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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 할 상대는 국가보안법 체제”
인권단체들, 국보법 제정 66년 회견..온라인 게시물 삭제만 20만건
기사입력: 2014/12/01 [22:4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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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제정 66년 오늘,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국가보안법 체제임을 선언한다.”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에 의해 “오로지 북한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본권의 침해가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제기됐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관련 단체들은 1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2014년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조작간첩 사건’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이버 상의 불법정보 삭제사건’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북한’이라면, ‘종북’이라면 기본권 침해가 당연시 되는 현실에 주목한다”며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인권이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자에 대해 강력하게 우리는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란음모 정치공작 1년 만에 실패.. 내란선동 판결 우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사례 발표를 통해 “2심에서 내란음모 사건이 무죄가 난 것에서 보여주듯이 없는 사건을 조작해서 종북몰이로 쓰였다”며 “결론적으로 내란음모 사건은 없었다. 내란음모 정치공작은 1년 만에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또한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이라 부르면 안 된다”며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2심 재판부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데 대해 “사문화됐던 내란선동죄가 이번 판결로 주목받게 됐다”며 “내란선동이 처음으로 적용돼 이것이 (대법에서) 유죄로 확정됐을 때 공안탄압의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이 시위자들에게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대신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처럼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 위반 사건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를 들씌울 수 있다는 것.
 
박 소장은 “대법원 상고심 판결 주목해야 한다”면서 “다시 우리는 표현의 자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첩조작, 이렇게까지 밝혀졌으면 국정원 해체돼야”
 
이광철 민변 소속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조작간첩 사건’ 전말을 소개하면서 “국정원이 만들어낸 간첩”이라며 △유 모씨 여동생을 6개월 동안 독방에 가둬놓고 허위진술을 조작했고, △중국 국가가 정식으로 발급한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두 가지 사실을 적시했다.
 
이 변호사는 유 씨 여동생을 극적으로 만나러 가게 된 과정, 오빠와 만나게 한 일, 인신구제절차를 거쳐 민변 주선으로 기자회견을 열게 돤 경위 등을 설명하고 이같은 노력에 의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고 정리했다.
 
나아가 “이렇게까지 밝혀졌으면 사실 국정원이 해체돼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까지 낱낱이 밝혀졌는데도 국정원 조직이 지금도 어디선가 또 새로운 조작간첩을 만들어 낼 꿍꿍이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참담하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을 제자리를 찾아서 수사권을 폐지시키고 국내문제에 개입시키지 않게 하는 제도개혁이 시급하다”면서 “결국 2017년에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통해 국정원을 개혁해 낼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게시물 삭제만 20만 건 넘어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이버 상의 불법정보 삭제사건’을 사례로 들며, “국가보안법 7조를 근거로 공단당국은 사이버 상에서 유통되는 정보와 주장들에 대해서도 규제를 가한다”며 구체적 수치들을 제시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경찰측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8월가지 게시물 작성자와 관리자에게 요청해 삭제된 게시물 수는 206,404 건에 이르고, ‘업무협조요청’에 불응해 경찰청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 수도 2007년부터 2014년 8월까지 6,015건이나 된다. 이 중 끝까지 삭제를 거부해 고발조치된 게시물 수는 865건, 실제 구속까지 이른 인원은 37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사이버 상의 불법 게시물 단속은 경찰서 별로 영역이 나눠지지 않아 전국 어느 경찰서에서나 어떤 사이트에 대해서도 단속이 가능한 상황이며, 서울 혜화(2,423건), 경북 경산(1,851), 서울 금천(1,213), 서울 관악(924), 대전 대덕(773), 경기 양주(700), 부산 연제(690) 경찰서 순이다.
 
정 활동가는 “단지 북한과 관련된 정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주 당당히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인권운동사랑방과 노동전선이 방송통신위원회 삭제 요청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하고 올해 10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방송통신위의 삭제 행정명령에 대한 헌법소원 역시 합헌으로 결정났다.
 
이외에도 노동해방실천연대는 자유게시판 게시물 3개에 대한 삭제요청에 불응해 불과 한달 만에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 기소돼, 1심재판에서 300만원을 선고받고 항고 중이며, 심지어 경기 안산단원결창서는 <서울신문>에 ‘업무협조 의뢰’ 공문을 통해 서울신문 사이트에 6건의 글 삭제를 요청했다가 꼬리를 내린 바도 있다.
 
