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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4주기] 다시 천안함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진실이 유폐되고 정의가 거부되는 시간 속에 몸담고 있다
기사입력: 2014/03/25 [09:3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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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천안함을 생각한다
‘벌거벗은 시대’에 사는 우리들
 
▲ 신상철 지음 단행본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표지.     © 사람일보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로 시작된다. 선생에 의하면, 이 우화는 임금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말한 소년의 용기나 순수함을 칭찬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언젠가 진실은 진실대로 밝혀지고야 만다는 인간 사회의 이치를 전달하려는 것도 아니다. 선생은 이런 것들보다는 우화를 구성하는 일련의 인과적 요인들이 엮어내는 ‘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금에게 있지도 않는 옷을 입혀 놓고 아름답다고 아부한 그 측근배들의 이해관계는 어디를 향해 있었던 것인지, 또한 옷을 걸치지 않고서도 입었다고 우기는 통치자의 '진리와 권위'는 임금의 것인지 아니면 측근배의 것인지,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비단옷이라는 것을 팔러온 형제 상인은… 어째서 그토록 맹랑한 술책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선생은 이와 같은 ‘허구와 허위’는 통치자의 속성이어야 하는지, 허위가 진실의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 그 사회의 제도와 풍토는 또한 어떤 것인지, 게다가 그 많은 사람 중에 임금의 알몸을 본 사람도 많았을 터인데 왜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는지 혹은 못했는지 등을 보다 더 긴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해군 46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말고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 물론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되었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것을 상당수 국민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합조단의 공식발표나 최종보고서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김용옥 교수는 합조단의 발표를 0.0001%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전 의장은 천안함 침몰을 일본의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무산시키기 위해 미국이 조작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CIA 출신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러시아 조사단 조사를 근거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 사고 침몰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학계에서는 서재정 존스홉킨대 교수,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 박선원 브루킹스 연구원 초빙연구원 그리고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등 주로 외국 체류 지식인들이 연대하여 합조단의 발표 내용을 비판하는 활동을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벌였었다. 이들 중 물리학 회절분석이 전공인 이승헌 교수는 합조단의 발표 내용에 고의적인 조작이 개입됐다고 확신하는 책을 낸 바 있다.

이승헌 교수의『과학자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의 후속편 성격을 띠는 신상철 대표의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의 요지는 ‘천안함은 1차로 좌초했고 이후 2차사고가 있었는데 그것이 폭발이 아니며 충돌이라는 것’이다.
 
신상철은 충돌의 결과로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난 게 아니라 실제로는 세 동강이 났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무엇과 충돌했다는 것인가?(정확히 말해 무엇이 천안함을 들이받았다는 것인가?) 그것은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으며,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있던 시점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되었다는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하는 데에는 그다지 복잡한 조건이 수반되지 않는다. 사태를 분명하게 헤아리기 위해서 우리는 논점을 최소한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이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배타적 증거만 검증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일명 1번 어뢰)가 북한제라야 한다.

둘째, 어뢰 폭발이라면 물기둥이 일어났어야 하고 그 물기둥의 목격자가 있어야 하겠다.

셋째, 함선에서 폭발 흡착물인 산화알루미늄이 검출되어야 한다.
 
신상철 대표는 이 세 가지 가정을 모두 부인한다. 물론 여기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증거가 수반된다. 신상철의 논리는 이승헌 교수의 것보다 더 쉽고 간결하고 생생하게 국방부 합조단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리하여,
 
첫째, 어뢰는 ‘Made In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산)가 아니다.

둘째, 폭발로 인한 물기둥은 일어나지 않았다.

셋째, 함선에서 검출된 흡착 물질은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수산화알루미늄이다.(수산화알루미늄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자연적으로 생김.)
 
물론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하지만 특정인이 ‘무엇을 했다’는 증거는 요구할 수 있어도 특정인이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가 된다. 따라서 북한이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지 못한다고 해서 곧장 북한이 저질렀다는 추정은 어리석은 것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것을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로 규정한다. 일례로 논리적 분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국도 아니고 러시아도 아니라면 북한이 한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진실이 유폐되고 정의가 거부되는 시간 속에 몸담고 있다. 북한을 두둔하는 언론이나 지식인은 물론 북한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까지도 여지없이 ‘종북’이라는 칭호가 부여된다. 미국인 판사 라네트 핸드는 “시민이 이웃을 적이나 간첩이라는 생각으로 살피도록 명령될 때 그 사회는 이미 와해의 과정에 들어선 것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천안함의 진실이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먼 훗날 한 소년에 의해 폭로될 때까지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때까지 우리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양의 비굴과 타락이 강요될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자기모독과 비인간화는 이 사회의 독소가 되어 우리의 양심과 이성을 수치스럽게 균열시킬 것이다.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가장 국가를 위할 줄 아는 법이다.
 
<김갑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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