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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여론
뒤로 가는 ‘SNS 민주주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에서 드러난 현실 모순 청산해야
기사입력: 2014/08/25 [16:54] 최종편집: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체 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억눌리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거나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강제하는 일이 벌어지는 사회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오늘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전체 사회를 무대로 한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것은 유사 이래 최대의 혁명적 변화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정보를 생산해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통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전체 정보 유통망에 연결되면서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매우 바람직스런 현상이다. TV 등 보도 매체가 언론 소비자들의 영상 정보 제공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21세기 민주주의는 ‘SNS 민주주의’

21세기 민주주의는 SNS 민주주의라 하겠다. 현대 사회는 대소 공식 미디어와 함께 스마트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통해 모든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된다. 이른바 쌍방향 의사소통이 일반화되면서 투명한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가 정립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로 민주화를 위한 몸부림이 확산하는 것도 SNS 시대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정보 공급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어 이른바 쌍방향 통신은 불가능했다. 전통적으로 정보 공급자는 정부나 대중매체였고 정보 소비자는 공급되는 정보를 받아보는 수동적 입장이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처럼 느껴질 만큼의 큰 변화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아직 과거의 정보 유통 방식과 새로운 정보 유통 방식이 혼재된 과도기적 특성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대 미디어인 방송이나 신문의 정보 유통력이나 영향력이 아직은 매우 강력하다. 정치세력은 이런 점을 중시 여겨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거나 종합편성채널을 만들어 정치권이 원하는 정보를 주로 생산하고 유통해 정권 장악의 기반 조성에 힘을 쏟는다.

정보 유통망을 장악하면 정권을 잡거나 집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 사령부를 통해 불법 선거 운동을 자행한 것은 계속 진화 중인 SNS 시대의 정보 유통의 특성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진보 진영이 인터넷을 주로 활용해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그 뒤 보수 진영의 인터넷 장악 노력이 줄기차게 이뤄지면서 최근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체불명의 악의적 정보 등이 가공되어 유통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터넷의 특성을 파악한 국정원 등이 불법적인 댓글 작전을 대규모로 자행한 것이나 일부 극단적인 세력이 문명의 이기를 악의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사회에 독기를 뿜어내는 것은 서글픈 사례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특성을 악용하려는 국가 간의 치열한 보이지 않는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오늘날의 지구촌 현실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불법 도·감청을 자행한 것은 세계 지배력을 지속하려는 추악한 국가 범죄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NSA와 합작하거나 별도의 작전으로 정보전을 펴는 것도 불행한 지구촌의 일면이다.

명암이 교차하는 SNS 시대의 한국 민주주의

명암이 교차하는 SNS 시대의 한국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그 해답을 추정하기 위해 모두의 관심사인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대해 살펴보자.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와 유가족, 시민사회 등의 모습이 시시각각 SNS를 통해 전파된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에 대한 정보 유통을 보면 한심하다.

TV 뉴스나 보수신문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려 한다’느니 ‘특별법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게 되는 것은 법체계를 흔들어 놓는다’는 식의 여당의 목소리만을 주로 전달할 뿐이다. 그러나 대한변협이 만들고 민변과 많은 법학자가 타당하다고 유권 해석을 내린 특별조사위의 수사권, 기소권 소유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연 등도 마찬가지고 대소 공식 매체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유가족들에게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치 않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탐사, 심층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주변에서 밤샘 농성을 하면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자 경찰이 차벽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 측 눈치를 살피는 공식 매체들의 진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가족을 상대로 심리전 전개하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집권층은 유가족들이 과도한 주장을 한다면서 일반 사회와 분리, 격리하고 바른길을 벗어난 집단으로 낙인을 찍는 심리전을 강력히 전개한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덮어버리기 위해 다른 충격적인 사건, 사고를 부각하는 공작 정치적 작전이 친여 매체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공식 보도매체나 인터넷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사회 SNS를 통해 유통되는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옹호, 지원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큰 목소리가 작은 목소리를 압도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듯하다.

흔히 일반인들은 자기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거나 싫증을 낸다는 사회심리학적인 전문적 지식 등이 정치 공작에서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집권층은 모든 사회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고 가기 위한 정보를 가공, 유통하려 한다. 이른바 심각한 여론 조작과 민심 조작이다.

보수 성향 언론 전체 70% 이상 장악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공식 매체 중 수구 보수 성향 언론의 영향력은 전체 언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TV가 의도적이든, 또 다른 어떤 이유에서 든 예민한 시사 문제 등에 작은 목소리를 내거나 딴전을 피우는 동안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수주는 지난해 40% 이상 급증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TV 등 영상 매체 시장은 보수, 수구 매체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정보 유통이나 정치가 이뤄져는 안된다. 현재 진행되는 전반적인 현상들을 미래로 연장하면 긍정적인 전망은 하기 어렵다. 그 이유를 살피면 대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정당들이 엉망진창이다.

우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SNS 발달을 전제로 한 21세기 민주주의의 요체인 협력통치와는 너무 거리가 먼 구태에 젖어 있다. 여야는 간판만 다를 뿐 이익집단인 정당의 떼거리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것은 거의 같다. 세월호 특별법을 협의하면서 여야가 합의 전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과의 대화는 공통으로 생략한 것처럼 투명한 정치, 진솔한 감동을 주는 정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 등의 집권층은 대중 심리전의 전문 지식을 총동원한 여론 조작, 이른바 공작 정치 등에서 상당한 정도의 능력과 성과를 거두는 모습인데 반해 야권은 아직도 20세기 정치 공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적 정당이라 하는 곳도 SNS 시대에 걸맞은 정치에 대한 개념조차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은 헌정 질서를 뒤흔든 국기 문란 사건인데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야권은 그에 대해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여야 야합으로 비판받고 있다. 야당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대신 유가족을 설득하고 다니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논란이 심한 것을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청와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국정원, 사이버 사령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야권이나 시민운동단체 모두 까맣게 잊어먹은 모습을 보이니까.

소통·협의·조정의 협력통치

21세기 정치는 소통과 협의, 조정을 원칙으로 하는 협력통치로 요약된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을 통해 여야 어느 곳도 이런 협력통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노력과 실천이 등장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 집단, 즉 국민에 대한 최대한 정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이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이는 SNS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 개척과 그 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은 첨단 과학 시대의 정보 유통 구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치 철학, 행복 철학의 개발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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