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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윤석열 수사팀장, ‘외압’에 ‘항명’ 나섰나
업무배제 당한 후 원세훈 추가 기소하고 떠나
기사입력: 2013/10/19 [10:22] 최종편집: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해오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윤석열 팀장(여수지청장)이 17일부터 업무에서 전격 배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오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정부의 ‘찍어내기’ 논란 속에 전격 사퇴한 데 이어 사실상의 국정원 수사 무력화 시도로 해석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특별수사팀,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원 직원 4명 전격 체포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오후 6시10분께 윤 팀장에 대해 직무 배제 명령을 내렸다. 윤 팀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추가 정황을 포착한 뒤 국정원 직원들을 전격 체포하는 등의 수사 과정에서 상부보고를 하지 않고 단독행동에 나선 데 대한 경질인 셈이다.
특별수사팀은 추가 수사를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5팀 소속인 국정원 직원 4명이 트위터에 정치·선거 관련 글을 올리고, 이를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 개의 계정으로 퍼 나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16일 해당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이들 중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팀장 전결로 처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아 17일 오전 집행했다. 이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 사안에 대해 검찰의 정상적인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윤 팀장에 대한 직무 배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윤 팀장은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반영해 18일 오전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등 3명에 대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지난 6월 14일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 당시 ‘트위터 활동’ 부분은 미완으로 남기며 추가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마무리하고 간 셈이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으로부터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강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직원법 23조는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하여 수사를 시작한 때와 수사를 마친 때에는 지체 없이 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후 조사를 마친 뒤 직원들을 돌려보냈다.
 
이후 조 지검장은 구두와 서면으로 특별지시를 내린 후 대검찰청에 정식으로 보고했으며, 대검은 다시 법무부에 이를 보고했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즉시 보고하도록 특별지시를 내렸다.
 
윤석열 수사팀장, 위험 무릎쓰고 갑자기 나선 이유는?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관철시켰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여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윤 팀장이 ‘항명’ 성격의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수지청장이라는 자리를 맡고 있는 만큼, 절차를 무시한 단독적인 행동에는 ‘책임’과 '경질'이 뒤따른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당초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려 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불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찰 끝에 특별수사팀은 결국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매듭지었지만, 이후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추가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찍어내기’ 논란 속에 전격 사퇴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새 검찰총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공정한 수사를 보장 받기 힘든 환경이 예상되자, 윤 팀장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직무배제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법원에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 제출까지 진행한데 비춰보면, 옷벗을 각오로 검찰의 역할을 마무리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윤 지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긴급하게 수사를 진행시킨 것에 대해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가 있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 없이 급히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며 “나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말했다.
 
윤 지청장이 행동에 나서게 된 데는 검찰 지휘부와의 마찰과 외압 의혹이 있었던 정황도 영항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팀장은 앞서 검찰 지휘부에 이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영장에 대한 신청과 집행을 지휘부에 보고 없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지검장도 ‘CBS’와의 통화에서 “(윤 팀장이 앞서) 체포영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내가 ‘아직 수사상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으니 수사상황을 보고 다시 제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며 의견 대립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은 채 전 총장에 이은 ‘찍어내기’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무력화 시도 아니냐고 보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팀장이 직무 배제된 데 대해 “수사 확대 국면에서 담당수사지휘 책임자를 찍어내기 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수사팀을 해체해 더 이상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권력의 부당한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던 국정감사 도중 감사장을 빠져나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전례가 없는 이러한 작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하는 현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및 공판 개입”이라며 “특별수사팀의 수사와 공소유지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개입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중의소리=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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