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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시들이 만드는 세상, 살 맛 나십니까?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기사입력: 2016/02/05 [15:2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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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있다. 위키 낱말 사전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굴거나 어려움에 빠뜨리고 나서 마치 선심을 쓰며 도와주는 체하는 교활하게 사기 치는 사람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우리나라 정치나 언론을 보고 하는 말 같다.
 
최근 언론사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말로는 진실보도니 불편부당, 공정보도 운운하면서 그들에게는 언론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양심도 윤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끄러움은커녕 뻔뻔하기 짝이 없다.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유력 신문사의 논설 주간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오죽하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의 저자 김경일교수는 “기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게 청국장처럼 냄새가 풀풀 나는 현장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채팅하듯 기사를 뱉어내는 고급 룸펜들이다.”라고 썼을까? 병아리 기자를 붙잡고 욕하자는 게 아니다. 언론의 보이지 않는 손, 자본이 있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해바라기 편집데스크가 있기에 공정보도를 가장한 찌라시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안방의 주인공이 된 막장 드라마를 보자. 시비를 가리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지 않은 교육의 덕분(?)으로 ‘막장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산다’는 주부부대를 단골손님으로 천편일률적인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삼각관계, 숨겨놓은 아들… 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불륜과 패륜, 강간, 청부살인과 같은 반사회적, 비교육적 비윤리적인 요소들로 채워놓고 ‘미성년자 시청 불가’라는 교활함과 뻔뻔함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먹방은 또 어떤가? 먹고 또 먹고 개글스럽게 먹자판을 만드는 방송. 더 맛있는 집,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방송 3사는 물론 종편까지 가세해 끈질기게 이어가는 육고기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는 국민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육식중심의 식습관이 건강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지구촌의 환경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식량부족으로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굶어 죽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자본의 입맛을 맞추는 언론.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언론. 자본에게 이익이 된다면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면… 드라마로 마취시키고 얼짱이며 몸짱 같은 외모지상주의를 마취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이니 평등이라는 가치는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성을 상품화하고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이익이 되는 것이 선이요,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로 승자를 가리는… 가치관을 심어 놓는 일에 앞장선다.

언젠가 교회에서 운동권 목사님(?)의 설교에서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은 ‘지금까지 경찰 사위를 보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켜 왔지만, 앞으로는 ‘언론인을 사위로 맞지 말라는 유언을 하고 죽겠다’고 했다. 아마 광주민중항쟁이 진행되고 있을 때 군인들이 시민을 학살하는 현실을 보고 ‘북괴의 무장 간첩단이 침투해 용감한 국군들이 토벌 중’이라는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던 언론인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언론인이 저지른 죄는 이 정도가 아니다. 그들은 원칙도 기준도 철학도 없이 때로는 자본의 비위를 맞추고 때로는 알아서 권력의 비위를 맞춘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가장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는 위선을 과시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고 독재권력을 지켜주기 위해 동족을 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자본을 위해, 군수마피아를 위해, 때로는 살인정권을 위해, 때로는 학원 마피아를 위해 시청자들의 눈을 감기고… 국민에게 주권을 포기하라고 윽박지른다.
 
우리는 지금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먹거리나 입을 옷이 없어서가 아니다. 억겁의 세월을 지켜온 민족문화도, 양심도, 도덕도, 윤리도, 정의도, 다 무너지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최소한 의 인간이기를 포기한 무리들이 양심세력을 악의 축으로 만들고 막가파 세상을 만들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합리적인 사고나 비판의식이 무너진 사회,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한탕주의, 감각주의, 쾌락주의, 연고주의… 가 판을 치는 힘의 논리가 민주주의를 집어 삼키고 있는 것이다.

찌라시들이 만드는 세상, 양아치들, 마피아들, 위선자, 배신자, 사이비학자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드는 자들이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양심도 도덕도 윤리도 팔아먹을 자들이 누군가? 통일이나 평등을 말하면 종북세력이 되고, 양심을 말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란다.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아부하는 자들이 유명인사로 대접 받고 배신자들이 날뛰는 세상이 됐다.

교사는 교실에서 교과서나 가르치고 장사꾼은 시장에서 돈이나 벌라고 한다. 농민이 정치를 말하고 시민이 민주주의를 말하면 반민주세력이요, 월권이란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내 땅을 지키겠다는 시골사람조차 폭력범으로 만들고, 기득권 세력들의 눈 밖에 나면 정당조차 이적단체로 해산당하는 나라다. 강대국의 이전투구장이 되는 나라를 걸 차마 없어 시위를 하면 반국가사범이 되고, 우리농산물을 지키겠다는 농부들조차 경찰의 물대포에 죽어가고 있다. 정의가 실종된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누굴 위해 존재하며 언론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김용택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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