기’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실무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다섯자의 알파벳만으로 완성되는 구호가 가진 매력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NO WAR’는 트럼프의 방한 저지반대 투쟁, 한반도 전쟁발발을 막는 투쟁의 대표 구호로서는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NO WAR’가 옳은 구호가 아닌 것은 앞서 말했듯이 당사자의 구호로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NO’자체가 가진 의미도 적절하지 않다. 자기 정부가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해보는 것이 소원인 대한민국 국민은 ‘NO’가 매우 공격적인 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NO’는 무엇을 ‘반대한다’,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단어다.


따라서 ‘NO WAR’라는 구호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쟁책동을 규탄 배격하는 한국 민중의 사활적인 이해관계와 결연한 의지를 제대로 담을 수 없으며 이를 다 표현할 수 없다.


이 구호를 본 트럼프는 아마도 한국사람들이 ‘(제발 Please)전쟁은 하지말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전쟁을 두려워하고 미국의 힘에 겁을 먹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트럼프의 천박한 지적능력만 탓할 수는 없다.


‘NO WAR’가 옳은 구호가 아닌 것은 또한 전쟁위기가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는 정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적대관계, 대결상태에 있는 조건에서는 ‘NO WAR’가 당사자의 구호로 성립될 수도 있다. 그것은 당면한 과제인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요구하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대와 대결이 날로 격렬해져 전쟁발발의 위험이 눈앞에 닥친 상태에서 ‘NO WAR’는 매우 한가한 말이다. 특히 어느 한쪽의 잘못된 판단과 야욕에 의해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 ‘전쟁을 반대한다’는 구호는 무기력한 것이고 또 그만큼 무책임한 것이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주범을 규탄 배격해야 하고, 전쟁을 획책하는 시도를 무산 파탄내는 방도를 가져야 한다.


전쟁을 막는 투쟁은 어떤 투쟁보다 정확한 구호를 들어야 하며, 효과높은 요구를 내세워야 한다. 전쟁을 막는 투쟁은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잘안되면 별 수 없는’ 그런 투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NO WAR’가 옳은 구호가 아닌 것은 세번째로 변화하는 대중의 지향과 발전하는 대중운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한반도와 극동에서 미국이 냉전시대에 형성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것을 포기시켜야 한다. 지금 시대의 큰 흐름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유일초강대국으로 세계의 지배자, 국제사회의 경찰 노릇을 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한반도전쟁위기는 그런 역사적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역사적 추세이므로 전쟁위기없이도 진행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적대정책을 고수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이끈 조치들을 무효화하여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면 트럼프가 지금처럼 전쟁위협을 제멋대로 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물론 문재인정부는 촛불혁명의 힘이 있는데도 이 길로 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매우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고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니 문재인대통령으로는 힘들다고들 하지만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칭 ‘촛불혁명정부’는 이렇게 뒷걸음을 치고 있지만 촛불혁명의 주역인 민중들속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서서히 일고 있다. 이제 이 나라에서 미국을 해방의 은인자, 건국의 아버지, 대한민국의 보호자로 떠받드는 사람은 박근혜무죄석방이나 외치는 극소수 수구꼴통들밖에 없다.


대중들속에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에 더 이상 매여살지 않으려는 자각과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방한 반대 규탄 투쟁은 이런 시대의 지향과 대중의 변화에 맞게 펼쳐져야 한다.


그런데 ‘NO WAR’는 십년도 훨씬 넘은 구호다. 한반도전쟁위기의 원인, 전쟁책동의 주범을 미국으로 적시하고 규탄하기 어려운 시절에 선택했던 구호다. 시대의 발전과 대중의 변화에 뒤쳐진, 유효기간이 지난 구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NO WAR’는 대중운동을 힘있게 추동하기 어려운 구호이며, 트럼프 방한 반대 규탄 투쟁을 미국의 전쟁책동을 막는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는 구호라 할 수 있다.


이 구호가 사람들속에 아직 남아있는 금기의식이 낳은 결과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방한 반대 규탄 투쟁이 좀더 정확하고 생명력있는 구호를 가지지 못한 것은 아쉽기 그지 없다.


물론 ‘NO WAR’를 대표 구호로 정한데는 여러 까닭이 있고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뜻을 모은 일을 두고 지나치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현명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대중운동을 계획하고 그 방식과 내용을 정하는데서 손에 익은 것, 늘 해오던 것을 먼저 찾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시대의 지향과 대중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고, 대중운동을 한걸음이라도 더 전진시키려는 견지에서 더 많이 사색하고 창조의 열정을 더 많이 쏟아부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NO WAR’의 부족점은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기세로, 투쟁의 방식과 내용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미치광이 트럼프의 전쟁책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활이 걸린 과제이기 때문이다.


<안호국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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