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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제의는 왜 외면당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7/07/27 [11:0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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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면당한 대북 회담 제의

 

정부는 지난 17일 북측에 회담을 열자고 제의하였다. 언론보도를 통하여 전달된 이날 제의에서 정부는 7월21일 군사회담을 열고, 8월1일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하였다.

 

그러나 북측이 정부가 군사회담 날짜로 제안한 7월21일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 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8월1일로 제안되어 있는 적십자회담도 마찬가지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회담 제안이 무시당하자 국방부는 ‘다시 제안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가 7월21일이 답변 마감이라는 이전 주장을 뒤집고 ‘회담제의에 응하는 것에 시한은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이 회담 제안을 거부한 것은 분명하다.

 

북측과 관련된 일에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갖다 붙이기를 좋아하는 언론에서는 ‘북측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역제안을 하려고 저런다’고 하였다. 기이한 뇌구조라 아니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북에서 승전기념일로 삼고 있는 7.27을 앞두고 남북군사회담을 할 리가 없다’며 정부가 날짜를 잘못 골랐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이게 원인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처한 상태를 속어로는 ‘생까임을 당했다’거나 ‘개무시 당했다’고 한다. 이런 품위없는 말로 정부의 잘못을 놀리자는 건 아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제안 - 한미정상회담 - 베를린선언 - 대북회담제의’로 모양좋게 나가보려던 정부의 대북정책의 스텝이 심하게 꼬인 것은 사실이다. 북측은 정부의 대북 회담제의를 왜 침묵하는 방법으로 거부한 것일까?

 

2. 신뢰할 수 없는 제의

 

지금 남북관계는 어느 한쪽에서 몇날 몇일 무슨 회담을 하자고 하면 다른 쪽에서 덥석 ‘그럽시다’라고 나올 상태가 아니다. 그러기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남북관계는 너무나 혹심하게 망가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파기하였다. 그리고는 미국이 벌이는 제재와 군사적 위협에 아예 노골적으로 앞장섰다.

 

북측으로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남측이 하는 회담제의를 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득실을 따지기 마련이고 안 하니만 못한 회담에는 응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느냐?’고 볼멘 소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상호신뢰 문제만 놓고 보아도 상태는 박근혜 정권 때보다 오히려 나빠졌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질러 놓은 범죄적인 행위조차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 강한 대북제재를 해야 하고 그에 동참하겠다는 말은 거듭해서 하고 있다.

 

그러고는 불쑥 일방적으로 회담제의를 한 것이다. 친한 사이에도 기분 나쁠 일인데 남과 북은 지금 그런 사이도 아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였다. 이런 소리를 들으며 회담장으로 나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측에게 남측의 회담제의가 불순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이 제의가 무시당한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나 마찬가지다.

 

3. 너무나 낭만적인 정세인식

 

그래도 정부의 대북정책인데 ‘복덕방 수준보다 못하다’, ‘10년 동안 어디갔다 왔나?’는 비아냥은 하기 싫다. 그런데 청와대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보면 한심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전면 복원과 이행을 선언’하는 것, 이것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정도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국정운영 계획에는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 단지 ‘기존 남북합의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모호한 문장만 등장시키고 있다.

 

도대체 누구 눈치를 그렇게 보는지 모르지만 이런 자세로는 남북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이런 기조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현 정부로서는 자기부정이며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혁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국정운영 계획에서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될 일이 아니니 그냥 해보는 소리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남북기본협정 체결 및 남북관계 재정립’은 1980년대 노태우 정권이 하던 소리를 그대로 복사하여 붙여놓기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청와대는 남북관계를 10년 전 6.15시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참으로 참담한 생각이지만 이 부분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통일지향적인 정부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국정운영 계획이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와 분단을 고착하려는 냄새를 풍기는 것은 세번째 과제로 ‘북한인권 개선’을 내세우고 있는데서 분명해진다.

 

이 내용을 남북 화해협력의 주요 정책으로 삼은 것은 매우 기이하다. 그런데 더 기이한 것은 이 항목에서 북의 체제 변질과 와해 추구를 암시하는 내용이 가득한 것이다.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도 북측으로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다른 두 개항, ‘남북교류 활성화’와 ‘통일국민협약 추진’은 뭘하자는 건지도, 실현될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 잡는 말일뿐이다. 그저 항목과 갯수를 채우는데 능한 공무원의 능력이 발휘된 부분이다.

 

‘북맹’,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촛불혁명의 요구와 어긋나는 게걸음을 걷고 시작부터 좌초하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해당 부분은 이런 걱정을 하게 만든다.

 

이런 인식과 자세를 가지고 하는 회담제의에 북이 응할 이유는 당연히 없는 것이다. 북측은 문재인 정부에게는 좀 더 현실을 겪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4. 한미동맹에 갇힌 대북정책

 

현 정부에 관계하는 사람 중에는 통일지향적,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꽤 있다. 북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자리에 앉혀놓으니 다 헛똑똑이들이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원인은 한미동맹이 사고와 판단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족쇄는 재야에 있을 때와 달리 정권을 잡았을 때는 비교할 수 없게 무겁다.

 

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대북정책을 한미동맹의 틀 속에 가두고 있다.

 

국정계획의 통일분야는 제목부터 ‘남북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규탄으로 시작한 이 부분에서는 적대적 제재를 계속할 것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즉 북의 핵무장 해제를 교류 협력의 조건으로 삼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미국이 관련국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재는 북의 핵무장과 미사일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더 강한 제재에 매달리는 것은 북을 붕괴시켜보자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동참하면서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것은 문장으로도 성립되지 않는 모순 배치되는 짓이다.

 

대북 회담제의가 있은 날 미국 국방부는 질문하는 기자에게 ‘그런 건 한국정부에게 물어봐라’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즉각 ‘제제를 할 때이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이어 백악관도 ‘지금은 대화할 조건에서 멀다’며 제동을 걸었다.

 

주도권 핸들만 가지고 있는 정부로서는 설령 회담이 열렸더라도 의미있는 합의를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스스로 남북관계에 한미동맹의 족쇄를 채운 결과다.

 

무슨 일만 있으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나와 흔들어 대는 무리들은 한미동맹이 있어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고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한미동맹이 분단과 적대에 기초해있고 그를 유지하는 체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호불호와 선악을 따지기 전에 한미동맹은 남북관계 개선, 화해와 교류협력, 평화 통일과는 상극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되도록 멀리 떼어놓아야 할 한미동맹을 되려 남북관계에 족쇄로 채웠다. 그 첫 결과가 회담 제의에 대해 무시하는 방식으로 거부당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의 원칙과 기조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가 대북관계, 통일정책에서 범했던 잘못을 확대해서 반복할 것이며,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안호국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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