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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아십니까?
전태일은 임종 전 “배가 고프다…”라는 말로 22년 생을 마감
기사입력: 2014/11/12 [11:3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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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노동자 이아무개(53)씨가 끝내 숨졌다. 이씨는 지난달 7일 오전 자신이 일하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온몸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했다. 이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씨는 “분신 직전 한 입주민한테서 폭언을 들었다. 평소에도 이 입주민은 음식물을 먹으라고 이씨에게 던져주는가 하면 침을 뱉기도 하는 등 모욕을 줘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가난은 죄다. 노동자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한국사회에는 그렇다. 노동자란 사전적 의미로는 ‘근로 계약에 따라, 자신의 노동력을 고용주에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급료를 받는 피고용자’지만 우리사회에서 하층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다. ‘노동은 신성하다’면서 블로칼라와 화이트칼라로 구분하는가 하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시간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는 똑같이 일하고도 임금이 다르다. 연금은커녕 일자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하루살이다.
 
최근에는 사라졌지만 오죽하면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라는 학교급훈까지 있었을까? 연차나 월차는커녕 공휴일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 노동법이니 최저 임금제가 버젓이 있지나 이 땅에는 갑질하는 사람들의 인신공격에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죽지 못해 사는 막장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노동자가 아닌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 80만 명의 실업자 중에도 860만명의 저임금 비정규직을 사는 이 땅의 노동자들… 그들은 인권을 보장받는 노동자일까?
 
지금부터 44년 전인 1970년 11월 13일… 재단사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 스스로 죽어갔다.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던 이제 겨우 스물두살의 청년이였다. 
 
전태일이라는 이 청년은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하는 열악한 작업환경, 비인간적인 처우와 병영식 통제… 멸시와 천대의 상징인 ‘공돌이’와 ‘공순이’(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남녀 노동자를 이렇게 불렀다)들이 밥도 먹지 못하고 굶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돌아갈 버스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차비가 없어 20리 길을 걸어서 퇴근하기도 했던 청년이다.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걸 알고 팔방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자 끝내 하나뿐인 목숨을 던져 ‘노동자도 사람이다.’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 1948년 8월 26일 대구에서 태어나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스물둘의 젊음으로 몸을 불살랐다. 그의 죽음을 사람들은 ‘인간선언’이라 부른다.
 
전태일은 병상에서 임종 전 “배가 고프다…”라는 말로 22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배가 고프다…!”
 
삶의 질을 말하고 보편적 복지는 말하는 2014년을 사는 이 땅의 노동자들은 어떤가? 국민총소득(GNI) 2만6천달러시대, 실업자 1000만 시대를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는 아직도 유효한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목숨까지 노동자들에게 던지고 간 청년 전태일… 그가 떠난 지 44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노동자가 사는 이땅의 노동자들에게는 아직도 유효한 말이다.
 
친구여..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뇌성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거저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이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못 다 굴린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전태일 유서 중에는 나오는 절규다. 그의 분신 후 이 땅의 지식인들, 양심세력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내가 전태일을 죽였다고…’ 대학생들이 공부를 그만두고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었고 나도 노동자가 되어야겠다면 그들과 고통을 나누고, 교사들은 성직이 아닌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 전교조의 씨앗을 뿌린다. 기독교인들, 목회자들은 민중교회를 세우고 성직을 내려놓는가 하면, 스스로 전태일이 되려는 거국적인 회개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돈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의 눈에는 그가 떠난 지 반세기가 가까워 오지만 노동자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전태일이 부활하지 않는 한, 이 땅의 노동자는 아직도 노예다. 아니 깨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일 뿐이다. 노동자가 사람대접 받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김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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