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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운하 포기한 적 없다
국정감사서 새로 확인된 4대강사업 '거짓말들'
기사입력: 2013/10/24 [10: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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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하루 종일 간헐적으로 비가 내렸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국정감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날 감사원 국정감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사업이 추진된 데 대해 MB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는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 위주였다.
 
하지만 그뿐 아니었다. 수많은 증거가 쏟아졌다. 국정감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4대강 사업의 전모는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 이명박 대통령 조사를 해봤습니까." 김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 입장을 말씀드려도 되겠습…."(김 사무총장) "아니, 들을 필요도 없고, 실제 조사도 안 하고 일방적으로 결론을 낸 부실감사 아닙니까."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감사원의 지난 7월 3차 감사 결과와 관련,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근거가 된 문서가 정식으로 보고된 문건이 아닌 사망자(4대강 기획단 사무관)의 컴퓨터에서 나온 '초안'의 성격이기 때문에 '대운하=4대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VIP말씀·보고서 행간마다 '운하'

그러나 지난 7월 감사원 조사 결과 발표의 근거는 봉인되었던 9대의 PC에서 나온 '4대강 살리기 VIP 보고 결과', '4대강 종합정비 관련 균형위 상정안건 VIP 사전보고 결과 보고' 등의 문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문건을 근거로 감사원은 김희국 4대강살리기기획단 단장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행정관, 4대강추진본부 국장, 정종환·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조사했다.
 
지난 7월 감사원 결과 발표에서는 이 조사내용의 구체적인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국감 준비과정에서 야권 법사위 위원들은 방대한 감사원 감사자료를 열람해 그 내용을 필사해 나왔다. 이를테면 이번에 새로 공개된 김희국 당시 기획단장과 감사원이 주고받은 문답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2009년 2월 9일 회의는 누구의 지시였나.
 
"16일 VIP 보고 전 BH(청와대), 국토부 모두 협의가 필요했다."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의 재추진 가능성 대비 검토가 필요했다."
 
BH에서 물그릇을 4.8억에서 8억㎡로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 근거는 무엇인가.
 
"모른다. BH 담당 행정관이 BH 내부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감사원 문답서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 추진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여러 핵심관련자의 발언 속에서 확인된다. "VIP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감사원의 질의에 대해 홍형표 당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기획국장은 "보 건설업체가 결정된 이후 보 설계를 설명하니 나중에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해서 2009년 말까지도 운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2009년 2월 16일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VIP 보고에서 '대운하 추진과 관련하여' 항목과 향후 운하 추진 가능성 내용을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 안시권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정책총괄팀장은 "BH가 대운하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검토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09년 2월 11일 교육문화회관 별관 회의에서 대운하 안과 4대강 살리기 안을 비교검토한 이유와 청와대 의견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VIP가 대운하 생각이 많았다. 대운하팀 내용을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서영교 민주당 의원 정리)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운하 사업에 대해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15일 균형위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5일 뒤인 12월 30일 구체적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여기서 균형위는 수심 1~2m 굴착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수심 3~4m를 굴착하라고 지시한다. 이듬해 2월 9일 청와대 업무협의 결과 보고에서는 "대운하설계팀의 안을 참고해 대운하 안의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금주 중에 추진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와 회동(1차 협의)은 2월 11일에 있었다. 여기에서 나온 방안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한 뒤 민자로 갑문터미널을 설치하는 안'이었다. 4월 8일 국토부 대통령 보고에서도 '운하 추진'의 의지가 드러난다. "보 위치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한다"는 VIP 보고내용이 드러난 것이다.
 
이어 4월 21일 국토부 차관 주재 회의에서는 "물그릇을 4.8억톤에서 8억톤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시가 나온다. 이에 기반해 6월 8일 4대강 마스터플랜이 최종 발표된다. 낙동강의 최소 수심은 6.0m이며 사업비는 22조원 규모다. 마스터플랜에는 '운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해 6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은 분들이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 이름만 바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셨습니다.…(중략)…이 기회에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한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최종안에 낙동강 운하안 담겨"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운하를 실은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으며, 애초 4대강 살리기라는 본래 목적에 비교적 충실했던 균형위의 4대강 살리기 안을 '추후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안'으로 변경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7월 감사원 보고서에는 언급만 되었던 이들 VIP 말씀 문건들을 윤후덕·이미경 민주당 의원 등이 확보해 전문을 공개한 것도 성과다. 이들 의원을 통해 입수한 문건을 정밀 분석해보면, 실제 'VIP 말씀사항' 중에 운하가 언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12월 2일 오후 4시에 열린 균형위 상정안건 VIP 사전보고 결과 보고문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 되도록 굴착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국감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실제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운하와 관련한 직접적인 공사가 있었느냐"고 감사원에 다그쳐 물었다.
 
대운하라고 말하려면 최소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터미널 공사가 필요한데 그에 대한 계획이 없고, 또 낙동강의 경우도 배가 통과하려면 현재 놓여 있는 40여개의 교량들을 전면적으로 철거하거나 보수해야 하는데 그런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운하계획은 4대강 사업으로 실질적으로 전환한 뒤 폐기했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 담합 구체증거 확보

의원들과 문답과정에서 감사원 측이 밝힌 '대운하안을 참고한 4대강 사업계획'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처음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내놓았던 안은 한반도 전역을 17개 운하로 연결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인수위 단계에서 이 대운하안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경부운하 즉,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고 다시 금강과 연결하는 안이 주로 논의되었다.
 
그런데 실측과정에서 한강의 경우 강촌보 하상이 전부 다 암반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한강운하 역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최종적으로 남은 것이 낙동강운하인데, 4~6m를 준설해 운하를 추진하는 대운하팀의 설계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 최종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두 차례에 걸친 대운하 포기 발언도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은 다시 말해 국민이 원하는 상황이 되면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자신의 임기 중 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신이 터를 닦아놓을 테니까 후임 대통령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뜻이 된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에 4대강 관련자들을 불러 치하하는 자리에서 "이제 내가 거의 다 해놨기 때문에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완성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주간경향 1015호 관련보도). 감사원 감사자료를 열람했던 서기호 의원실 관계자는 "감사원 자료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 행사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 삭제한 신문기사가 첨부되어 있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감사원에서도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는 했지만, 이번에 공개한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공방에 묻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건설사 담합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가 확보된 것도 이번 국감에서 큰 소득이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2009년 1월 3일 작성된 쌍용건설의 내부문건을 확보해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4대강 유역개발 사업의 전체 예산은 약 20조원"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이 언급은 최종적인 예산 규모가 담긴 4대강 마스터플랜이 발표되기 5개월 전 시점이라는 점에서 4대강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이 사전에 사업의 규모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춘석 의원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에 공개된 현대건설 임원 문답서에 따르면 대운하 포기선언 직후 당시 대운하 관련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느냐는 현대건설측의 문의에 장석효 한반도대운하연구회 회장은 그 임원이 보는 앞에서 MB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후 "여론 때문에 일시적인 문제이니 포기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답해 사실상 MB가 대운하를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성과다.
이밖에 한때 섬진강을 포함해 '5대강 사업'을 할 계획도 추진했다는 사실,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4대강 사업으로 수질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부보고를 장관에게 올렸던 것, 국정원에 4대강 전담 TF가 존재해 담합비리 조사 및 전반적인 사업을 관장했던 일 등의 정황도 드러났다.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국민을 기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밝혀 단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토건마피아와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경향=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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