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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정표를 보여주는 깃발 같은 존재"
[추모글] 친구 김승교 영전에 부쳐
기사입력: 2015/09/02 [00:3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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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교가 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와 오랜 기간 같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되돌아 곱씹어보면 나와 그가 나누는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만남은 대학 3학년이던 고대 학생회관에서였다. 각 단과대 학생회장은 4학년이지만 단과대 집행부는 당시 3학년으로 꾸려져 있었다. 1988년 초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김중기, 유재석 후보의 남북청년학생회담 제안으로 그해는 조국통일투쟁이 가장 중심이었던 시기였다.

당시 각 캠퍼스별로 전경의 학교침탈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회관에서는 심야에 화염병 예비분을 만드는 작업을 항상 했다. 처음 만난 날은 법대와 정경대의 학생들이 화염병을 만들어야하는 당번인 날이다. 그는 법대, 나는 정경대의 집행부였다. 단과대 학생회 집행부끼리 안면이 없던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로를 소개하였다.

김승교는 나에게 자기를 이렇게 소개하였다.

“법대 사회부장 86학번 김성교입니다.”

김성교라... 거 참 이름 이상하네...

승교가 자란 서부경남의 사투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이다. 난 그날부터 그의 이름이 김성교라고 생각하여 법대 김성교라고 하였다. 이후에 서부경남에서 ‘으’ 발음과 ‘어’ 발음을 구분을 정확히 하지 않고 한다는 것을 알고는 짖궂게 놀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승교는 특유의 맑은 웃음과 사투리가 배어있기는 하나 조용한 목소리로 내 장난을 슬쩍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만난 게 벌써 27년 전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고대 86학번모임에서 한두 번 보다가 내가 사는 지역과 김승교가 사는 지역이 가까워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며 몇 번 보았다. 대학에서 학위를 받자 김승교는 통합진보당 교육위원장을 하며 당내 경제교육을 한번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친구와 함께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좋다고 수락했다. 그런 인연으로 더욱 김승교와 친하게 됐고 당 활동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농담으로라도 통일에 반대되는 발언 혹은 당의 노선에 해가 되는 주장에 대해 차분하지만 지겹도록 철저하게 논박하여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내는 사람이었다. 그와 말을 섞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가 절대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끝까지 논쟁하는 친구였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겉은 유연해도 안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원칙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많이 배우고 알았지만 사변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실천을 중시하는 변호사였다.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삶과 생활로 세상의 부조리와 싸웠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의 몸에 퍼진 암세포와 그렇게 싸웠다.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그 앞장에서 싸우면서 겪었을 인간적 모욕감이 그를 더 쇠약하게 했을 것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항상 옆에 있는 살가운 친구로 여겼지만 승교는 나에게 삶의 이정표를 보여주는 깃발 같은 존재였다. 그의 밝은 웃음과 투박하지만 조용한 말투가 기억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정말 그는 ‘심장 속에 남는 사람’이다. 경황 없는 중에 서둘러 쓴 이 글이 그의 삶의 누가 되지 않길 빌 따름이다.

<김남수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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