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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합천보 하류에 거대한 모래톱
“4대강사업 왜 했나”...안동보 일대에선 아카시나무 발견 ‘육지 생태화’도
기사입력: 2013/04/25 [07:3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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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끝난 지 채 2년도 안돼 없앴던 모래톱이 다시 생겼습니다. 대체 4대강 사업은 왜 한 겁니까.”
 
지난 22일 경남 창녕 낙동강 합천보의 하류에 방대하게 쌓인 모래톱을 보며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탄식을 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전 하천에 퇴적된 모래톱이 홍수 시 물의 소통에 방해가 된다며 준설했던 모래톱이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형성돼 있는 것을 본 것이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대한하천학회 등의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간 낙동강 4대강 사업 현장에 대한 긴급조사를 벌였다. 보의 안전성과 생태계 변화, 농민 피해 현황 등을 두루 조사했다. 경향신문은 20일 경북 구미보 인근부터 22일 낙동강의 마지막 대형 보인 경남 창녕 함안보 하류까지 3일간 동행 취재했다.

조사 마지막 날인 22일 합천보에서 1.5㎞ 정도 떨어진 하류의 황강 합류부에는 축구장 여러 개 넓이의 모래톱이 형성돼 있었다. 합천보 하류의 관리수위가 6m인 점을 감안하면 6m 이상 높이로 자갈과 모래가 퇴적된 셈이다. 자갈섬도 눈에 띄었다. 모래 위에 깨진 바닥보호공의 잔해나 제방 보호를 위한 사석이 쓸려내려와 쌓인 것으로 추정됐다. 강 중심부에도 강물 바로 밑까지 자갈과 모래가 쌓인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조사단이 20일 현장을 둘러본 구미보 하류 지천인 감천에서도 재퇴적으로 인해 생긴 모래톱이 목격됐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인근 주민들이 모래톱에 올라가 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모래가 퇴적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당시 국토해양부가 낙동강의 재퇴적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도 재퇴적을 인정하고 재준설을 실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준설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거센 사회적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도 2011년 본격 진행된 준설작업으로 낙동강 수생태계가 전면적으로 오염돼 타격을 입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말 펴낸 ‘4대강 살리기 사업 2단계 사후 모니터링 실태분석 보고서’에서 강의 탁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부유물질 농도가 2011년 내내 1등급인 낙동강 상류와 달리 4등급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유물질 농도가 이렇게 심화되는 현상이 아무리 준설 기간이라 해도 몇 주나 1~2개월 정도도 아니고 1년 내내 심각하게 나타난 것은 드문 일”이라며 “국토부가 준설 기간에 기준치 이하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탁도가 이렇게 심화된 것은 공사 기간 중 대대적인 생태계 파괴가 자행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은 낙동강의 수중 생태계는 물론 강 주변의 생태계도 수변 생태계가 아닌 육지 생태계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일으켰다. 20일 안동보 일대를 둘러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안동보 인근에서 육지식물이자 외래종으로 한국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식물인 아카시나무가 발견됐다”며 “아카시나무가 발견된 것은 낙동강 주변이 하천 생태계가 아닌 육지 생태계로 바뀐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카시나무는 하천 주변에 자생하기 어려운 식물”이라며 “흐르는 강을 물이 정체되는 호소로 바꾸고 인공적인 조경을 실시하면서 하천 주변이 육지화되고, 아카시나무로 인해 육지화가 더 촉진되면서 하천 생태계가 망가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생장속도로 인해 다른 식물들 생장에 위협이 되는 아카시나무는 이미 1m 이상 자라 있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생태학 전문가 류승원 박사는 “낙동강의 강 주변 생태계는 모래, 갈대, 버드나무가 기본 형태인데 버드나무는 없어지고 느티나무, 소나무 등 수변 생태계와는 관련이 없는 나무들을 심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질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다 야생동물 서식지의 기능도 갖고 있는 수변 식생을 모두 말살하고 인공적인 조경을 만들어놨다”며 “지난해에도 수많은 나무들이 고사하고 다시 식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박3일 동안 둘러본 보 주변의 공원들에서는 고사하거나 죽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천 호소화는 주변 농민들에게도 피해를 미치고 있었다. 보 주변 농가들은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농사가 안되고, 송아지들이 폐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칠곡보 주변의 한 농민은 “감자밭에 싹이 안 나고 태반이 썩어들어가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에는 아예 농사를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가 생긴 후 안개가 심하게 끼기 시작하면서 송아지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다 죽는 경우도 있지만 부끄러워서 송아지가 폐사했다는 말도 못한다”며 “집단 이주시켜달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원 교수는 “자전거도로 조성과 인공 조경으로 인해 하천으로부터 육지로 자연적인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면서 “일부 지역은 수분 공급이 끊기면서 육지화되고 일부는 지하수 상승이 심각해지면서 인근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산하 수공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은 내내 조사단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모습을 감시했다. 항의하는 조사단과는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경향신문=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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