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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표 수리, 법치국가 부정 행위
‘카더라’에 공직 박탈되는 해괴한 관행...21세기형 공작 정치 사례 보여줘
기사입력: 2013/09/30 [13:5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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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법을 전문으로 하는 행정기관이다. '법 대로'를 철칙으로 삼고 있는 정부 조직이다. 법무부는 법치에 앞장서야 하고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준법 의식이나 법 감정의 수위가 생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법무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조사 결과와 함께 그의 사표 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한 것은 '법 대로'와는 거리가 멀다. 법무부가 객관적 물증이 아닌 정황 위주만으로 판단하고 최고 결정권자에게 최종 결정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황'은 이른바 '카더라'수준의 정보로 때로는 사실과 들어맞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180도 뒤집히기도 한다. 채 총장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해서 혼외 아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100% 부인할 수 없고 채 총장 본인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합리성과 담을 쌓고 있는 조폭 비슷한 태도를 보인 것은 놀랍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법무부의 지극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직 건의를 덜컥 받아들인 청와대의 태도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방불케 한다. 법무부는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 조사에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다수 확보됐다며 사표 수리라는 방식으로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는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진상 확인 때까지 사표 수리를 유보한다고 했다가 덜컥 수리했다. 법무부의 엉성한 건의서를 근거로 국민이 주시하는 중대 사안에 행정 수반이 칼을 빼 휘두른 꼴이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정부 조직이 검찰의 수장을 코너로 몰아간 뒤 '검찰 행정의 공백 장기화'를 빌미로 사표를 수리한 것은 검찰 독립에 치명타를 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대한 검찰과 일반 시민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사안에 따라 판단의 잣대가 달라'지는 대통령...'카더라'가 공직 박탈의 첫단추로
 
정황이나 객관적 증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법무부, 청와대가 국민 주시 속에 법치와는 거리가 먼 내부 행정조치를 취한 것은 민주주의 정부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법무부 장관은 조선일보가 근거도 없이 제기한 의혹을 빌미로 감찰 결정을 내리고 박근혜 대통령도 공직자의 기강 문제라면서 거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채동욱 총장이 제기한 사표 수리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그 후 법무부는 2주일간의 진상 조사를 한 뒤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어떤 자료가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설득력 있는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고만 했을 뿐 직접 증거가 될 만한 핵심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법무부의 건의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청와대가 법무부가 공개한 근거만으로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법치국가의 정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가 언론 보도를 이유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 총장에 대한 감찰을 승인한 데 이어 물증이 아닌 정황만으로 공직자의 목을 날린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 것은 지구촌이 비웃을 일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법의식이 큰 문제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야당 대표에게 말해 그것이 국민에게 알려진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은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과 경찰이 수사결과를 감추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법정에서 연이어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국정원 사태에 대해서는 법의 판단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박 대통령이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향후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법적으로 합당한 판단이 나올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한 행정적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사안에 따라 판단의 잣대가 달라진다'는 치명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부당 해고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주요 사안에 관해 판단의 잣대를 다르게 제시한다면 이는 법치가 아닌 인치다. 인치는 독재정권에서나 발견되는 심각한 정치 행위로 21세기 상황에 전혀 걸맞지 않은 정치적 태도다. 채 총장 사태를 통해 청와대는 '근거가 불확실한 의혹을 언론이 제기할 경우 행정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폭력적인 지침을 공직 및 전체 사회에 공표했다.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카더라'가 치명적인 공직 박탈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해괴한 관행 하나가 만들어지게 됐다. 그것은 박 대통령과 그 측근 등의 법치와 법 감정이 정상에서 심각하게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과 같다. 동시에 21세기형 공작 정치의 사례가 어떤 것인가가 명료해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리고 있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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