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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이상한 ‘대북 심리전’
[국정원 직원 게시글 파장] 야권 성향 시민단체 비판하고 정부정책는 미화
기사입력: 2013/02/01 [11:1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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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31일 직원 김모씨(29)가 지난 대선 기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에서 작성한 글들이 공개되자 “정치적 목적이 아닌 정상적 대북심리전 활동”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가 쓴 글들을 보면 국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있다. 야당은 비판하고 정부는 미화하는 글들도 있다. 사실상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남 심리전’을 벌였던 셈이다.

김씨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비판의 글을 다수 올렸다. 그는 지난해 11월30일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이 국회 예결위에서 처리가 보류됐다고 하는데 눈과 귀를 틀어막고 오직 입만 열고 있는 반대세력 덕분에 국가안보가 보류되고 말았다”고 했다. 11월8일엔 “영광원전 2기까지 발전을 중단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원전 폐기를 하자는 사람들. 아무런 대안도, 노력도 없이 입만 살았다”고 적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12월6일 “국보법마저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남아나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 민주통합당이 지난 대선 때 인터넷상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고발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지난 달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김씨는 현 정부를 찬양하면서 야당 주장은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글도 썼다. 11월6일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에 대해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고 썼다.
 
김씨는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8월28일 “태국에서 4대강 홍보는 당연한 건데 왜 욕을 하나”라며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또 이 대통령과 관련된 핵심 의혹인 BBK 사건에 대해 10월15일 글에서 “아직도 BBK 타령. 미국 내 BBK 소송을 맡고 있다는 미국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했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바탕 난리가 났구나”라고 썼다. 경찰이 지난해 9월 부활시킨 불심검문에 대해서는 11월7일 “불심검문으로 붙잡은 폭행범이 알고 보니 상습 강도강간범”이었다며 “불심검문하길 잘한 듯하다”고 밝혔다.

반면 11월1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말하자 바로 다음날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문 후보 주장을 비판했다. 12월5일에는 전날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부른 것에 대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며 비판했다.

국정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국정원 직원도 개인적 견해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글들이 작성된 시간은 모두 평일 낮시간대이다. 김씨가 개인 의견을 사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또 김씨의 것으로 밝혀진 ID 11개가 대부분 대선전이 본격 시작된 지난해 8월 말~9월 초 만들어져 김씨의 활동이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오유’의 한 회원은 지난해 9월3일 ‘이젠 팀으로 움직이는 건가’란 제목의 글에서 “비슷한 시기 가입한 ID 여러 개가 자기들끼리 서로 추천을 하다가 이 게시판에서 저 게시판으로 집단 이주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이 회원이 의심하며 제시한 ID 중에는 실제 김씨의 ID 일부가 포함돼 있다.
 

 
 
<경향신문=이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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