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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알았다
유진룡 폭로, ‘블랙리스트’ 배후로 김기춘·조윤선도 지목
기사입력: 2016/12/27 [13:2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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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폭로했다.

"박 대통령에 '블랙리스트' 두 차례 항의"
'블랙리스트' 배후로 김기춘·조윤선 지목


박근혜 정권의 '찍어내기' 표적이었던 유 전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1월 29일 재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적용 지시'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고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천473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참여 인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지지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유 전 장관은 "퇴임 직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면담에서 박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박 대통령은 과거 유 전 장관에게 입각 제의를 했을 때 '반대파까지 포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지시는 당초 약속과는 다르다"고 박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원래대로 하시라"며 '반대파 포용' 입장을 밝혔다고 유 전 장관은 전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유 전 장관은 배석한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에게도 "대통령 약속을 지금 당신도 들었으니 앞으로 김기춘 실장(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떤 지시를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 실국장들한테 얘기를 해서 못살게 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서 슬슬 구두로 시비를 걸기 시작해 6월에 들어서는 정식으로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가 문서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그해 7월 면직되기 직전 박 대통령과 또 한 번 독대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장관은 "이러시면 안 된다.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해야지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 쳐내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안 되는 같은 편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을 안 했다고 유 전 장관은 전했다.

두 차례나 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문제로 항의했던 만큼 박 대통령이 모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배후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지목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고,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작성 기관으로는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거론했다.

그해 6월 새로 임명된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며 전임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이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주도자'에 대해선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 그 위에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반대 입장이었던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이 이른바 '솎아내기'를 당했다고도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김종 차관(전 문체부 2차관)이 (솎아내기) 명단을 김기춘 실장한테 넘겼다"며 "김기춘 실장이 새로 온 김희범 차관한테 '친절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를 확보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등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이다.

역정 낸 박근혜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

유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제시한 '해경 해체' 등 정부조직개편 방안을 내각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눈물의 담화'를 하면서 '해경 해체' 등을 전격 발표했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바꾸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걸 어떻게 내각의 국무위원들하고 한 번 상의도 안 하고 혼자 결정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역정을 냈다고 유 전 장관은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낙하산 근절'도 언급했는데, 다음날 바로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고 유 전 장관은 밝혔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자니윤(본명 윤종승) 씨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국민들 앞에서 눈물 흘리면서 말씀하시고, 그 다음날 그분의 뜻인지 아니면 김기춘 실장의 장난인지 몰라도 자니윤도 임명을 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유진룡 "청문회 나갔으면 김기춘 따귀 때렸을 수도"

유 전 장관은 최근 국회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다. 그는 불출석 이유에 대해 "나 역시 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 큰 역할을 했고,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죄인"이라며 "남들 보는 앞에서 서로 잘했네 하며 남의 죄를 고발하는 모습이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 청문회를 보니,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 하는 짓들 보니까 진정성도 없는데 저기 가서 내가 그들이 쇼하는데 소품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유 전 장관은 "농담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제가 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 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 하는 걱정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김기춘 실장의 뻔뻔한 위증을 보면서"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어 2014년 7월 면직된 인물이다. 그해 말 유 전 장관은 최순실 씨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시비와 문체부 감사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민중의소리=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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