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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살림
"4대강 책임자 다 감옥 보내야”
논엔 물 차고 강엔 ‘녹조라떼’
기사입력: 2013/08/10 [17:0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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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7일 경북 고령군 강정취수장에 녹조가 발생했다. 현장조사단의 방문에 앞서 수자원공사는 맑은 물을 뿌렸지만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낙동강 주변엔 지금 칠곡보가 생긴 이후 문전옥답에 지하수가 차올라 농작물이 썩어나간다. 물길이 막힌 상류까지 녹조가 번지고, 수상생태계뿐만 아니라 육상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 여당 골수 지지자였던 농민들까지 “정부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내가 이명박을 뽑으라고 그렇게 주위에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정리에 사는 농민 백민기씨(75)는 오랜 여당 지지자다. 백씨는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랬던 백씨가 달라졌다. 백씨는 “4대강 공사 책임자들은 전부 형무소로 보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덕정리는 낙동강 본류 바로 옆에 위치한 농촌이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칠곡보가 인근에 있다. 덕정리 주민들은 “칠곡보가 생기기 전만 해도 이곳은 오랫동안 칠곡군 최고 옥답으로 소문난 곳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고 옥답’은 이제 옛말이 됐다. 덕정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농지가 “칠곡군 최하답”이라고 자조한다.
 
마을 곳곳에는 버려진 농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썩어 말라붙은 옥수수대와 콩줄기 등을 미처 치우지 못한 흔적도 보인다. 참외를 재배하는 대규모 비닐하우스 시설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 이미 썩어 갈색으로 변한 참외줄기 위에 또 다시 참외가 열렸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참외를 눌러보니 마치 껍질을 깐 귤처럼 물렁물렁했다. 겉은 그럴 듯하지만 속은 모두 썩었다는 의미다.
 
덕정리 농민들은 농토가 망가진 원인으로 인근의 칠곡보를 지목했다. 지난해 6월 칠곡보가 완공된 뒤로 밭에 물이 차는 현상이 계속됐고, 쌀을 제외한 감자·콩 등이 썩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백씨는 현재는 덕정리 인근 관호리에 살고 있다. 백씨는 “예부터 대대로 덕정리와 관호리에서 농사를 지어 왔다”고 말했다. 칠곡보에서 덕정리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기자와 만난 백씨는 칠곡보를 쳐다보며 연신 표정을 찡그렸다. 윗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연달아 세 대를 피운 백씨는 “환경단체와 기자들이 툭하면 찾아오는데 내 입만 아프지 정부에서 우리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덕정리 마을 입구에는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크기의 넓은 밭 하나가 폐허로 남아 있다. 백씨의 밭이다. 백씨는 오랫동안 여기서 콩·배추·감자 등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칠곡보가 완성된 이후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칠곡보가 물을 가두면서 강의 수위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지하수 수위가 기존 지하 5m에서 지하 40㎝까지 올라왔다.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감자에 싹이 나지 않거나, 잘 자라던 채소들이 폐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물먹어 버려진 채소·과일 재배지 즐비
 
백씨는 믿었던 정부에 계속해서 속아왔다고 말했다. 1959년에 대학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백씨는 오랫동안 여당 지지자로 활동해 왔다. 1981년에는 약목면을 대표해 전두환을 뽑는 체육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2003년까지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백씨는 “그때는 생업도 가족에게 맡기고 당 활동에만 매진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처음에 4대강 사업도 찬성했다. 4대강이 정비되면 보기에도 좋고,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칠곡보가 생기고 농사를 망쳐도 백씨는 정부를 믿었다. 덕정리 주민들은 칠곡보의 관리수위를 2m만 낮추면 농사를 짓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백씨도 함께 당원활동을 했던 지인들을 통해 밭에 물이 차는 현상을 고쳐달라는 민원을 여러 차례 넣었다.
 
올해 봄, 백씨를 비롯한 약목면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개최한 설명회에 참여했다. 수공 측은 “인근 취수장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려면 최소한 수위를 25m는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수공은 밭의 높이를 높여주는 성토작업(밭 위에 흙을 덧대는 작업)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일부 지역에서만 성토작업이 이뤄졌다.
 
결국 백씨는 최근 자기 돈 5000만원을 들여 직접 성토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백씨는 “그나마 나는 선친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어느 정도 있어서 밭 높이를 올릴 수가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 몇천만원을 들여 성토작업을 할 수가 있나”라며 답답해 했다.
 
