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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더 이상 대통령 편이 아니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확인되고 있다
기사입력: 2013/08/05 [10:5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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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직선으로 뽑히는 최고의 선출직이다. 그래서 항상 대통령은 최고의 뉴스 메이커가 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 보도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자신을 향한 유권자들을 최대한 섬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언론을 통한 의사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직선제인 이 나라 수도 서울에서 대통령 부정 선거와 관련한 시민사회의 촛불집회가 수주째 벌어지고 있다. 3일 밤 청계광장에서는 시민 3만 여명이 모여 국정원에 대한 정상적인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장 해임과 사과 등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에 불법 개입한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새누리당에 의해 대선 과정에 이용된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불법으로 얼룩졌다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이나 정상회담 회의록 선거용으로 악용 등이 모두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심지어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도 내놓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수주 째 국내 최대의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자신과 무관하다는 식의 거리를 두면서 국민들을 납득시킬만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 등을 규탄하면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종교계와 대학가, 시민사회에서 줄을 이어도 서울 광장에서 수만 명이 주말에 모여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는데도 마냥 침묵한다.
 
국내 공영방송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시민사회의 주장과 집회 등을 보도하지 않아 대통령이 몰라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언론의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수위도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나 움직임은전해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유권자의 머슴이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귀를 나팔처럼 열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 박 대통령의 침묵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가 현 사태에 대해 몰라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었다는 대선에 국정원이 불법 개입하고 경찰이 그것을 은폐한 것은 심각한 헌정 유린 행위로 이미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불공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특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서 여당 후보 선거 운동을 벌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것은 3.15 부정선거나 미국 대통령이 하야한 워터케이트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해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주문해 국정원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표시하면서 대선 불법 개입 등에 대해서는 과거의 일로 돌려버렸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쉽게 사태가 마무리 될까?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벌써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해 12월 16일 후보자 TV 토론에서 한 말이 KBS에 의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민주당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주소를 알아내는 등 성폭행범이나 하는 수법까지 동원해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짓밟았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 후보가 보호하는 인권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인권이냐--
 
박 후보는 당시 TV 토론 이틀전인 14일에도 부산-경남과 대전 서울을 오가며 동일한 발언을 한 것으로 KBS 기사에서 확인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찰이 대선 이틀전인 17일 밤 심야에 국정원 여직원 28살 김모 씨를 수사한 결과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요즘 밝혀진 바에 의하면 경찰은 새빨간 거짓말을 국민 앞에 하면서 국정원의 범죄 행위에 동조, 가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성폭행범 수법’ 등과 같은 비유를 써가며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고 경찰이 거짓말을 한 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누구도 알 수는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발언, 경찰의 허위 발표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매사가 그렇듯이 어떤 일의 중대성 여부는 그것을 객관화시키면 분명해진다. 고등학생들이 국정원 사태관련 시국선언에서 반장선거나 부정입학을 비유 삼아 지난해 대선의 부적절성을 비판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어른의 양심이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청소년들의 눈에,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원, 경찰과 새누리당의 대선에서의 부정, 불정정 행위는 이 나라 민주주의를 수십년 후퇴시키는 심각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앞으로 지난해 대선이 적법하고 정통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굳어진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청소년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것은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상상만 해도 불행한 것이다. 국가 최고 선출직인 대통령 선거가 공정치 않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결론은 이 사회의 윤리의식을 더욱 마비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실시된 국가별 부패 지수에서 한국이 최하위로 나온 바 있는데 대선에 대한 판정이 거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시청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시민들의 국정원 사태 규탄 촛불 집회가 수주 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시선과 촛불의 방향은 한결같이 대통령과 집권당 등을 향해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대통령 지키기에 국정원, 경찰, 검찰 등이 한통속이 되어 겹겹이 대통령을 감싸는 외벽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숨 막힐 정도로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그 견고성이 촛불의 함성앞에서 한없이 나약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치가 수치심을 잃는다면 그것은 조소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정치권력 집단 - 이는 정치적인 막가파 집단이라 할 만하다. 이런 정치에 희망은 없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한다.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 수록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이 연루된 듯한 부정선거 범죄 의혹의 늪에 대통령 자신도 깊이 빠져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침묵의 시간은 박 대통령 편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서 당 대표가 대통령과 독대를 하겠다고 나섰다. 야당의 이런 모양도 우습고 역겹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당 차원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의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것을 기회만 있으면 밝히는 것은 유권자들의 법 감정을 무시하는 태도다. 야당의 유권자에 대한 태도는 청와대, 여당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정원 사태에서 분명한 것은 여야 모두 유권자를 바지저고리로 여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어른의 양심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눈에 부정선거로 보이는데 어른들은 아니라면서 부적절한 태도를 취하거나 정치적인 흥정을 하려 한다. 이 나라 정치와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라는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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