정 활동가는 “실제로 북한과 관련됐는지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모든 기본권 침해의 근거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북한이라는 악마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을 무소불위로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경찰에 의한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은 다양한 경험담을 제시하며 공동대응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국가보안법 체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 2014년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

2013년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심각한 정치공작을 해온 국정원 등 공안기관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자기사면을 해버렸다. 그리고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정권안보를 위한 ‘종북몰이’를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내란음모조작사건,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 등 굵직하고 끔찍한 공안 정치사건은 2014년 여전히 민주주의를 옭죄고 있다.
 
2013년-2014년 사이 내란음모사건은 내란음모가 무죄가 된 채 내란선동이라는 해괴한 혐의가 살아남은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변해 버렸다. 세상을 뒤흔든 RO라는 조직의 실체는 없었다. 유일한 내란음모의 증거인 녹취록 파일도 훼손되었고, 국정원이 작성한 녹취록도 검찰이 272곳을 수정하는 등 걸레가 되어 버렸다. 어찌 보면 이 사건 기획자(?)의 승리는 절반으로 그친 셈이지만 정치재판의 타협점에서 내란선동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실체도 없는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한 박근혜 정권과 국정원은 이 사건으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탈출했다.
 
서울시 공무원 조작간첩 사건. 이 사건은 여동생을 합동신문센터에 6개월간 감금하여 허위진술을 통한 증거조작으로 간첩 만든 사건이었고 1심에서 무죄가 되자 국정원이 중국정부의 공문서를 조작했다. 그것마저 재판과정에서 변호사들의 열정적인 활동으로 꼬리가 잡혀 조작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짜로 증거를 날조해서 간첩사건을 조작한 국정원과 이를 방조한 검찰이 몇몇 관련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소식만 접했다. 사건을 조작한 범죄가 겨우 솜방망이 처벌이라니! 왜! 국가안보를 빙자한 공안기관의 범죄는 용인되는가. 왜! 오히려 국가보안법 체제는 더욱 강화되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국가보안법 사건은 양적으로 매우 증가해왔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80% 이상이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한 의견 개진을 한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었다. 2008년 40건의 사건 수는 2010년 151건으로 증가했고 2013년 121건 등 국가보안법 사건의 양적확대가 이뤄졌다. 2014년 국정원과 검찰의 서울시공무원 조작간첩의 여파 등으로 사건 수는 줄었지만 공작의 정도와 정치 개입력으로 보았을 때 박근혜 정부 하 국가보안법체제는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내란선동’이라는 괴물이 국가보안법을 타고 또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되었다. 국가보안법 처벌을 통한 표현의 자유의 위축은 성공했고 ‘종북’ 이라는 카드는 강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이버 상의 불법정보 삭제사건’에 주목한다. 게시물 삭제명령은 한국 사회 전반을 규율해야 하는 국가보안법이 사이버 상에서 작동하는 검열-처벌 체계이다. 정통망법을 통해 국가보안법 7조를 걸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의 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해당정보를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사이버 상에서 일상적인 사찰을 진행하면서 ‘업무협조요청’이라는 형식으로 정보작성자,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강제집행 이전에 대부분의 표현물들이 이렇게 경찰의 요청에 의해 자체 삭제되고 있다. 우리가 8월 <서울신문> 기사 삭제요청 사건을 해프닝이라고 지나칠 수 없는 까닭이 있다.
 
‘북한’이라면, ‘종북’이라면 기본권 침해가 당연시 되는 현실에 주목한다. 우리는 스스로 검열하여 ‘종북’ 이 아니었으므로 무관심했고, 이 무관심은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과 오남용을 용인하게 되었다. 그러자 국정원은 탈북자를 상대로 간첩을 조작하고,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을 짓밟는 공안기관의 정치공작을 용인하게 되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동성애자도.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시민에게도 ‘종북몰이’의 대상은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 반대자는 어김없이 ‘종북’이 되는 불편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말로만 떠들어도, 비슷한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토론한 것도, 인터넷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공유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우리는 다시금 직시한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과 고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로지 ‘북한’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본권의 침해가 이루어지는 이 현실을 그대로 둘 것인가.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인권이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우리는 반대해야 한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의 이분법적인 구분에 빠져 가상의 적과 아군이 난투극을 벌이는 사이 표현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점점 질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제정 66년 오늘,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싸워야할 상대는 국가보안법 체제임을 선언한다.
 
2014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66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통일뉴스=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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