덕정리 주민 전수보씨(64)는 기자를 마을 근처에 위치한 수문으로 안내했다. 산에서 시작하는 상류와 본류를 연결하는 문이다. 전씨는 “원래는 상류가 본류보다 높기 때문에 자연히 물이 흘러내려갔다. 그런데 이젠 본류가 더 높아져 수문을 항상 닫아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길이 막힌 상류에는 ‘녹조라떼’가 피어 있었다.
 
전씨는 자신도 백씨처럼 자비를 들여 성토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밭의 일부에만 성토작업이 이뤄졌다. 성토작업이 완료된 콩밭에는 콩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성토작업을 하지 못한 곳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고, 누렇게 뜬 콩나무들이 시들시들한 모습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전씨는 “밭에 물이 계속 고여 조치를 취해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넣었더니 땅을 매입해 지하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저수조를 세워주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강 수위만 낮추면 상류 물을 가둘 필요도, 저수조를 세우는 데 세금을 쓸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지하수 수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덕정리에서 50여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장용휴씨(53)의 축사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장씨는 “여기가 강가라서 모래 성분이 많고, 아무리 비가 와도 물이 금방 빠져나갔다. 그런데 칠곡보가 생긴 다음부터는 확실히 배수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습기 때문에 가축들도 걸핏하면 앓아
 
장씨는 습한 여름이 오면 일부 소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지하수가 올라오면서 사시사철 습기가 많아졌고, 시도때도 없이 소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며 “농민들이 무슨 힘이 있나. 당할 수밖에 없지”라고 말했다.
 
백민기씨는 “나도 부모님께 땅을 물려받았고, 농사를 잘 지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안 그래도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이렇게 농민을 홀대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4대강사업진상조사단과 여러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국민검증단(이하 현장조사단)도 7일 칠곡군 덕정리를 찾았다. 6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4대강 사업 현장조사의 일환이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강과 농토 사이에 제방이 있지만 제방 아래 쪽으로 물이 흘러들어가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다. 덕정리와 유사한 사례를 4대강 인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 현장조사단은 덕정리뿐만 아니라 4대강 곳곳에서 기존 생태계 파괴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6일 김정오 생명의길 생태조사실장은 “창녕합천보 인근의 어류 생태계가 급속히 단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생명의길은 올해까지 3년째 창녕합천보 인근에서 그물을 설치해 어류 생태계의 다양성을 관찰해 왔다.
 
이날 생명의길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강준치, 동자개(일명 빠가사리), 블루길, 붕어 등이었다. 김정오 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수변에 있던 풀을 제거하고 돌망태 등으로 채우면서 피래미, 몰개 등 약한 어종이 살기 어려워졌고, 육식성·대형 어종이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간 저수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정수(渟水·고인 물)성 어종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낙동강 8개 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생태계 영향평가에서도 정수성 어종이 2010년에 비해 3.7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조사단의 일원인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4대강을 “거대한 물덩어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의 강폭이 크게 넓어지면서 수상 생태계뿐만 아니라 육상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갈수기 때 동물들이 강을 건너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물덩어리가 나타난 이후 동물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면서 종 다양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변의 로드킬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들의 활동반경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생활지대로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조사단 눈 속이려 현장 은폐 계속돼
 
김 교수는 4대강 인근의 생태공원에서 ‘생태’라는 말을 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7일 김 교수를 비롯한 4대강 조사단은 달성보 인근의 개진생태공원을 찾았다. 자전거길과 광장이 조성돼 있었지만,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것처럼 그 위로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김 교수는 ‘잡초’의 정확한 이름은 망초, 겹달맞이꽃, 기생초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식물들은 강가보다는 황무지에 어울리는 종류들이다. 김 교수는 “생물학자들은 망초나 겹달맞이꽃을 황무지를 상징하는 지표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이명박 정권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녹조를 인위적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4대강 현장조사단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무원들의 ‘현장 은폐’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의 일원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과 교수는 “평소에 개방하지 않던 보의 수문이 조사단이 오기 직전 활짝 열렸다. 보의 세굴현상(단면이 깎이는 현상)이나 강의 녹조 관측을 방해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7일 조사단은 강정취수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녹조라떼’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일어난 곳 중 하나다. 여기서 수자원공사 직원이 취수장에 인위적으로 맑은 물을 주입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연의 반격과 재앙은 어쩌면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취재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경향신문=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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