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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5주기] 국민 앞에 무릎 꿇은 대통령
기사입력: 2014/05/23 [11:5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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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5주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애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그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노빠'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놓고 완벽한 정권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그가 잘못한 일도 있으며, 그가 실패한 정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살아생전 보여줬던 모습 중에는 분명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어 놓은 일들이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바뀐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
 
참여정부 시절,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보수쪽에서야 고졸 출신, 진보성향의 대통령이 싫었을 것이고,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 대통령이라고 봤는데 일부 정책을 보면 진보가 아닌 보수와 똑같다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를 놓고, 고스톱 치다가 끗발 안 나오면 노무현 탓이요, 등산 갔다가 온 사람이 자기가 잘못해서 미끄러져도 노무현 때문에 재수가 없어 미끄러졌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대통령을 향해 직접 욕을 많이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이야 당연히 못했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도 노무현 대통령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탓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하며,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는 역대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욕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인지, 대통령을 향해 욕을 해도 잡혀가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그것이 당연한 권리로 인식됐습니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보수세력과 한나라당은 경제,부동산,노동,국방 모든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고,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도 벌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도 전부터 언론의 공격과 왜곡 보도에 시달렸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했어도 언론은 끊임없이 그를 공격했고, 급기야는 해외 언론의 기사를 반대로 해석하여 그를 '나쁜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노무현 대통령이 고스란히 받은 이유는 그가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언론만 장악했어도 그를 향한 욕과 비난이 훨씬 많이 줄었을 것입니다.
 
언론권력의 피해자였지만, 결코 언론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그의 생각과 정책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도 언론과 일부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고 있기도 합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자, 보수세력과 새누리당은 '이것이 왜 대통령 책임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노무현 대통령 때문입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국민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NSC위기관리센터에 재난재해 업무의 컨트롤 타워를 맡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 타워이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도록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많이 와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고, 이것이 대통령의 의무로 인식됐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후에는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국민 앞에 무릎 꿇은 대통령'
 
군사독재 시절,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대통령을 풍자하는 일은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닌 국민과 똑같은 사람으로 인식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는 그냥 장난기 많은 동네 아저씨입니다. 청와대에서 행사가 진행되는데도 아이 선글라스를 갖다가 자기가 쓰는 모습이나,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신발을 터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그를 대통령으로 볼 수 있었겠습니까?
 
대통령이 퇴임 이후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짓는다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누가 감히 전직 대통령에게 '빨리빨리 일하라'고 얘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전두환에게 가서 빨리 정원에 있는 낙엽 치우라고 하면, 그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아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절대 꺼내지 못합니다.
 
보통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면 기자단을 의식해서 나름의 품위(?)와 권위(?)를 지키는 포즈와 행동을 취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카메라가 있거나 없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대통령이 저렇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 행사에 가서 호두를 그냥 이빨로 깨물어 먹기도 합니다. 청각장애를 체험하는 극장에 가서도 귀마개는 내내 끼고 있었지만, 팝콘만큼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시장 음식 먹기 사진 촬영'이 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먹방 탓이지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보다 국민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감히 대한민국 주권을 가진 국민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국민 앞에서는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는 것을 당연하게 만든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아이를 위해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다'
 
요새 정치인들을 보면 아이들과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눈높이를 맞춰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도 노무현 대통령 탓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청와대에 있었을 때나 퇴임이후에나 사진 촬영을 할 때면, 항상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춰 무릎을 구부리고 찍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만나고 놀다 보니, 아이들은 대통령이 그다지 무섭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연예인 사진 찍듯이 대통령을 향해 휴대폰을 들이댔습니다. 대통령 뒤를 쫓아다니면서 장난치거나 대통령 앞에 놓여 있는 음식을 그냥 손으로 집어 먹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손자, 손녀가 귀엽다고 너무 오냐오냐해서 아이들 버릇 나쁘게 하는 할아버지' 딱 그 모습입니다.

아이들 버릇 나빠진다고 무어라 말하고 싶지만, 아이만 보면 무조건 좋다고 웃는 그를 보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린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대부분 아이를 안고 찍었습니다.
 
자기 손녀도 아닌데 무엇이 저리 좋은지 아이를 안고, 뽀뽀해달라고 졸라대기도 했습니다.

이미지용으로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2000년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에서 또다시 출마했을 때 사진을 보면, 유세장에 아이들만 득실댑니다.
 
부산에서만 세 번이나 낙선했으면 어떻게든 이길 생각을 했어야지, 투표권도 없는 아이들을 유세장에서 신 나게 놀도록 놔두는 그를 보면, 선거용 사진 촬영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퇴임 이후 봉하마을을 방문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 집에 저토록 많은 아이들이 놀러 간 일이 있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완벽한 대통령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은 대통령이었고, 국민이 권력이 무섭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시민의식을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봤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대통령이었습니다.
 


성공과 출세, 부와 권력을 위해 불의를 행하지 않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꾸게 했던 대통령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사는 세상'이 되길 원했던 대통령
누구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대통령
 
지금 우리 곁에 그는 없지만,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게 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입니다. 
 
<임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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