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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도움 안 받았다? ‘수첩’ 다시 보라
박 대통령, 대선 당시 국정원 사태 ‘성폭행범 수법’이라며 민주당 맹비난
기사입력: 2013/09/23 [00:0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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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석한 3자회담 이후 정국 경색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및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등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심해 여야가 상당기간 마이 웨이를 외칠 전망이다. 야당이 요구한 7가지 사항 가운데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에 완강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 특히 주목된다.
 
3자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정원에 지시할 입장이 아니었고,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다. 재판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고 국정원 개혁은 마무리 단계며 혁신적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의 위와 같은 언급은 수개월 전부터 되풀이 되고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지난해 대선의 적합성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아직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이 지난해 12월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추정은 가능하다. 당시 이 사건은 대선 막바지에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 대통령도 이 사태에 대해 전국 여러 지역 유세는 물론 TV 토론에서도 주요하게 거론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를 대선 유세에서 어떻게 거론했는지는 언론보도에 잘 나와 있다.
 
지난해 대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을 어떻게 활용했는가
 
지난해 12월 12일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 김 모씨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직후 KBS는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을 밝히겠다며 사찰과 다를 바 없는 추적과 사생활 침해로 국정원 직원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비난하고 민주당의 정치 공작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후 KBS는 박 후보가 대선 전날인 18일 저녁까지 이 사안을 주요하게 유세장 등에서 거론한 것으로 보도했다. KBS TV의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해당 뉴스의 관련 부분을 발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2월 12일 = 박근혜 후보는 또 민주당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과 이른바 '아이패드 커닝' 의혹 등을 제기하며 연일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입으로는 새 정치를 외치지만 아직도 과거식 사고에 젖어있다고 비판했습니다.
 
▲12월 14일 = 18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부산과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이어지는 총력 유세전을 펼쳤습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근거 없는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며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민주당이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을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 했다면 국기 문란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정원 선거 개입 주장이 흠집 내기용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이 여직원의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주차된 차를 들이받고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해서..."
 
▲12월 15일 = 국정원 선거 개입 주장이 흠집 내기용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여직원의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주차된 차를 들이받고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해서..."
 
▲12월 16일 =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는 교육제도 개선방향과 국정원 불법댓글 의혹 사건 등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습니다.
국정원 불법댓글 의혹과 새누리당 관계자가 연루된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했습니다.
 
<녹취>박근혜:"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고의로 성폭행들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가지고..."
 
▲12월 17일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 인권유린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며, 자신은 억울한 국민이 없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오늘 천안 유세에서 민주당이 증거도 내놓지 않으면서 이제는 수사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12월 18일 = 박근혜 후보는 어제 유권자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8곳을 1시간 간격으로 도는 집중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상당수 부동층을 겨냥해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인권유린 세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새누리당 대선후보):"자신들은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국정원 못믿겠다, 경찰도 못 믿겠다, 선관위도 못 믿겠다 하면 도대체 민주당은 누구를 믿는단 말입니까?"
 
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교체를 뛰어넘어 시대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상에서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국정원 사태에 대해 어떻게 유세장 등에서 강력한 어조로 발언했는지가 드러난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고의로 성폭행범들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가지고..." 라고 까지 육성으로 언급했던 것으로 TV 보도는 전하고 있다.
 
검찰에 의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헌정 파괴 행위로 규정된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은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그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정황을 당시 수사 실무를 지휘했던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서 증언했다. 그는 작년 12월 17일 심야에 발표된 '국정원 사건 중간 수사결과'가 허위였다고 밝혔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경찰의 허위 발표가 진실인양 유세장에서 민주당의 폭로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비난했다.
 
3자회담이 열린 다음날의 재판에서 지난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12월 17일의 경찰발표가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상을 인정치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률적인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정치적인 태도 표명조차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3.6%p 차이의 승리, 과연 영향이 없었을까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장이나 토론장에서 국정원 사태를 거론한 횟수는 수십 건에 달해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과 경찰의 허위 발표로 인한 영향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12월 16일 TV 토론이다. 당시 전체 유권자 대다수가 시청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고의로 성폭행범들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가지고.."라고 언급한 것이 미친 영향은 상당 수준이었을 것이 자명하다. 생중계된 TV 토론에서 ‘성폭행범’이라는 원색적인 용어까지 동원된 발언을 듣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수첩공주로 불렸는데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부터 선거 유세에 다음과 같이 적극 활용했었다. - ‘수첩공주는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박근혜 후보를 깎아 내리기 위해 붙인 별명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수첩을 손에 쥐고, 받아 적는 그녀의 모습에 여성성을 덧붙여 '수첩공주'라는 말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국민의 소리를 늘 수첩에 직접 적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수첩을 항상 보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서히 ‘수첩공주’라는 별명은 ‘원칙, 신뢰, 약속’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만약 지금도 대선 당시의 유세 수첩을 보관하고 있다면 국정원 사태에 대해 자신이 전국 유세장 몇 군데에서, 그리고 TV 토론 등에서 어떻게 거론했으며 그것이 얼마나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말한 국정원 사태 관련 발언이 건망증 탓이라거나 아니면 진실을 외면하려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박 대통령은 3.6% 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승자가 되었다. 만약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하지 않고 그에 대해 경찰이 사실대로 발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를 이 나라 유권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한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인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서울 시청광장에 매주 열리는 촛불 집회에 왜 수만 명이 계속 나오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첫 출발은 공정한 선거라는 점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가장 초보적인 상식을 외치는 소리에 귀를 막고 외면해서는 국민의 가장 큰 머슴인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거나 올바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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